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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화재 '기러기 아빠' 생존자 "한푼이라도 아끼려 장기투숙"

"'우당탕탕' 소리에 문 열었더니 연기가"…비상문 손잡이 잡았다가 2도 화상
가을 끝자락 화재 참사
가을 끝자락 화재 참사(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9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한 고시원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2018.11.9
hihong@yna.co.kr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아래층에서 '우당탕탕' 소리가 나길래 싸움이 난 줄 알았어요. 여긴 싸우는 일이 없는데, 이상하다 했더니 불이 난 거였어요."

9일 서울 종로구 관수동 국일고시원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의 도움으로 빠져나오는 데 성공한 정 모(62) 씨는 화상을 치료 중인 서울 중구의 한 병원에서 기자를 만나 사고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옥탑 층에 거주하는 정씨는 불이 난 직후 아래층에서 나는 둔탁하고 시끄러운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다. 항상 조용하던 고시원에서 벌어진 소란에 당황한 정씨는 아래층으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가 연기에 휩싸이고 나서야 불이 난 것을 깨달았다.

불이 난 걸 깨달은 정씨는 옥상으로 통하는 비상문을 열기 위해 달궈진 손잡이를 잡았다가 양손에 2도 화상을 입었다. 평소에도 문고리가 조금 뻑뻑했던 비상문은 정씨가 당황했던 탓인지 잘 열리지 않았고, 연기가 자욱해 호흡이 가빠왔다.

정씨는 "'아이고 큰일 났다, 어떡하지?' 하면서 혼자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마침 소방관들이 도착해 마스크를 씌워줬다"며 "(소방관들 도움으로) 아래층으로 내려가 건물을 빠져나왔다"고 급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건물을 나오면서 보니까 불길이 건물 바깥까지 뻗는 게 보였다"며 "건물을 빠져나오고 나와서야 숨을 쉴 수 있었다. '아,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기자로부터 이날 불로 숨진 사람이 현재까지 7명이라는 말을 듣고 놀랬다. 그는 "다들 자는 중이라 (탈출할) 경황이 없어서 그랬던 게 아닐까 싶다"며 안타까워했다.

정씨는 "(고시원 건물에) 스프링클러 자체가 없다"며 "소화기는 있었는데 정신이 없어 불을 끌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소방관들이 자주 점검을 하고 복도에 물건을 쌓아두지 못하게 관리해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종로 고시원 화재사고
종로 고시원 화재사고(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9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한 고시원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2018.11.9
hihong@yna.co.kr

정씨는 2000년대 초반부터 아내와 아들이 있는 부산을 떠나 홀로 서울에서 일하며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해왔다. 6∼7년 전부터 국일고시원에 장기 투숙하며 관리비나 전기·수도세를 따로 내지 않고 40여만원을 월세로 냈다.

고시원에 머문 이유를 묻자 정씨는 "괜히 보증금을 걸고 (다른 주거지에서) 지내기보다 아들도 장가를 가야 하니까 한 푼이라도 절약하려고 그랬다"며 "희망이 있고 미래가 있으니까, 아직 나이가 있어도 포기 안 하고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오피스텔은 아무리 작은 곳도 매달 80만 원은 써야 한다. 관리비도 나가고, 수도·전기세도 전부 따로 내야 한다"며 "여기(고시원)는 그런 게 없다"고 말했다.

정씨는 사고 직후 부산에 있는 아내에게 전화해 고시원에 불이 나 입원했다고 설명했다. 전부 불에 타 쓸 수 없게 됐으니 옷을 가져오라고도 부탁했다. 그의 아내는 "구사일생으로 살았다"며 안도했다고 한다.

정씨는 양손과 얼굴에 화상을 입고 연기를 마셔 시커먼 가래가 나오고 있어 한 달가량 입원해야 한다. 생계가 걱정되지 않는지 묻자 정씨는 덤덤한 목소리로 "크게 문제 될 수 있을까? 맞춰서 살면 된다"고 답했다.

jaeh@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8/11/17 09: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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