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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서 눈 감은 허수경 시인…향년 54세(종합2보)

위암 말기 투병하다 별세…26년간 독일서 고고학 연구하며 시 써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독일로 건너가 꾸준히 시를 쓴 허수경 시인이 지난 3일 오후 7시 50분 별세했다.

시인의 작품을 편집·출간한 출판사 난다 김민정 대표는 4일 연합뉴스에 "어제저녁 시인이 세상을 떠나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자택에서 밤새 병세가 악화해 다음 날 아침(현지 시간)에 눈을 감으셨다고 한다. 장례는 현지에서 수목장으로 치른다고 한다"고 전했다.

시인은 위암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했으며, 이 사실을 지난 2월 김 대표에게 알린 뒤 자신의 작품을 정리하는 작업을 했다. 지난 8월에는 2003년 나온 '길모퉁이의 중국식당'을 15년 만에 새롭게 편집해 '그대는 할 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라는 제목으로 내기도 했다.

고인은 생전 마지막으로 펴낸 이 산문집 개정판에 서문으로 이렇게 썼다.

"내가 누군가를 '너'라고 부른다./내 안에서 언제 태어났는지도 모를 그리움이 손에 잡히는 순간이다.//불안하고,/초조하고,/황홀하고,/외로운,/이 나비 같은 시간들.//그리움은 네가 나보다 내 안에 더 많아질 때 진정 아름다워진다./이 책은 그 아름다움을 닮으려 한 기록이다./아무리 오랜 시간을 지나더라도…"

1964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시인은 경상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상경해 방송국 스크립터 등으로 일하다 1987년 '실천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이후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와 '혼자 가는 먼 집'을 낸 뒤 1992년 돌연 독일로 건너갔다.

독일 뮌스터대학에서 고대 근동 고고학을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았고 그 와중에도 꾸준히 시를 써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까지 총 6권의 시집을 냈다.

[문학과지성사 제공]
[문학과지성사 제공]

시인은 인간 내면 깊숙한 곳의 허기와 슬픔, 그리움을 노래했다. 또 독일에서 오랫동안 이방인으로 지낸 삶은 그의 시에 고독과 쓸쓸함의 정서를 짙게 드리우게 했으며, 시간의 지층을 탐사하는 고고학 연구 이력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독보적인 시 세계를 만들어냈다.

시인의 시집 세 권을 출간한 문학과지성사 이광호 대표(문학평론가)는 "시인의 시 세계는 독일에 가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는데, 독일에 가기 전엔 고향인 남도 가락과 정서, 여성적인 처연함이 결합해 최고의 사랑 시로 볼 만한 작품을 남겼다. 독일에 가서는 먼 나라에서 고고학을 공부하며 독특한 상상력을 보여줬다. 고고학이 시간의 오래된 지층, 흔적을 찾아내는 것이어서 그런지 시에서도 아주 긴 시간을 사유하는 상상력이 두드러졌다. 유고시집인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를 보면 오래된 시간에 대한 상상력, 현생의 이전과 이후 시간까지 함께 상상하는 능력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고인은 시 외에 소설과 동화, 산문 등 다양한 글을 썼으며 독일 작품을 우리말로 번역하기도 했다. 산문집 '모래도시를 찾아서', '너 없이 걸었다', 장편소설 '박하', '아틀란티스야, 잘 가', '모래도시', 동화책 '가로미와 늘메 이야기', '마루호리의 비밀', 번역서 '슬픈 란돌린', '끝없는 이야기', '사랑하기 위한 일곱 번의 시도', '그림 형제 동화집' 등을 펴냈다.

동서문학상, 전숙희 문학상, 이육사 시문학상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독일에서 지도교수로 만나 결혼한 남편이 있다.

min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8/04/13 09:5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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