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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문턱에 쏟아지는 웰메이드 독립영화

송고시간2018-09-02 10:21

'어둔 밤' '죄많은 소녀' '봄이가도'

'어둔 밤'
'어둔 밤'

[영화사 오원 제공]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춘 '웰메이드' 독립영화가 가을 문턱에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 신인 감독들 데뷔작으로, 주류 영화들이 시도하지 못한 색다른 실험을 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갑작스러운 죽음에서 비롯된 상실감과 슬픔, 죄책감 등 인간 내면과 본성에 관한 깊이 있는 성찰과 사회 비판 의식이 돋보이는 작품도 있다. 그렇다고 실험성과 주제만 강조한 것은 아니다. 한번 보면 끝까지 몰두하게 하는 흡인력과 영화적 재미도 갖췄다.

'어둔 밤'
'어둔 밤'

[영화사 오원 제공]

오는 6일 개봉하는 '어둔 밤'(심찬양 감독)은 기발한 아이디어와 색다른 형식이 시선을 끈다.

영화 감상 동아리 멤버들이 슈퍼히어로 영화 제작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린 페이크 다큐멘터리다.

방구석에 뒹굴며 동아리 멤버들과 레고를 가지고 놀던 안감독. 갑자기 오랫동안 구상한 시나리오가 있다며 슈퍼히어로 무비를 찍자고 제안한다. 그가 생각해둔 영화 제목은 '어둔 밤'. 영어로 옮기면 '다크나이트'다. 그들은 즉석에서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영화를 만들어 할리우드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팬을 자처하는 이들은 패기와 의욕이 넘치지만, 모든 것이 서툴기만 하다. 시나리오부터 오디션, 촬영, 연출까지 좌충우돌 연속이다.

영화는 총 3부로 나뉜다. 1, 2부는 이들의 영화 제작 과정을 또 다른 멤버가 촬영한 메이킹 필름이며, 3부는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영화가 공개된다. 비전문 배우들이 출연한 페이크 다큐여서인지, 종종 실제 메이킹 필름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연출된 장면이다.

'어둔 밤'
'어둔 밤'

[영화사 오원 제공]

영화 속 영화 주인공은 예비군 슈퍼히어로다. 군복에 검은 망토를 단 채 자전거를 타고 내달린다. '다크나이트'의 조커를 닮은 악당, 위험에 처한 여주인공도 등장해 영어로 연기한다. 여러 슈퍼히어로 영화들을 한데 섞어 재해석한 장면에서는 '영화 덕후'들의 열정과 재기발랄함이 느껴진다.

심찬양 감독은 "아무런 계산 없이 무언가를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덕후'들의 해맑은 표정에서 기괴한 순수함과 에너지가 느껴졌다"며 "그 표정들을 담아내고 싶다는 욕망이 들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죄많은 소녀'
'죄많은 소녀'

[CGV아트하우스 제공]

13일에는 '죄 많은 소녀', '봄이가도'가 관객을 맞는다.

'죄 많은 소녀'는 친구의 실종 이후 주변인들에게 그 실종의 원인으로 의심받는 소녀 영희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쫓는다. 지난해 부산영화제 뉴 커런츠 상에 이어 올해 무주 산골영화제에서 뉴비전상을 받았다.

실제 경험을 토대로 영화를 완성한 김의석 감독은 "갑작스럽게 죽음을 대하는 산 사람들의 모습, 풀 수 없는 문제에 매달리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희 역을 맡은 전예빈이 신인답지 않은 섬세한 연기를 펼쳤다.

'봄이가도'
'봄이가도'

[시네마달 제공]

'봄이가도'는 소중한 이들을 떠나보낸 이들의 일상을 담았다. 장준엽, 진청하, 전신환 3명의 감독이 각각 연출한 3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사고로 딸을 잃은 엄마, 운 좋게 홀로 살아남은 남자, 아내와 행복한 기억을 마음에 품고 힘겨운 일상을 살아가는 남편 등 이들에게 찾아온 기적 같은 하루를 그린다. 전미선, 유재명, 전석호 등 베테랑 배우들이 의기투합했다.

조성규 감독의 '딥'은 6일 개봉한다. 필리핀 보홀에서 프리다이빙 강사를 하는 시언에게 시나리오 작업을 위해 희진과 영화감독 승수가 찾아가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심리 스릴러 영화다. 최여진, 류승수 등이 출연했다.

'딥'
'딥'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잘 만든 독립영화가 극장에 많이 내걸리는 것은 한국영화의 다양성 측면에서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관객들의 큰 관심을 받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살아남은 아이'(신동석 감독)의 경우 사고로 아들을 잃은 부부의 심리를 세밀하게 그린 수작으로 호평받았지만, 지난달 30일 개봉 이후 사흘간 3천600명가량만 관람했다.

여름 성수기가 끝나고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 가을 초입에 개봉일이 몰린 것도 독립영화 현실을 반영한다. 대작들을 피하려면 비수기에 간판을 걸 수밖에 없다. 영화계에서는 이렇게 독립영화가 많이 쏟아지는 시기를 '스크린쿼터 시즌'이라고 부른다. 예술영화관들은 1년에 50일 이상 한국 독립영화를 의무상영해야 한다.

예술영화관 관계자는 "1년 내내 독립영화가 골고루 상영돼야 하지만,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극장들도 쿼터를 지키려면 독립영화들이 한꺼번에 많이 나올 때 상영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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