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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친절한 형제의 나라 터키

송고시간2018-11-05 10:30

터키의 대표적인 사원 ‘블루 모스크’. 연합DB

터키의 대표적인 사원 ‘블루 모스크’. 연합DB

드디어 가장 오고 싶었던 나라 터키에 왔다. 내가 묵는 숙소는 이스탄불 여행자거리에 있어 보이는 모든 게 유적지다. 옛 건물들이 잘 보존돼 과거로 여행을 온 듯하다. 그중에서도 이스탄불은 곳곳에 과거의 찬란한 흔적이 많고, 현대 도시의 면모도 있어 신비로웠다.

돌마바흐체 궁전은 유럽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 14t의 금을 들여 현존하는 궁전 중 가장 화려하다는 평을 듣는다. 그 외에도 화병, 촛대, 샹들리에 등이 찬란하게 빛나며 호화로움의 끝을 보여줬다. 과거나 현재나 인간의 욕망은 무한대라는 생각도 들었다.

‘대포 문’이란 뜻의 톱카프 궁전은 엄청난 크기와 잘 가꿔진 정원이 볼만 하지만 보스포루스 해협이 내려다보이는 높은 곳에 있어 빼어난 주변 경관과 어우러지는 전경이 멋있다.

성소피아 성당을 본떠 만들었다는 술탄아흐메트 모스크는 사원 내부가 다양한 청색 타일로 장식돼 있어 ‘블루(blue) 모스크’라고도 불린다. 술탄의 권력을 상징하는 6개의 높은 기둥이 멀리서도 눈에 확 띄었다.

터키를 대표하는 사원답게 모스크에는 관광객이 넘쳤다. 화사한 꽃이 핀 정원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샹들리에 불빛이 푸른 타일에 빛을 던지고 있었다. 서늘하고 고요한 실내 분위기가 관광객들로 복잡한 이스탄불 한복판에서 경건함을 느끼게 했다.

내 숙소 주인은 한국어가 유창한 터키인이었다. 숙소에 주방까지 구비했는데, 이 호사를 누리기 위해 당근과 계란, 시금치를 사다 된장국을 끓이고 김밥도 말았다. 다른 유스호스텔에선 된장 냄새를 피울 수 없는데 여긴 한국인이 많아 가능했다.

루마니아에서 갖고 온 치즈를 김밥에 넣었는데 찬밥까지 섞으니 5개나 완성됐다. 다른 한국인 여행객과 나눠 먹는데 일본인이 들어왔다. 그들에게도 권하니 맛있다며 잘 먹었다. 그들도 나처럼 2년 동안 세계를 여행하는 중인데 코스가 비슷했다.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는 타이완 친구도 합류해 김밥과 된장국을 단번에 먹었다. 된장국도 세 그릇이나 뚝딱 비우는 것을 보니 한국 음식은 누구나 좋아하는 것 같았다.

트로이로 가기 위해 차낙칼레에 도착한 뒤 짐을 풀자마자 거리로 나갔다. 모처럼 식당에 갈까 하다가 밥과 반찬을 포장해왔다. 터키 음식은 대체로 짜고, 향이 강한 고수를 건져내야 할 때가 있지만 대부분 입맛에 맞는다. 하지만 이 반찬은 너무 느끼해 남기고 말았다.

한 시간 간격으로 오는 버스를 타고 30여 분을 달려 트로이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 유명한 목마는 유적지 입구에 멋없이 서 있고, 안으로 들어가니 부서진 대리석 몇 개와 허물어진 벽돌담이 전부여서 조금 싱거웠다.

트로이 목마가 등장했던 시절에는 유적지 바로 앞이 백사장이었다는데 지금은 밭이었다. 멀리 보이는 에게해의 푸른 물이 하늘처럼 보여 아름다웠지만 ‘너무’ 멀었다. 영화 ‘트로이’의 주인공 브래드 피트를 생각하며 비슷한 사람을 찾아봤지만 평범한 남성들뿐이어서 낭만도 무너졌다.

다음 행선지는 아소스. 유스호스텔을 검색하다가 바닷가의 파라다이스 호스텔을 예약했다. 여기서 아소스까지 가려면 버스를 30분쯤 더 타야 하지만 에게해를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다.

밤이 되니 바닷가의 호화로운 크루즈에서 환한 조명을 밝혔고, 언덕의 집들도 불을 환히 켰다. 옥상에 올라가서 보니 더 매혹적이었다. 혹시 터키 여행에서 맘에 안 드는 게 있었더라도 이 야경만으로 모두 용서될 정도였다.

아소스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페르시아 원정 당시 전략적 요충지였던 유적지다. 아테네 신전과 원형극장, 목욕탕 등이 있지만 제대로 복원하지 않아 폐허에 가까워 에게해만 실컷 봤다.

하얀 석회층이 활짝 핀 목화 꽃을 연상시키는 ‘파묵칼레’. 연합DB

하얀 석회층이 활짝 핀 목화 꽃을 연상시키는 ‘파묵칼레’. 연합DB

파묵칼레로 가기 위해 다시 버스에 올랐다. 터키에서는 버스에 타면 향기로운 휘발성 세제를 나눠준다. 손에 바르고 비비면 금세 날아간다. 청결을 중시해서인지, 식당에서 음식을 포장해올 때도 물티슈를 여러 개 준다.

파묵칼레란 ‘목화의 성’이란 뜻이다. 하얀 석회층이 절벽의 한쪽 면을 빼곡히 채우고 있어 소금을 뿌려놓은 것 같기도 하고, 목화 꽃이 핀 것 같기도 하다. 푸른 물을 품고 있는 수많은 석회층은 햇빛에 청아하게 빛나거나 노을과 함께 붉게 물든다. 모든 상념이 사라지는 색다른 풍경에 떠나기가 아쉬웠다.

이밖에도 터키는 지구 상에서 보기 힘든 아름다운 자연을 많이 갖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나라여서 맛있는 음식이 많고 친절함까지 넘치는 나라. 오랜 시간 공들여 여행하고 싶은 곳이었다.

[마이더스] 친절한 형제의 나라 터키 - 3

오현숙

- 배낭여행가 / 여행작가 / 약 50개국 방문

- 저서 <꿈만 꿀까, 지금 떠날까> 등

- insumam42@ 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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