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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집안일, 도와주는 게 아니라 같이 하는 거잖아요"

무급 가사노동 가치 360조원…여성 가사노동, 남성의 3배 넘어
맞벌이 가구라도 집안일 불균형…"가사노동은 여성 전유물"
"여성 사회 참여 늘었지만 가사노동에 대한 인식은 과거와 같아"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최유진 인턴기자 = 오전 6시 기상. 오전 7시까지 남편과 아이들 아침 식사 준비. 오전 8시 어린이집 들렀다 출근. 오후 6시 퇴근 후 어린이집에서 아이 데리고 오후 7시 30분 귀가. 오후 8시까지 저녁 준비. 오후 10시 30분까지 설거지, 빨래, 청소 등 집안일 마무리. 오후 11시 30분 취침.

5년 전 결혼한 김 모(34) 씨의 일과다. 밀려드는 육아와 집안일로 24시간이 모자라다. 그러나 그만큼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일이기도 하다. 김 씨는 "회사 일은 10분 단위까지 계산해서 수당을 주지만 집안일은 해도, 안 해도 티가 안 난다"며 "설령 힘들어도 연차를 낼 수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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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도 없이 매일 하는 일. 반복적이다. 정년퇴직도 없다. 그러나 돈을 받지는 않는다. 집안일 얘기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는 300조원이 넘는다. 여기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남성의 3배다. 여전히 가사노동의 몫은 여성이란 의미다. 이런 부담으로 결혼을 망설이는 여성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사노동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의식 전환 등을 통해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가사노동 가치는 올라가지만…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면 실적도 나고 승진도 하겠죠. 그런데 집안일은 그렇지 않잖아요."

결혼 30년 차인 김 모(59)씨의 푸념이다. 김 씨는 "수십 년을 가족을 위해 일했지만 나에게 남은 것은 없었다"며 "'그동안 내 노동의 가치는 얼마였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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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 생산 위성 계정 개발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무급 가사노동의 경제 가치는 360조7천300억원이다. 같은 시기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4.3%를 차지한다. 무급 가사노동이란 가정 관리(음식 준비 청소 등), 가족 돌보기 등을 말한다.

무급 가사노동은 꾸준히 늘고 있다. 1999년 145조원에서 2004년 201조원, 2009년 270조원으로 집계할 때마다 30% 이상 늘었다. 300조원이 넘은 것은 2014년이 처음이다.

명목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04년 23%, 2009년 23.5%, 2014년 24.3%로 완만하게 늘었다. 1인당 무급 가사노동가치도 1999년 311만원에서 2014년 710만8천원으로 증가했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육아나 집안일 등을 외부인으로 쓴다고 가정했을 경우, 가사노동은 집계 이상의 비용이 나올 확률이 높다"며 "일하는 여성이 증가함에 따라 가사 노동에 대한 가치는 앞으로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하루 가사노동시간, 여성 3시간 5분 vs 남성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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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의 가치는 올라가고 있지만 대부분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는 이는 여성이다. 무급 가사노동가치 총액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75.5%다. 1999년 79.9%에서 지속해서 감소한 결과이지만 여전히 절대적인 비중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생활시간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하루 중 가사분담에 할애하는 시간은 여성이 3시간 5분, 남성이 42분으로 나타났다.

가사분담은 여성의 몫이라는 인식도 크다. 2016년 기준으로 가사분담은 '부인이 주로 하지만 남편도 분담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남성은 43%로 나타났다. 같은 질문에서 여성은 36.2%를 기록했다. 반면 '남편이 주로 하지만 부인도 분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남성은 2.4%에 그쳤다. 부인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여기는 비율도 5.8%로 나타났다.

이런 인식은 성 역할에 대한 인식이 전통적일수록 심화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사화과학연구원이 펴낸 '맞벌이 부부의 가사노동시간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부부가 비전통적인 성 역할관을 지닐수록 아내의 가사 노동 시간은 짧아지는 반면 남편은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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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와주는 게 아니라 같이 하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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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주는 게 아니라 같이 하는 거라고 수차례 말했죠."

지난해 결혼한 박 모(32)씨는 최근 다툼이 잦다. 집안일 배분 때문이다. 박씨는 "같이 직장 다니는 처지인데, '집안일은 늘 내가 더 많이 한다'고 남편에게 말하면 그제야 마지못해 '이번에는 도와줄게'라는 식의 답변이 돌아온다. 그런 답을 들으면 속이 상한다"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라 할지라도 여성이 지는 가사노동의 무게는 더 무겁다.

통계청에 따르면 맞벌이 부부의 경우, 남성의 무급 가사노동 액수는 56조8천310억원으로 여성에 비해 37조원 가량 적었다.

맞벌이 가구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시간을 조사한 결과, 2014년 기준으로 남성은 40분, 여성은 194분으로 나타났다. 2004년에 비해 남성은 8분 증가했고, 여성은 14분 감소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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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건사회연구원 측은 지난해 펴낸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가구의 형태가 남성이 생계를 책임지는 것에서 맞벌이로 달라지고 있음에도 가사노동은 여성의 전유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2016년 기준 맞벌이가구는 전체의 44.9%에 달한다. 2013년 42.9% 이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홍석철 교수는 "맞벌이 가구 내에서 가사노동에 대한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 양성평등 의식과 정부 지원 급선무

전문가들은 가사노동에 대한 인식 개선과 정부의 적절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의 가사노동 현황을 조사한 결과, (양육 수당이나 아이 돌봄 서비스 등) 공공 가족 지원이 많은 국가일수록 여성의 가사노동 부담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에서부터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정자 한국양성평등연구원 원장은 "과거에는 '남자가 부엌 들어가면 절대 안 된다'라고 가르치는 부모도 많았다"며 "이제는 가사 일은 남녀 구분 없이 함께하는 것이라고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인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위원(일과 건강 사무처장)은 가사노동을 공기에 비유했다. 반드시 있어야 하지만 소중함은 모르기 때문이다. 그는 "여성의 사회 참여는 늘고 있지만 가사노동에 대한 인식은 과거와 별반 다를 게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가사노동의 부담을 이유로 아예 결혼을 포기하는 미혼 여성도 늘고 있다"며 "특히 육아의 경우에는 국가가 나서서 사회적인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0대 여성의 경력단절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은 육아(36.5%)로 나타났다. 임신 및 출산(29.5%), 자녀 교육(2.7%) 등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대학원 수료를 앞둔 김 모(28) 씨는 "집안일이 여성에게 쏠리는 현실과 경력단절이 걱정돼 결혼이 망설여진다"며 "아무리 남자들이 참여한다고 해도, 결국 최종 책임은 여자 아니냐"고 말했다.

(인포그래픽=장미화 인턴기자)

shlamazel@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8/10/14 08: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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