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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수억원 드는 결혼…동거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동거 경험자 4명 중 1명, 결혼 비용 등으로 동거 택해
동거 사실 모두에게 알렸다고 답한 이는 6.3%에 불과
"시간 흐를수록 동거 바라보는 시선도 자연스럽게 바뀔 것"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최유진 인턴기자 = "동거를 소재로 다룬 드라마가 방영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 그에 대한 인식은 별반 달라진 것 같지 않아요."

직장인 이모(36)씨는 얼마 전 동거 사실을 가족에게 알렸다가 상처만 받았다. '철이 없다' '결혼 안 하니' 등 부정적인 반응 일색이었다. 이씨는 "단순히 더 놀기 위해, 책임을 피하기 위해 동거를 택한 것은 아니"라며 "세상은 달라지고 있는데, 동거에 대한 편견은 그대로인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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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지만 결혼하지는 않는다. 정식 부부가 되기까지 여력이 없어서, 결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등 이유는 다양하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동거를 찬성하는 이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동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관련 제도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우리 동거합니다"라는 말이 편견의 시선을 받지 않는 날은 언제일까.

◇ 결혼하지 않아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랑이 결혼까지 이어지면 좋겠지만 쉽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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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안모(34)씨는 3년 넘게 만난 여자친구가 있다. 결혼은 미정이다. 꿈은 꿨다. 이내 현실적인 제약에 막혔다. 대안은 동거다. 안씨는 "동거가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사랑하는 사람과 공간을 공유한다는 사실은 결혼과 똑같지 않으냐"고 말했다.

안씨처럼 동거에 대한 거부감은 줄고 있다. 지난 6일 통계청이 발표한 '사회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13세 이상 인구 중 결혼하지 않아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줄곧 증가하고 있다.

2010년 40.5%에서 2012년 45.9%, 2014년 46.6%에 이어 올해는 56.4%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동거는 해도 결혼은 안 한다고 생각하는 여성들이 늘었다"며 "여성들의 자아실현 욕구가 예전보다 커졌고, 이를 포기하지 않고는 결혼 생활을 이루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감소하는 추세다. 2010년 64.7% 이후 조사마다 감소해 올해는 48.1%까지 떨어졌다. 절반 미만으로 내려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결혼은 의무'라는 인식은 여성이 더 옅다. 43.5%로 남성보다 10%포인트가량 낮다.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결혼은 필수라는 인식은 흐려지고 동거 인구가 느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이미 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의 경우에는 동거도 새로운 가족 구성 형태로 인정하는 움직임이 진행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 왜 동거하세요? 물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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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를 택한 이유는 다양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동거 경험자 4명 중 1명은 '혼인 의사는 있지만 내 집 마련이나 결혼식 비용 등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동거를 택했다고 밝혔다. 이어 '혼인 계획은 없지만 의지하며 같이 지내고 싶어서'(19%), '생활비 절약을 위해'(18.6%), '혼인 의사는 있지만 같이 살아보며 상대에 대한 확신을 가지려고'(17.4%) 등이 뒤를 이었다.

직장인 이모(26)씨도 마찬가지다. 이씨는 지난해부터 6년간 사귄 남자친구와 동거를 시작하며 100만원에 달하던 월세가 절반으로 줄었다. 그는 "서울의 비싼 주거비를 감당하기 위해 동거를 시작했다"며 "신혼집 마련은 더 힘들다. 결혼의 한 대안으로 동거를 택했던 이유"라고 말했다.

대학교 시절 동거 경험이 있던 김모(34)씨는 "당시 결혼 계획은 없었지만 연인과 보내는 시간을 늘리고 싶어 함께 살게 됐다"며 "어렴풋이 '결혼하면 내 삶이 이렇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변수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재 동거를 택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혼으로 가기까지 과정 단계로서의 동거와 결혼를 거부하고 그 대안으로 택하게 된 동거다.

