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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팀 이끈 머리 감독, 선수들 집단 반발에 재계약 불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 지도방식·선수 기용에 불만
[올림픽] 환호하는 머리 감독
[올림픽] 환호하는 머리 감독(강릉=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14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B조예선 3차전 남북 단일팀과 일본 경기에서 득점한 단일팀 세라 머리 감독이 환호하고 있다. 2018.2.14
tomatoyoon@yna.co.kr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이끈 새러 머리(30·캐나다) 감독이 선수들의 집단 반발 탓에 재계약이 불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북한 선수들과 역사적인 단일팀을 이뤄 전 세계에 감동을 안겨준 한국 대표팀이 실제로는 내부적으로 곪을 대로 곪아 있었던 것이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내고 "새러 머리 감독의 계약 만료 이후 공석이던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사령탑에 김상준 감독 선임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2014년 9월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머리 감독의 계약 기간은 올해 4월 세계선수권대회까지였다.

계약 기간이 만료된 것은 맞지만, 협회 쪽에서 먼저 단일팀을 성공적으로 이끈 것을 포함해 재임 기간 눈부신 성과를 낸 머리 감독 재계약에 적극적이었다.

머리 감독도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까지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길 원했지만, 재계약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표팀 선수들이 머리 감독을 교체하라고 집단 반발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이탈리아 아시아고에서 열린 2018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세계선수권 디비전 1그룹 B(3부리그) 대회를 앞두고 선수들은 훈련을 거부했다.

선수들은 협회 쪽에 서한을 보내 머리 감독과의 재계약을 재검토하지 않는다면 세계선수권대회를 보이콧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평창올림픽에 출전했던 선수 23명 중 무려 21명이 머리 감독의 재계약 반대 서한에 사인했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2014년 9월 머리 감독의 부임과 협회의 전폭적인 지원이 맞물리면서 괄목할만한 변화를 이뤄냈다.

1999년 이래 네 차례 참가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15전 전패에 4골을 넣고 242골을 내줬던 대표팀은 지난해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첫 승을 거뒀을 뿐만 아니라 3승을 수확하며 역대 최고 성적을 올렸다.

작년 4월 강릉에서 열린 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 2 그룹 A(4부리그)에서는 5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올렸다.

올해 2월 열린 2018 평창올림픽에서는 비록 5전 전패로 최하위에 그쳤지만, 남북 자매가 하나가 돼 투혼을 펼치던 모습은 전 세계에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단일팀이 하나가 된 데에는 머리 감독이 정치적인 부담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잘 잡아준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머리 감독에게 찬사가 쏟아졌지만, 선수들의 생각은 달랐다. 선수들은 머리 감독의 지도력과 선수 기용 방식에 오랫동안 불만을 품어왔다.

머리 감독이 추앙받으면 받을수록 선수들의 불만은 더욱 고조됐고,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폭발했다.

머리 감독은 백지선(51·영어명 짐 팩) 프로그램 디렉터 겸 남자 대표팀 감독 추천으로 2014년 9월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머리 감독은 당시 나이 26세로 파격적 선임이었다. 감독 경험도 전혀 없었다.

그런데도 백 감독이 그를 추천한 배경에는 전 캐나다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이자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 감독이었던 새러의 아버지 앤디 머리가 있었다. 새러 머리 감독은 아버지와 거의 매일 국제전화를 하며 조언을 들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았다.

보통 아이스하키에서는 한 번 라인을 구성하면 부상이 발생하지 않는 한, 쉽게 라인을 바꾸지 않는 편인데, 머리 감독은 경기 중에도 라인을 수시로 교체했다.

기술 훈련에서도 초보적인 수준의 훈련만 반복되자 선수들은 "머리 감독 때문에 자신들의 기량이 늘지 않는다"며 불만을 가졌다.

머리 감독의 지도 스타일이나 방식 등은 서로 충분히 대화로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문제였지만 선수들은 극단적인 방식을 택했다.

협회는 우여곡절 끝에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3승 1연장승 1패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머리 감독도 동행했지만, 벤치에는 앉지 않았다. 김도윤 코치가 대신 벤치에 앉아 선수들을 지휘했다.

협회는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했지만, 선수들의 거듭된 반대 속에 머리 감독은 재계약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돌아가 현재 미네소타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아이스하키팀 감독을 맡았다.

협회는 집단 항명 사태를 일으킨 선수들에게 6개월 국가대표 자격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전 협회 고위 관계자는 "머리 감독이 지도자로서 경험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감독으로서 성과가 뛰어났다. 단일팀이 갑자기 성사됐을 때 우리 선수들 편에서 선수들을 지키려고 했던 게 머리 감독이었다"며 "그런데도 선수들이 단체로 감독을 교체하라고 나선 것은 지금 생각해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너무나 성급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올림픽] 남북단일팀 승리를 위해 파이팅
[올림픽] 남북단일팀 승리를 위해 파이팅(강릉=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11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세라 머리 총감독과 북한 박철호 감독,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2018.2.11
ccho@yna.co.kr

changyo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8/10/18 09:3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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