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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치매, 왜 여성에게 많이 나타날까

치매 질환자 10명 중 7명 가까이 여성…치매 전단계, 여성이 남성의 2.2배
"호르몬·기대수명 차이가 원인"…치료제 없어 예방이 최선
정부, 치매 연구에 10년간 5천억원 투자 계획

(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 = "친한 동료들 이름이 어느 날부터 생각나지 않더라고요. 업무적인 통화를 할 때는 상대방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가 안 가고요. 마치 초점이 또렷하게 맑았던 렌즈가 뿌옇게 변하는 느낌이랄까"

[디지털스토리] 치매, 왜 여성에게 많이 나타날까 - 1

2014년, 58세에 치매 진단을 받은 웬디 미첼은 "돈보다 소중한 기억을 매일 잃어버리게 될 줄은 몰랐다"라고 했다. 영국의 국민건강보험공단(NHS)에서 20년간 일했던 그는 최근 펴낸 책 '내가 알던 그 사람'에서 자신이 겪는 일상을 털어놨다.

싱글맘으로 두 딸을 키운 미첼은 "의료 전문가들도 치매 환자의 현실과 감정을 잘 모른다"며 "치료 약도 없다는 사실이 절망적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다음 세대에도 치료제가 없을 경우 딸들이 치매로 곤란을 겪게 될 것을 우려해 신약의 임상 실험자로 자원했다.

미첼처럼 치매에 걸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국내 치매 환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50년에는 노인 7명 가운데 1명은 치매 환자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치매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매년 늘어나는 치매 환자…지난해 치매 질환자 중 여성 69%

사람들이 제일 많이 걸리는 치매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다. 알츠하이머는 1907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인 알로이스 알츠하이머 박사에 의해 최초로 보고됐다. 서서히 발병해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이 악화돼 일상생활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디지털스토리] 치매, 왜 여성에게 많이 나타날까 - 2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치매질환 치료를 받은 환자는 지난해 71만1천434명으로 11년 전과 비교해 약 3.6배 증가했다. 특히 치매질환 진료비는 같은기간 3천965억원에서 2조9천226억원으로 7.3배 증가하며 전체 진료비 증가 폭을 훨씬 앞질렀다.

치매는 나이와 연관이 크다. 양영순 중앙보훈병원 신경과 전문의는 책 '치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알츠하이머병은 65세부터 5년마다 발생률과 유병률이 두 배씩 증가해 90세에 최고점에 도달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치매질환 전체 진료비 중 65세 이상 수진자의 진료비가 약 95%를 차지했다.

알츠하이머병 수진자 수는 2007년 9만8천630명에서 지난해 59만1천10명으로 약 5.9배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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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많이 나타난다. 지난해 치매질환자 71만1천434명 중 여성 환자는 69.7%(49만6천72명)를 차지했다.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비교했을 때도 여성은 남성보다 비율이 높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9월 발표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면 지난해 경도인지장애로 진료받은 18만6천명 중 여성 환자는 12만7천명에 달했다. 남성과 비교해 2.2배 많았다.

연령별 10만명당 진료 인원은 80대 이상이 2천895명으로 가장 많았고, 70대 2천404명, 60대 868명, 50대 213명 순이었다.

◇ "여성호르몬 줄어들면서 수면·정서 장애 발생"…"남성보다 긴 기대수명도 원인 추정"

치매가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양영순 중앙보훈병원 신경과 전문의는 "치매 위험인자는 나이, 성별, 유전인자가 가장 크다"며 "알츠하이머병의 유병률은 여성이 남성보다 월등히 높은데 그 이유는 호르몬과 남녀의 수명 차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성이 폐경기 전후에 호르몬 변화로 치매에 취약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신경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 수치가 낮아지면서 수면장애와 정서장애가 발생하고 주의 집중력, 단기기억력 등 기억에 문제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들도 이를 뒷받침한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창욱·주수현 교수팀은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받은 노인 388명을 대상으로 평균 36개월을 추적 관찰했다.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저체중인 경우 정상 체중보다 알츠하이머 치매로 진행할 위험이 2.38배 높았다. 이런 경향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뚜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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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욱 교수는 "노년기 영양 결핍은 신경세포 손상을 유발해 치매 발병을 촉진할 수 있다"면서 "특히 여성의 경우 지방세포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생성에 관여하기 때문에 저체중이 치매 발병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출산과 치매가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5명 이상 출산한 여성은 출산 경험이 1∼4회인 여성에 비해 치매 위험이 70% 높아졌다고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지난 8월 발표했다. 연구팀은 에스트로겐의 급격한 농도 변화가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통계청의 '2018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여성의 기대수명은 85.4년으로 남성보다 약 6년 더 길다. 치매가 나이와 연관이 있어 기대수명이 긴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 운동과 지적 자극 필요

"시어머니가 양장점을 하셨는데, 옷을 잘 만드는 데다 기억력이 좋아서 '똑소리' 난다는 얘기를 많이 들으셨어요. 그런데 팔순 지나고 나서부터 가끔 길에서 넘어지거나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고 오시더라고요."

서울 광진구에서 사는 주부 이 모(56) 씨는 "실수가 반복됐을 때 치매라는 걸 알아차려야 했다"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시어머니의 행동을 몇 번 넘어가다가 치료 시기를 놓친 것 같아 그게 아쉽다"라고 말했다.

현재 치매 치료는 요원하다. 전문가들은 치매 치료제 개발이 난관에 봉착해 치매 예방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지난 14일 치매 연구에 10년간 5천826억을 투자해 2030년까지 치매 발병 연령을 5년 늦추고 환자증가속도도 50% 줄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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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예테보리대학 헬레나 호르데르 박사팀은 지난 3월 중년에 체력이 튼튼해 심장 기능이 좋은 여성은 나중에 치매에 걸릴 위험이 거의 90%나 작다고 발표했다. 이는 평균 연령 50세인 스웨덴 여성 191명을 대상으로 40여 년 동안 추적 검사한 결과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 뇌 혈류량이 증가하면서 뇌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감소하고, 뇌유래신경영양인자가 증가한다. 적어도 1주일에 2번, 30분 이상 다소 가쁘거나 땀이 흐를 정도의 운동이 필요하다. 근력 강화 운동은 근력은 물론 균형감각도 향상하고 감각, 인지기능, 운동기능을 동시에 자극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배움은 치매를 늦출 수 있다. 양영순 전문의는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치매 위험이 증가하고, 아동기 정신 활동의 감소가 뇌의 자원을 일찍 고갈시켜 치매 증상의 출현을 촉진한다는 연구가 있다"며 "지속적인 인지 활동은 뇌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는데 보드게임, 악기연주, 춤 등이 도움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지능 저하를 보이는 집단에서는 노화가 정상 집단보다 빠르게 진행되며, 다운증후군이 없는 지능저하군에서 치매의 유병률은 정상보다 3∼4배 높았다.

호르몬 대체요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호르몬 대체요법을 받은 여성에서 치매나 알츠하이머병의 발병이 감소한다는 역학 연구가 있지만, 정상 노인 여성의 인지기능을 향상한다는 근거가 미약하며 호르몬 대체요법과 치매 위험도에 대한 분석에서도 60세 이상에게 투여했을 때 오히려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인포그래픽=이한나 인턴기자)

junepe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8/11/24 08: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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