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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관리 연 100억 이상 투입 PNC "안전이 생산성 높이는 길"

크레인 아래 작업 모두 안전한 곳 이동…운전자 졸음방지 장치 등도 도입
크레인과 떨어진 안전공간에 설치한 래싱·검수 작업장
크레인과 떨어진 안전공간에 설치한 래싱·검수 작업장[PNC 제공]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자성대부두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를 계기로 생산성에 밀리는 안전관리 실태가 드러난 가운데 부산신항 2부두 운영사인 부산신항만㈜(PNC)의 노력이 조명받고 있다.

PNC는 글로벌터미널 업체인 DP월드가 대주주인 운영사이다.

부두 길이 2㎞에 5만t급 선박 6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규모로 부산항에서 가장 큰 2부두는 한해 450만개(20피트 기준)가 넘는 컨테이너를 처리한다.

PNC는 부산항 9개 컨테이너 부두 가운데 유일하게 안벽 크레인 아래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1명도 없다.

2007년에 3개 선석, 2009년에 3개 선석을 개장한 PNC는 개장 후 한동안 다른 부두들처럼 크레인 아래에서 컨테이너와 트레일러를 고정하는 장치(콘)를 체결하고 제거하는 작업과 검수 작업을 했다.

크레인 아래서 작업하는 다른 부두
크레인 아래서 작업하는 다른 부두[촬영 이영희]

2014년 10월 검수원이 야드 트랙터에 치여 숨지는 사고를 계기로 크레인이 없는 선수와 선미 쪽 안전한 공간으로 모든 작업을 옮겼다.

작업장 앞에는 방호벽을 설치해 차량이 충돌하더라도 작업자를 바로 덮치지 않도록 했고, 작업대를 높이 설치해 넘어진 방호벽에 다치는 일이 없도록 했다.

또 차량이 방호벽에 충돌하면 100㏈에 이르는 경고음을 울리도록 해 운전자와 작업자들에게 위험을 바로 알리는 시스템도 갖췄다.

래싱·검수작업장에 설치된 방호벽
래싱·검수작업장에 설치된 방호벽[PNC 제공]

PNC 관계자는 21일 "크레인으로 배에서 컨테이너를 내리고 싣는 안벽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통상 80㏈까지 올라가는 것을 확인하고 작업자들이 쉽게 인지할 수 있게 경고음을 높였다"고 말했다.

2014년 10월 사고 원인이 야드 트랙터 운전자의 졸음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지자 모든 트랙터에 안면인식 장치를 설치해 운전자가 조는 것이 감지되면 의자를 흔들어 깨우는 장치를 도입했다.

야드 트랙터 운전자 졸음방지 장치
야드 트랙터 운전자 졸음방지 장치[PNC 제공]

모든 장비에 CCTV와 블랙박스를 설치해 경미한 사고라도 원인을 분석하고 문제를 개선하는 데 활용한다.

안전순찰차가 정기적으로 부두 내를 돌면서 과속,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등을 발견하면 경고하고 시정하도록 한다. 반복해서 위반하면 징계하는 삼진아웃제도도 운영한다.

이렇게 안전조치를 강화한 후로는 개인의 부주의로 인한 사소한 부상 외에는 아직 단 1건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PNC는 밝혔다.

배의 갑판에 높이 쌓은 컨테이너들이 흔들리지 않게 단단히 결박하는 장치를 푸는 작업에도 래싱 케이지라는 장비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 장비는 작업자들을 태우고 원하는 위치까지 올리고 내려 안전하게 고박장치를 풀거나 체결할 수 있게 해준다.

그전에는 작업자들이 맨몸으로 컨테이너를 타고 오르내리며 고박장치를 체결하거나 풀어야 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케이지 없이 고박작업하는 노동자
케이지 없이 고박작업하는 노동자[촬영 이영희]

PNC가 부산항에서 처음 케이지를 도입하자 래싱 노동자들이 익숙하지 않아 거부감을 보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이 장비가 없이 작업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정착됐다.

당연히 사고위험은 사라졌다.

다른 부두에서 작업속도를 높이려고 래싱작업이 끝나기도 전에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하역하는 잘못된 관행은 PNC에는 없다.

PNC 관계자는 "래싱 케이지 제작비용이 개당 2천500만~3천만원에 이르고 1년 6개월마다 점검을 받아야 하는 등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지만,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해 도입했다"며 "그 후로 부산항의 다른 부두들도 이 장비를 도입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보건관리자(간호사) 2명을 둬 부두 내 모든 근로자가 사소한 신체 이상이나 불편도 즉시 조치할 수 있도록 하고 모든 진료기록을 남긴다.

이를 토대로 매년 자체적으로 모든 사고를 분석한 책자를 만들어 노동청과 업계 등에 배포한다.

스스로 자사의 문제를 까발리는 셈인데 PNC 관계자는 "통상 다른 곳에서는 사고로 치지도 않는 사소한 사례들까지 숨김없이 그대로 드러내 놓고 원인을 분석해 개선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자기 부두뿐만 아니고 다른 부두에서 난 사고까지도 타산지석으로 삼아 미리 사고를 예방하는 노력도 기울인다.

최근 한 부두 게이트에서 트레일러가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사고를 분석한 결과 비슷한 일이 자기 부두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고 보고 게이트에 구름다리를 만들고 사람이 다니는 모든 통로에 높이 1.5m의 안전막을 설치하기로 했다.

PNC가 한해 안전 관련 분야에 투입하는 돈은 100억원을 넘는다. 다른 부두의 몇 배에 이른다.

관계자는 "안전 관련 예산에는 상한선이 없다"며 "안전을 위해선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게 회사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흔히 안전을 강화하면 생산성이 낮아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정반대"라며 "다른 부두들보다 훨씬 높은 안전기준을 도입했지만, 생산성은 오히려 더 높다. 안전은 곧 생산성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세계 600여개 항만의 생산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PNC의 선석 생산성은 시간당 97.9회로 세계 19위를 차지했다. 부산항 평균 85.9회보다 훨씬 높았다.

이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은 중량물이 이동하는 경로에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현재 크레인 아래에서 이뤄지는 작업은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것이 맞다"며 "비용이 들고 공간도 필요하지만, 의지만 있다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사망 등 인명피해가 나면 장시간 작업이 중단되고 수습을 위해 전 직원이 몇달씩 매달려야 해 손실이 크다"며 "미리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결국은 생산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lyh9502@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8/11/21 16:4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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