손호철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결혼할 마음은 있지만 동거를 택한 청춘들의 경우, 취업이나 저축, 집 구하기 등 결혼을 위해 달성해야 하는 목표를 이루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발표한 '2018 결혼 비용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신혼부부의 평균 결혼 자금은 2억3천85만원이다. 신혼집 마련이 1억6천791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예물과 예단이 각각 1천400여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예식장 비용(1천324만원)이나 혼수용품(1천200만원) 등으로도 큰돈이 들어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듀오 김승호 홍보팀장은 "안정된 일자리를 갖지 못하면 결혼 포기 확률도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 잘못됐다는 시선으로 바라보지 말아 주세요

동거하지만 동거한다고 밝히기는 힘들다. 동거 경험자 중 동거 사실을 모두에게 알렸다고 답한 이는 6.3%에 불과했다. 상당수가 일부에게만 공개(66.8%)했거나,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26.9%)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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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를 꺼린 이유 중 절반은 '다른 사람들이 안 좋게 생각하거나 편견을 가지고 볼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거를 이유로 타인에게 차별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연령대가 높을수록 심화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6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60대 이상은 동거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71.1%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50대 역시 64.8%로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반면에 동거에 찬성한다고 밝힌 20대와 30대는 61.5%, 62.8%로 나타났다.

공모(59)씨는 지난해 여자친구와 동거를 시작하겠다는 아들을 호되게 꾸짖었다. 공씨는 "아직 20대인 어린 나이라 동거 생활로 인해 직장이든 학업이든 제대로 챙기지 못할 것 같아서 반대했다"며 "자식이 바른길로 갔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고 말했다.

이처럼 동거를 가족의 한 형태라고 인정하지 않는 시선은 여전히 존재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생활하는 남녀도 가족이다'라는 개념에 동의하지 않는 비율은 38.3%로 나타났다. 만 19세에서 69세 이하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다.

정근식 교수는 "동거가 기존의 가족 제도의 안정성을 파괴한다는 의견도 있다"며 "이 때문에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 충돌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 '동거 가족도 사회 구성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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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동거 가구가 앞으로도 증가할 가능성이 큰 만큼 사회적인 인식 전환과 함께 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변수정 부연구위원은 "동거 가족뿐 아니라 다양한 상황에 있는 가족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이해 교육 및 캠페인 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일반 국민 절반 이상은 '가족 유형에 따른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는 "스웨덴은 동거문화가 1970년대 이후 빠르게 퍼지기 시작하면서 동거 부부의 법적 지위 인정과 함께 이들의 출산, 육아 관련 사회 복지혜택을 제공했다"며 "이를 통해 출산 기피 현상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동거 부부도 아동수당, 출산휴가, 저소득층 주거수당, 양성평등 출산보너스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의 경우도 비슷하다. OECD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의 혼외 출산율은 가장 높은 수준에 속한다. 전체 출산 중 혼외 출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1990년에 이미 절반에 육박했다. 이 때문에 동거를 새로운 가족 구성의 하나로 인정하는 시민연대계약(PACS)이 1999년 도입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 관련 법의 개정으로 PACS 커플에게 보장되는 사회 경제적 권리와 의무는 결혼한 부부와 거의 유사한 수준으로까지 확대됐다.

시간이 흐를수록 동거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리라는 전망도 있었다.

함인희 교수는 "학생들 가운데 '나 동거하고 있다'고 당당히 말하는 이도 많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동거를 바라보는 시선도 더 자연스럽게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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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동거도 결혼의 한 형태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에 20, 30대 등 젊은 세대 과반수가 찬성했다. 60세 이상보다 10%포인트 이상 많은 비율이다.

함 교수는 "결혼 대신 동거를 택한 것은 결혼 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거부감에서 나온 결과"라며 "단순히 금전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출산 후 경력 단절, 진로 탐색 등 결혼으로 포기해야 할 게 많다고 느끼기 때문이다"라고 해석했다.

올해 초 여자친구와 동거를 시작한 A 씨는 "내 집 마련을 포함해 수억원이 드는 결혼은 너무나 큰 벽으로 다가왔다"며 "내 현실에서 동거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고 말했다.

(인포그래픽=장미화 인턴기자)

shlamazel@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8/11/16 17:3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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