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대법원장 '수사 협조' 공언 무색…판사 압수수색 또 무더기 불허

송고시간2018-09-13 16:25

법원, 수사기밀 유출 혐의에 "판사비리 대처방안 위한 것…죄 안돼"

'기관 내부 정보공유' 주장도…검찰 "재판독립 무너뜨리는 위헌적 발상"

'빨간불' 들어온 법원…중앙지법 판사회의 개최
'빨간불' 들어온 법원…중앙지법 판사회의 개최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15일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이 함께 쓰고 있는 서울 서초구 법원청사.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가 판사들의 학술활동을 방해하려 하는 등 권한을 남용했다는 진상조사 결과와 관련해 중앙지법 판사들은 이날 판사 회의를 개최한다. 2017.5.15
kane@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법원이 법조비리 사건인 '정운호 게이트' 수사 당시 검찰의 수사기밀을 빼내고 영장심사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현직 판사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또 무더기 기각했다.

법원은 양승태 사법부에서 벌어진 수사기밀 유출을 불법이 아닌 '기관 내부의 정보공유'여서 죄가 안 된다고 보고 압수수색을 불허했다. 검찰은 "재판독립의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위헌적 주장"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13일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016년 같은 법원 형사수석부장을 지낸 신광렬(53)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사무실과 당시 영장전담 판사들이 사용한 PC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전날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일부 이메일 압수수색만 허용했다.

이 부장판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법관 비위에 대한 대처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에게 법관 비위 정보를 수집하게 한 행위는 공무상비밀누설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판사들 비위에 대한 수사정보를 구두 또는 사본으로 보고했다는 점을 영장판사들이 상세히 진술해 이 부분에 관한 사실관계가 충분히 확인됐으므로 압수수색 필요성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지난달 말에도 신 부장판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비슷한 사유로 기각한 바 있다. 다만 당시 서울서부지법에서 집행관 비리 수사정보를 빼낸 혐의를 받는 나모(41) 부장판사의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다. 헌법재판소 내부기밀을 빼낸 최모(46) 부장판사 역시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를 두고 법원은 '형평성' 문제를 의식한 듯 신 부장판사의 수사기밀 유출은 나 부장판사 사례와 다르다고 검찰에 설명했다. 이 부장판사는 "중앙지법 사건은 기관 내부에서 정보를 주고받은 것이므로 서부지법 관련 사건, 헌재 관련 사건과는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정운호 게이트'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16년 법원행정처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뇌물이나 향응을 제공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판사 7명의 가족 인적사항을 정리한 '관련 부장 가족관계'라는 제목의 문건을 확보해 수사 중이다.

문 대통령, '사법정의' 축사듣는 김명수 대법원장
문 대통령, '사법정의' 축사듣는 김명수 대법원장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축사를 듣고 있다. 2018.9.13
hkmpooh@yna.co.kr

이 문건은 판사들의 가족에 대한 통신·계좌추적 영장이 청구될 경우 이를 걸러내도록 하려는 의도에서 작성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정리한 이 문건이 신 부장판사를 거쳐 당시 영장전담 부장판사들에게 전달됐다는 진술도 나왔다. 당시 법원행정처가 판사비리 수사 확대를 막기 위해 김수남 당시 검찰총장을 협박하려 한 정황도 드러난 상태다.

검찰은 수사기밀을 빼낸 목적 자체가 불법적인 것이었고, 기밀유출이 기관 내부의 정보공유라는 주장은 위헌적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검찰 관계자는 "(신 부장판사가) 수사상황을 빼내 법원행정처에 전달한 목적은 판사 추가수사 중단을 요구하는 협박, 영장기각 등 다양한 불법수단을 동원해 향후 진행될 판사들에 대한 뇌물 수사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영장판사들이 구체적 영장재판에 (법원행정처가) 개입한 점이 드러난 다수의 법원 내부 문건이 확보된 상태여서 (수사상황을 빼낸 행위는) '법관 비위 대처방안 마련을 위한 법관 비위 정보 수집'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운호 게이트' 당시의 수사정보가 누설된 것은 서울서부지법과 헌재에서의 기밀유출과 본질적으로 같은 구조의 범죄혐의인데도 부당하게 영장이 기각됐다고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혐의 입증을 위한 증거를 수집하는 압수수색 단계에서 '서부지법 사건은 죄가 되고, 중앙지법 사건은 죄가 안 된다'는 취지의 판단은 지극히 부적절하다"며 "'기관 내부의 정보공유'라서 죄가 안 된다는 주장은 그야말로 '재판의 독립 원칙'을 법관 스스로 부정하는 위헌적 주장"이라고 반발했다.

dada@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