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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 땅 LPGA투어 대회 도전하는 17세 교포 소녀 노예림

송고시간2018-10-08 06:06

KEB 하나은행챔피언 유일한 아마추어 출전자

스카이72골프클럽에서 연습 라운드에 나선 노예림.[인천=연합뉴스]
스카이72골프클럽에서 연습 라운드에 나선 노예림.[인천=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부모님께 빨리 효도하고 싶어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프로 선수가 되려고요."

오는 11일 인천 스카이72 골프클럽 오션코스(파72)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는 아마추어 선수가 딱 한명 출전한다.

LPGA투어 상위권 선수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정상급 선수 70여명이 출전해 컷없이 4라운드를 치르는 이 대회에서 아마추어 선수가 출전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주인공은 재미교포 노예림(17)이다.

미국에서 태어나서 자랐지만 노예림은 엄연한 한국인이다. 1998년에 미국에 이민 온 아버지 노성문 씨와 어머니 김지현 씨가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노예림도 한국 국적을 갖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콩코드에 사는 노예림은 지난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위티어에서 열린 하나금융그룹 박세리 주니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이 대회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노예림은 박세리 주니어 챔피언십 우승으로 뜬 반짝 스타가 아니다.

이미 미국 주니어 골프에서 이름난 강자다. 박세리 주니어 챔피언십 우승에 앞서 이미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 주관 대회에서 4승이나 올렸다.

박세리 주니어 챔피언 우승 이후에도 노예림은 주니어 PGA 챔피언십, US여자주니어 챔피언십, 그리고 캐나다여자아마추어챔피언십 등 굵직한 대회에서 3연속 우승을 따냈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주니어 라이더컵에 출전한 뒤 라이더컵을 참관하고 한국에 온 노예림을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을 개최하는 스카이72골프클럽 오션코스에서 만났다.

이날 생전 처음 한국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해봤다는 노예림은 "코스가 마음에 든다"고 첫인상을 밝혔다.

175㎝의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빠르고 강한 스윙으로 드라이버샷 비거리가 270야드를 가뿐하게 넘기는 노예림은 "처음 보는 코스라서 조심스럽게 쳤다. 다음 번 연습 때는 파5홀에서 투온을 시도하는 등 공격적으로 쳐보겠다"고 말했다.

노예림은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출전권을 따고 싶어 만사를 제치고 박세리 주니어 챔피언십에 출전했다고 털어놨다. 또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출전을 위해 애초 염두에 뒀던 LPGA투어 퀄리파잉스쿨 예선전도 포기했다.

노예림이 이렇게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출전을 원한 것은 무엇보다 프로 무대의 수준 높은 경기를 직접 체험하고 싶어서다.

노예림은 지난 6월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일생일대의 큰 결정을 내렸다. 입학 허가를 받아놨던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에 입학 지원을 철회했다.

대학 진학 대신 프로 무대에 진출하겠다는 결심을 했기 때문이다.

아버지 노성문 씨와 어머니 김지현 씨는 대학에 가라고 권했지만 노예림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어차피 프로 선수가 되려면 하루라도 빨리 프로가 되는 게 낫겠다 싶었다"는 노예림은 "올해 골프에 대한 자신감도 부쩍 커진 것도 이런 결심을 내린 배경"이라고 밝혔다.

캐나다여자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으로 LPGA투어 CP 여자오픈에 출전한 노예림은 거뜬히 컷을 통과하고 공동46위로 아마추어 선수로는 최고 성적을 냈다.

하지만 노예림이 하루 빨리 프로 선수가 되기로 결심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저를 골프 선수로 키우려고 많은 걸 희생한 부모님께 보답하고 싶다"고 노예림은 살그머니 털어놨다.

노예림의 부모는 1998년 미국에 이민 와 일식당을 운영하며 외동딸을 키웠다.

썩 쪼들리지는 않았지만 딸이 커가면서 기량이 늘어날수록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US여자주니어챔피언십 우승 사진.[노예림 제공]
US여자주니어챔피언십 우승 사진.[노예림 제공]

프로 전향을 결심했지만 노예림의 미래는 장밋빛만은 아니다.

내년 7월에 만18세가 되는 노예림은 내년 가을에 LPGA투어 퀄리파잉스쿨에 응시할 계획이다.

그때까지는 초청을 받거나 월요예선을 통해 LPGA투어 대회에 출전한다는 구상이다.

노예림은 그러나 큰 걱정은 않는다.

노예림은 "나 자신을 믿는다. 그리고 열심히 훈련해서 실력을 끌어올리겠다"고 힘줘 말했다.

드라이버 헤드 스피드가 시속 160㎞를 웃도는 노예림은 당장 LPGA투어에서도 최상위권으로 꼽히는 장타력을 갖췄고 아이언을 다루는 솜씨가 빼어나다.

바람 속에서 낮은 탄도로 치는 펀치 샷을 비롯해 기술 샷도 꽤 능숙한 편이다. 다만 퍼트가 아직은 불안할 때가 많다.

물론 퍼트가 잘 될 땐 못 말린다. 주니어 PGA 챔피언십 때는 4라운드 동안 버디 25개를 잡아내고 보기는 딱 1개 밖에 적어내지 않았다.

노예림은 "퍼트 실력을 가다듬는 게 가장 큰 숙제"라고 말했다.

타이거 우즈를 누구보다 좋아하는 노예림의 꿈은 물론 LPGA투어에서 최고 선수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겸손하고 따뜻한 품성의 선수"가 추구하는 목표라고 밝혔다.

이번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노예림의 목표는 20위 이내다.

그는 "처음 출전한 LPGA투어 대회였던 CP여자오픈에서는 목표로 삼았던 컷 통과는 성공했다. 하지만 공동46위라는 최종 성적은 조금 아쉬웠다. 컷이 없는 대회에서 20위 이내에 든다면 내 기량을 나 자신이 믿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5년 만에 찾은 부모님의 나라에서 맛있는 '원조' 한국 음식을 먹을 생각에 더 설렌다고 살짝 속마음을 공개할 때는 노예림은 영락없는 17살 소녀였다.

스카이72골프클럽에서 연습 라운드 도중에 공짜로 주는 붕어빵을 2개나 먹었다는 노예림은 "떡볶이와 어묵을 가장 좋아한다"면서 "실컷 먹고 가겠다"고 웃었다.

노예림의 스윙.[인천=연합뉴스]
노예림의 스윙.[인천=연합뉴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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