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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연구원 수습평가 갑질 논란…"상사 주관적 판단이 전부"

송고시간2018-12-04 14:36

발전 가능성, 협동심 평가 위주, 연구실적 등은 반영 안 해

"직원 길들이고 충성심 유도"…연구원 "다른 기관 사용하는 것 참고"

대구경북연구원 수습직원 평가표
대구경북연구원 수습직원 평가표

[독자 제공]

(대구=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대구경북연구원이 수습 연구위원 재임용 등을 위해 올해 처음 만든 평가표가 실적 등 성과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내용 대신 상사의 주관적 의견을 우선하는 항목들로 채워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때문에 조직 안에서 상대적으로 강자인 상사가 평가를 무기 삼아 약자인 수습 연구위원에게 갑질을 할 수 있는 빌미를 연구원 측이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연구원이 최근 상사의 부당한 업무지시에 문제를 제기했던 한 수습 연구위원에게 이번 평가결과를 근거로 해고 통보를 해 갑질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4일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수습직원 관리 및 운영지침에 따라 급하게 만든 '수습직원 평가표'는 발전 가능성, 직무 전문성, 직무수행 태도, 근무 태도, 협동심을 묻는 5개 평가항목으로 돼 있다.

항목당 점수는 '미달―부족―보통―우수―탁월' 5단계로 구분한 답변에 따라 최저 12점∼최고 20점을 부여한다.

수습 연구위원은 5개 항목 평가 점수 총점이 81점을 넘으면 입사 1년 뒤 수습에서 해제된다.

평가표에는 평가자 의견을 자세히 적는 부분은 있지만 평가를 받는 당사자의 1년간 연구실적과 의견 등을 반영하는 내용은 전혀 없다.

작년 7월 상사의 부당한 업무지시를 내부 고발했던 A 부연구위원은 이 방식으로 이뤄진 평가에 근거해 최근 연구원으로부터 '이달 말까지만 근무가 가능하다'는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평가 점수가 수습해제 기준 이하인 77점이어서 연구원 측이 당사자에게 수습 연장을 제안했으나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A씨와 함께 채용한 다른 연구·부연구위원 2명은 평가에서 기준점수 이상을 받아 수습이 해제됐다.

A씨는 이와 관련 "연구원이 수습 관리 지침을 갑자기 만들고도 내부 게시판 등에 공개하지 않아 평가를 받는 당사자는 물론 연구원 구성원 대다수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며 "평가결과를 통보받은 당일 이런 지침이 만들어진 것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평가를 담당한 2명 가운데 1명은 4개월 전 A씨가 부당한 업무지시를 이유로 내부 고발한 인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A씨는 "연구원 공금을 업무 목적 외 명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공문을 만들라"는 지시를 수차례 받았다며 고충위원에게 털어놨다. 그러나 일부 구성원은 이러한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A씨를 질타했다고 한다.

해고(PG)
해고(PG)

[제작 이태호] 일러스트

이런 까닭에 A씨에 대한 평가가 과연 적절하게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내부고발 당한 상사는 A씨 평가서 5개 항목에 대한 답을 보통 또는 부족으로 적었다. 평가자 의견을 적는 곳에도 'OO 부문 업무 수행에 대한 전문성을 더욱 확보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한 문장만 썼다.

A씨는 지난 한 해 동안 경북도·대구시에서 발주한 14개 과제를 공동 또는 단독으로 수행했지만 이런 실적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A씨는 "1년에 연구원들이 수행하는 과제는 평균 6개 정도고 많으면 20개를 하는 사람도 있다"며 "연구실적 면에서 다른 사람에 비교해 뒤처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연구원이 만든 평가표에는 연구위원 고유 업무인 연구실적 등에 대한 평가가 없고 상사 주관적 판단이 전부"라며 "이는 조직에 갓 들어온 직원을 길들이고 충성심을 유도하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평가 방식을 보완하고 평가 담당자도 늘려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구경북연구원 관계자는 "평가표는 다른 기관에서도 사용하는 수습평가 지표를 참고해 만들었다"며 "평가에 참여한 상사들도 평소 연구 성과를 직접 보고받거나 공동 연구를 하므로 A씨 성향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원 사정상 평가자를 늘리는 것 등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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