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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노동계와 관계 재설정 고심…재계 끌어안기 투트랙 행보

탄력근로 확대 합의·규제혁신 속도…勞 반발엔 "대화 테이블 나오라"
"고용위기에 재계 러브콜 불가피" 관측…"기득권 해체 과정" 분석도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일자리 지키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노동계와의 관계 재설정을 고민하고 재계를 끌어안는 듯한 행보를 보여 주목된다.

전통적 지지기반인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탄력근로제 확대를 서두르는가 하면 기업들의 숙원사업인 규제완화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는 등 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이해찬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이해찬(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8.10.10
toadboy@yna.co.kr

민주당의 이런 변화는 지난 5일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를 계기로 단적으로 드러났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늘리는 방안은 애초 자유한국당이 요구하고 정의당이 반대해 절충점을 찾기 어려웠으나, 민주당이 당일 협상 테이블에서 한국당 편을 들어 합의문에 포함했다.

사흘 뒤에는 여야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탄력근로제 확대를 위한 법안을 올해 안에 처리하기로 전격 합의함으로써 민주당의 적극적인 의지가 거듭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노총이나 전교조가 더이상 사회적 약자는 아니다. 사회적 책임을 나누는 결단도 함께 해줘야 한다"고 언급, 과거와 달라진 인식을 숨기지 않았다.

이 같은 기류는 정부·여당의 노동정책을 한결같이 비판해온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뿐만 아니라 정책파트너로서 역할 해온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의 반발까지 불렀다.

이들은 민주당이 노동계와 거리를 두는 대신 재계를 끌어안으려 애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마저 그런 관측이 일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은 최근 당내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금융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한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법 개정 논의에 무게를 싣고 있다.

민주당이 규제혁신 법안에 매진하는 명분은 혁신성장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노형욱 신임 국무조정실장을 임명하면서 "많은 과제 중 (가장) 시급한 것은 규제혁신"이라고 강조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다만 인터넷은행법 논의에서도 노출됐듯이 과감한 규제혁신이 일부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지속해서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밖에 노동계는 정부·여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광주형 일자리'에도 불만이 많다. 임금을 줄이고 일자리를 늘려 노사가 상생하는 방안이라는 설명에 대해 소득주도성장에 반한다며 맞서고 있다.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서울=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8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현안논의 관련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2018.11.8
mtkht@yna.co.kr

최근 민주당과 노동계 사이의 불화를 읽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연말 취업자 변동치가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민주당이 재계를 향해 민생경제 회복에 협조해달라고 호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관측이 있다.

이해찬 대표가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규제완화와 분배확대를 위한 빅딜을 제안한 점에 상당히 주목한다"며 사실상 희망사항을 밝힌 것은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다시 말해 기업이 원하는 것(규제완화)을 해주되 사회적 책임(분배확대)도 끌어내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당정이 추진하고 재계가 반대하는 협력이익공유제가 대표적 사례다.

여당이 재계와 '빅딜'을 시도한다고 가정할 경우 이 과정에서 노사 대결의 한 축인 노동계의 상대적 박탈감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와 관련, 노동계 출신 민주당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일자리가 워낙 안 만들어지다 보니 다급해진 것 같다"며 "노동계와도 좀 더 조심스럽게 소통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이 큰 틀에서 노동계와 재계의 극단이 독점한 기득권을 해체함으로써 양극화를 해소하고 중산층을 두텁게 하기 위한 장기 전략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여당의 노동정책에 무조건 반대하는 '강성 노조'와 사회적 책임을 도외시하는 '갑질 대기업'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 한국 경제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실제 홍영표 원내대표는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회적 대화에 응하지 않으면서 개악이라고 반대만 하는 것은 책임 있는 경제 주체의 모습이 아니다"고 민주노총에 날을 세웠다.

그는 이어 "이익공유제는 기존의 약탈적인 원·하청 방식을 대신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 대기업의 관행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노조든 대기업이든 기득권을 가졌다면 개혁 요구에 피곤해할 것"이라며 "체질을 바꾸려니 몸살이 나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발언하는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발언하는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왼쪽 두번째)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에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오른쪽 두번째)과 주요현안 간담회를 하던 중 발언하고 있다. 2018.11.9
kane@yna.co.kr

hanjh@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8/06/07 09:3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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