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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현웅 웅진재단 이사장 "이주민 정체성 지키도록 도와야"

다문화 음악방송 개국 10년 맞아…"모기업·제작진·시청자에 감사"
인터넷 접속자 5천만 돌파…"70년대 중동 근무 때 가곡으로 위안받아"
9월 5일 서울 마포구 염리동 스튜디오에서 열린 다문화가족 음악방송 개국 10주년 기념식에서 신현웅 웅진재단 이사장(뒷줄 왼쪽에서 4번째)이 전통의상 차림의 8개 언어 DJ, 각국 주한대사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웅진재단 제공]
9월 5일 서울 마포구 염리동 스튜디오에서 열린 다문화가족 음악방송 개국 10주년 기념식에서 신현웅 웅진재단 이사장(뒷줄 왼쪽에서 4번째)이 전통의상 차림의 8개 언어 DJ, 각국 주한대사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웅진재단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2008년 8월 15일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 오디오 채널에서는 새로운 방송이 선보였다. "웅진재단은 여러분과 함께 열린 사회, 아름다운 세상을 열어갑니다"란 오프닝 아나운스먼트와 함께 중국·베트남·필리핀·태국 4개 언어로 각국 노래와 한국 음악을 들려주는 다문화가족 음악방송이 시작된 것이다.

10년이 지난 오늘날 다문화가족 음악방송은 일본어·몽골어·아랍어·러시아어를 추가해 위성방송·케이블TV·IPTV·인터넷·스마트TV·스마트폰 등 6개 미디어 24개 채널로 하루 6시간씩 프로그램을 송출하고 있다.

누적 인터넷 접속자만 해도 5천만 명을 넘어섰다.

9월 5일 서울 마포구 염리동 스튜디오에서는 주한 태국·필리핀·베트남 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국 10주년 기념식도 열었다.

23일 염리동 스튜디오에서 만난 신현웅(75) 웅진재단 이사장은 "웅진그룹의 지원, 방송 제작진의 노력, 시청취자들의 사랑이 10년을 끌어온 버팀목이었다"고 술회했다.

"2007년 말 이사장을 맡아 달라는 제의를 받은 뒤 다문화가족 음악방송을 해보겠다는 구상을 밝히자 주변에서 뜨악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죠. 저는 결혼이주여성을 우리나라에 동화시키는 게 다문화정책의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분들이 문화적 정체성을 지키며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해야 그분들도 좋고 우리도 다양성을 통한 발전을 이룰 수 있거든요. 이주민 귀에 익은 음악을 들려주고 모국어로 각종 생활정보와 다양한 사연을 전한다면 한국에서 살아가는 데 희망과 용기를 얻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신 이사장이 이런 생각을 품게 된 데는 해외 근무 경험이 밑거름됐다.

그는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에서 공보관으로 일할 때 카세트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가곡 '가고파'와 '보리밭' 등을 듣고 큰 위안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이글거리는 태양과 휘몰아치는 모래바람을 견디며 구슬땀을 흘리던 우리나라 건설 노동자들이 우리 가요로 피로를 풀고 향수를 달래던 모습을 지켜본 기억도 떠올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들도 모국의 노래를 들으면 타향살이의 설움을 잊고 밝은 내일을 꿈꿀 수 있겠다고 여겼다는 것이다.

신현웅 웅진재단 이사장이 23일 서울 마포구 염리동의 다문화가족 음악방송 스튜디오에서 연합뉴스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신현웅 웅진재단 이사장이 23일 서울 마포구 염리동의 다문화가족 음악방송 스튜디오에서 연합뉴스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서울대 문리대를 졸업하고 1972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신 이사장은 문화체육관광부 공보관·문화정책국장·어문정책국장 등을 거쳐 차관까지 지낸 문화행정 전문가.

남북교류협력분과위원회 회담 대표, 새천년준비위원회 상임위원장, 한러수교10주년기념사업 조직위원장을 지냈고 최근까지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자문위원장도 맡았다.

신 이사장은 다양한 경험과 폭넓은 국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각국 외교부와 문화부, 주한대사관과 문화원 등의 협조를 끌어냈다. 필리핀대사관과는 협약을 맺어 필리핀에서 신곡이 발표되면 곧바로 음원을 받고 있다.

"각국 대사관들이 고마움을 표시하며 적극 협조합니다. 대사들이 직접 출연하는가 하면 지난 6월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는 단독 생중계를 하기도 했죠. 각국 출신 DJ들은 이제 해당 공동체의 유명 인사가 됐습니다."

다문화가족 음악방송은 애니메이션 '엄마나라 전래동화 이야기' 160편을 7개 언어로 제작, 2010년 12월부터 소개하고 있다. 전국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나 각급 학교에도 무료 보급해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이중언어로 외가 문화를 익힐 수 있도록 돕는다.

"방송을 통해 노래 솜씨를 회사 장기자랑 대회에서 뽐내 인기를 독차지했다는 몽골 출신 회사원, 방송 듣는 시간을 유일한 낙으로 여긴다는 이주노동자, 모국의 전래동화를 자녀에게 보여주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는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방송을 들으며 부족한 한국어 실력을 키운다는 태국 출신 유학생 등 가슴 뭉클하고 흥미로운 사연도 많습니다."

다문화가족 음악방송은 국내의 각국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끈이자 이주민들의 모국과 한국을 연결해주는 가교 구실을 한다. 귀국해서도 이 방송을 보며 소식을 주고받는 애청자가 적지 않다고 한다. 또 외국어를 배우려는 한국인도 즐겨 듣는다. 2011년, 2015년, 2017년에는 이주민 권익 옹호에 기여한 공로로 필리핀 정부로부터 국제미디어상을 연거푸 받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다.

웅진재단은 다문화가족 음악방송 말고도 결혼이민자 직업교육·취업지원 프로그램, 다문화 자녀 공부방, 연극단·합창단·무용단·경음악단, 희귀난치성 환아 지원사업, 수학·과학·예술 영재 장학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모기업인 웅진이 무리한 확장에 따른 자금난으로 그룹 해체의 비운을 겪어 재단에도 어려움이 닥쳤다. 그래도 윤석금 웅진 회장은 지원의 끈을 놓지 않았고 재단의 인사·예산·운영에 간섭하지 않는 원칙을 지켜왔다고 한다. 지난달에는 웅진이 코웨이를 다시 인수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재단이 기대를 걸고 있다.

신 이사장은 다문화가족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필요하지만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세심한 배려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자칫 또 다른 차별을 낳거나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상대방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당부한다.

"우리 재외동포가 민족 정체성을 금세 잃어버리고 우리말마저 못한다면 혀를 차며 안타까워하지 않나요?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주민도 마찬가지죠. 제가 한러수교 10주년 기념사업을 맡았을 때, 러시아 대표단 앞에서 푸시킨의 시를 러시아어로 낭송하고 러시아 민요를 불러주자 좋아서 어쩔 줄 모르더군요. 그 뒤로 대화와 협상이 쉽게 풀린 건 물론이죠. 그게 문화의 힘이고 역지사지(易地思之)의 효과입니다."

신현웅 웅진재단 이사장은 "다문화가족에 대한 지원과 배려는 필요하지만 드러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현웅 웅진재단 이사장은 "다문화가족에 대한 지원과 배려는 필요하지만 드러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heeyo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8/11/26 07:5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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