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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의 과학돋보기] 부실학회 참가자 '솜방망이 처벌'과 '과학자의 양심'

송고시간2018-11-20 09:02

지난 9월 12일 정부과천청사 과기정통부 생각나눔방에서 열린 '과학기술인의 건강한 연구문화 정착을 위한 간담회'에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지난 9월 12일 정부과천청사 과기정통부 생각나눔방에서 열린 '과학기술인의 건강한 연구문화 정착을 위한 간담회'에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해외 '부실학회'에 참가한 연구자에 대한 적절한 징계는 무엇이며 근본적인 재발 방지는 가능한가?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부실학회 참가자에 대한 징계 결과를 놓고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등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연구윤리점검단'을 꾸려 부실학회 참가자가 있는 21개 출연연의 조사·검증 및 후속 조치를 점검한 결과는 출연연 연구자 중 지난 12년간 부실학회 참가자가 251명, 2회 이상 참가자는 33명이며, 이들에 대한 1차 징계는 주의·경고 218명, 견책·감봉 30명, 정직·강등·해임 2명, 미정 1명이라는 것이다.

이 결과는 일요일에 공개됐지만 네티즌들은 '솜방망이 처벌', '가벼운 훈계 수준'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고, 더 많은 부실학회 참가자가 있는 대학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강력한 조치를 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하지만 징계 권한을 가진 연구기관·과기정통부와 이를 바라보는 국민, 그리고 연구자들 사이에 커다란 인식 차이가 느껴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연합뉴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연합뉴스]

과기정통부는 보도자료에서 "각 기관의 조사 및 징계 등 조치가 자칫 '셀프조사'에 따른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것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출연연의 직무윤리 위반자에 대한 조치가 타당하게 이루어졌는지 확인했다"고 밝혔다. '솜방망이 처벌' 지적을 우려해 엄정하게 조처한 것이 이 수준의 징계라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이번 조치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솜방망이 처벌'이다. 이들은 '학회 참가를 핑계로 최소 수백만원의 세금을 해외 관광에 썼는데 겨우 '경고'라니?'라며 분노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과기정통부가 이번 조치는 점검 대상인 '직무윤리 위반'과 '연구부정', '연구비 부정 사용' 중 '직무윤리 위반' 부분에 대한 것이며, 연말까지 연구부정과 연구비 부정사용 등에 대해 계속 조사·검증하고 징계 등 조치를 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결과에 따라 더 강력한 추가 조치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많은 국민이 분노한 부실학회 참가에 대해 몇달 만에 내놓은 조치가 '직무윤리 위반'에 따른 '경고'라는 점을 고려할 때, 과기정통부·연구기관이 더 엄한 처벌이 가능한 '연구부정'과 '연구비 부정사용' 잣대를 들이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솜방망이 처벌'은 부실학회 문제가 기존 제도가 규정하지 못한 행위여서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에 예견된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근본적으로 재발을 막으려면 제도 개선과 함께 연구자들이 깊이 자성하고 엄격한 자율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주영의 과학돋보기] 부실학회 참가자 '솜방망이 처벌'과 '과학자의 양심' - 3

부실학회 사태에 대해 과학기술계가 보인 태도를 보면 처벌 규정을 강화한다고 이를 예방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부실학회 관련 토론회 등에서 학계가 보인 반응은 "이는 일부 연구자의 일탈이다. 관련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대부분이다. 어떻게 하겠다는 의지 표현은 찾아보기 어렵다. "부실학회인 줄 모르고 한두 번 갔을 수도 있는데 중징계는 심한 것 아니냐"는 말도 들린다.

하지만 부실학회 참가자는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 조사결과 2014년부터 5년간 부실학회에 참가한 대학·연구기관 연구자가 1천317명, 2회 이상 참가자도 180명이나 된다.

'부실학회인 줄 모르고 갔을 수 있다'는 말에서는 '제 식구 감싸기'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어떤 학회에서 자기 연구 분야의 최신 동향과 정보가 공유되는지조차 모른다면, 그래서 돈만 내면 논문을 발표할 수 있는 부실학회에 갔다면 애초 연구자로서 자격이 없다.

부실학회 참가를 막으려면 엄격한 제도나 규정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는 연구자의 기본적 연구 윤리와 양심, 그리고 학계의 자정 능력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마땅한 규정이 없어 관리를 제대로 못 하고 징계에 고심하는 과기정통부·연구기관은 물론 뚜렷한 자정 움직임이 없는 학계 또한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과학기술계가 지금이라도 '집단 양심'을 발휘해 '일부 연구자의 일탈'로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돈만 내면 논문을 발표할 수 있는 부실학회 논란 (CG)
돈만 내면 논문을 발표할 수 있는 부실학회 논란 (CG)

[연합뉴스TV 제공]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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