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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코 동굴 벽화는 운석 충돌에 관한 별자리 기록

송고시간2018-11-2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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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연구팀 "4만년 전 선사시대 인류 천문지식 갖춰"

라스코 동굴벽화
라스코 동굴벽화

[알리스테어 쿰스 제공]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유럽에서 발견된 선사시대 동굴 벽화나 조각 중 일부는 야생동물 사냥 등을 단순히 묘사한 것이 아니라 지구에서 본 태양 궤도인 황도(黃道) 12궁 별자리를 통해 운석 충돌을 기록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28일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에든버러 공학대학원의 마틴 스웨트맨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터키와 스페인, 프랑스, 독일 등지의 신·구석기 시대 유적지에서 발굴된 동물 상징 벽화와 조각품 등을 분석한 결과를 '아테네 역사저널(Athens Journal of History)'을 통해 밝혔다.

연구팀은 약 4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선사시대 인류가 상당한 천문 지식을 통해 시간과 날짜 개념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봤다. 심지어 지구의 자전축이 조금씩 움직여 나타나는 춘분점 세차(歲差)도 이해하고 있었던 것으로 시사했다. 춘분점 세차는 지금까지 고대 그리스에서 처음 발견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신석기 유적지인 '괴벨클리 테페'에서 발굴된 석조조각
신석기 유적지인 '괴벨클리 테페'에서 발굴된 석조조각

[알리스테어 쿰스 제공]

연구팀은 동굴 벽화가 그려진 시기와 당시 밤 하늘의 별 위치를 비교해 추상적으로 보였던 벽화와 조각이 당시 밤하늘의 별자리에 기초한 황도 12궁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특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라스코 동굴의 벽화가 기원전 1만5천200년께 발생한 운석 충돌사건을 묘사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라스코 동굴 벽화는 지금까지 원시시대 사냥의 성공과 풍요를 기원하는 주술적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돼 왔다.

한 가운데 남성은 죽어가고 있고, 주변의 네 마리 동물 중 부상한 들소는 하지의 염소자리, 새는 춘분의 천칭자리, 무엇인지 명확치 않은 다른 두 동물은 동지와 추분의 사자자리와 황소자리를 나타낸다는 것이 연구팀의 해석이다.

이런 별자리 구조는 기원전 1만5천150년께 나타난 것으로 그 무렵 인류에게 충격을 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을 벽화로 기록했다는 것이다.

그린란드 빙하 기록에는 1만5천300년께 기후변화가 시작된 것으로 나타나 있지만 이런 기후변화가 운석 충돌로 야기된 것이라는 증거는 없다.

연구팀은 터키 남동부에 있는 신석기 유적지 '괴베클리 테페'의 석조 조각품도 기원전 1만1천년께 발생한 운석 충돌을 묘사한 것이란 기존 연구 결과가 '로제타 스톤'과 같은 역할을 했다며 이를 같은 사례로 거론했다. 당시 운석 충돌은 '영거 드라이아스(Younger Dryas)'로 알려진 미니 빙하시대를 가져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괴베클리 테페의) 돌에 새겨진 시기는 기원전 1만950년으로 실제 발생 시기와 250년 안에 있다"면서 "그해 춘분과 하지, 추분, 동지 등의 별자리를 나타내는 동물상징과 춘분점 세차까지 이용해 시기를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석기 유적지인 홀렌스타인-슈타델 동굴에서 발굴된 약 4만년 전의 사자인간 조각
구석기 유적지인 홀렌스타인-슈타델 동굴에서 발굴된 약 4만년 전의 사자인간 조각

[독일 올레크 쿠차르 박물관 제공]

연구팀은 또 독일 홀렌스타인-슈타델 동굴에서 발견된 사자인간 조각도 황도 12궁 별자리 이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해석했다. 이 조각은 약 4만년 전에 제작된 것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조각으로 알려져 있다.

스웨트맨 박사는 "선사시대 동굴 예술품들은 당시 인류가 밤하늘의 별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갖고 있었음을 보여준다"면서 "이번 연구결과는 인류 발전과정 중에 여러차례의 운석 충돌이 발생했다는 학설을 뒤받침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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