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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5천 살 ‘유리’, 4차 산업혁명 소재로

송고시간2018-09-02 10:30

5G망 구축의 핵심인 광섬유는 유리섬유들을 꼬아 만든다. 연합DB

5G망 구축의 핵심인 광섬유는 유리섬유들을 꼬아 만든다. 연합DB

창문, 병, 렌즈 등 유리는 아주 흔하게 접하는 물질이다. 유리의 나이는 5천 살을 훌쩍 넘는다. 기원전 3천 년경 메소포타미아에서 처음 사용된 것으로 추측된다.

유리는 오랜 세월 첨단 합성물질이자 사치품으로 대접받아 왔지만, 근현대 들어서는 플라스틱, 비닐 등에 밀려 구닥다리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다가오면서 유리가 다시금 첨단 소재로 부상하고 있다.

◇금속보다 쓸모 있고 플라스틱보다 강하고

약하고 잘 깨지는 것을 흔히 ‘유리 같다’고 하지만 요즘 나오는 강화유리엔 어울리지 않는다. 금속이나 플라스틱 못지않게 단단해서다.

고급 스마트폰의 경우 전면뿐만 아니라 후면까지, 일부는 제품 전체를 강화유리로 감싼다. 공기와 반응하지 않기에 오래 돼도 변색하지 않고, 밀폐 성능이 뛰어나며, 긁힘에도 강하기 때문이다.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9과 아이폰X 등에 사용되는 ‘고릴라글라스6’는 1m 높이에서 화강암이나 아스팔트 바닥에 15번 떨어뜨려도 끄떡없다. 전작의 두 배 이상의 강도다.

비결은 ‘이온 교환’이라는 새 제조방식이다. 기존에는 유리를 압축하거나 표면을 화학처리하는 방식을 썼지만 유리가 너무 무거워지는 게 문제였다. ‘이온 교환’은 유리를 액체 상태인 고온의 소금에 담가 유리 표면의 작은 나트륨 이온을 빼내고, 그 빈자리에 소금의 칼륨 이온을 채우는 게 핵심이다. 이렇게 하면 큰 무게 변화 없이도 충격에 강해진다.

무선충전이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기본사양으로 정착된 것도 강화유리가 확산한 이유 중 하나다. 기존에 사용하던 금속 소재는 전자기장 때문에 무선 충전 과정에서 간섭을 일으키지만 유리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자동차용 특수유리는 기존 강화유리에 비해 30% 이상 가벼우면서도 내구성은 두 배 이상 강해졌다. 그만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고 연비도 향상된다.

자율주행차에 쓰일 유리는 커다란 디스플레이로도 변신한다. 앞 유리에는 영화를 띄워놓고 옆 유리에는 인터넷 창을 열어놓는 것도 가능하다. 증강현실(AR)과 결합한 3차원 내비게이션을 앞 유리 전체에 실행할 수도 있다. 좌우로 지나는 건물 안에 어떤 시설이 들어있는지 표시하고, 도로에는 가상의 경로를 나타내는 식이다.

이처럼 평상시엔 투명하다가 필요할 때 디스플레이로 변신하는 ‘투명 디스플레이’ 특허 출원이 급증세다. 특허청에 따르면 투명 디스플레이의 국내 특허 출원은 최근 10년간 총 280건으로 연평균 43.4% 증가했다.

아스팔트 바닥에 15번 떨어뜨려도 끄떡없는 스마트폰용 강화유리 ‘고릴라글라스6’의 충격 실험. 코닝 제공

아스팔트 바닥에 15번 떨어뜨려도 끄떡없는 스마트폰용 강화유리 ‘고릴라글라스6’의 충격 실험. 코닝 제공

◇콘크리트 수준 단열창… 5G망 핵심 유리섬유

건축자재용 유리도 진화하고 있다. 기존 이중·삼중 유리는 유리 사이에 공기나 특수가스를 채워 단열과 방음을 강화하는데, 가스가 조금씩 새서 오래될수록 성능이 떨어진다.

이후 등장한 ‘로이유리’는 표면에 은막 코팅을 한 저방사 유리로, 이중유리에 비해 약 25% 에너지가 절감된다. 코팅을 많이 할수록 단열 성능이 높아지지만, 그만큼 햇볕 투과율이 낮아지는 게 단점이다.

최근 각광받는 ‘진공유리’는 유리 사이에 진공층을 형성해 열 손실을 최소화한다. 단열 성능이 로이 유리의 4배 정도로 거의 콘크리트 벽체 수준이다. 방음 효과도 2배 이상이고 결로현상까지 방지한다.

4차 산업혁명의 젖줄이 될 5G(5세대 통신)망 구축이 시작되면서 광섬유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머리카락 굵기의 수십 분의 1에 불과한 유리섬유들을 꼬아 만든 광섬유는 데이터가 담긴 전자신호를 빛으로 전환해 전송한다.

광섬유 한 가닥의 데이터 처리 용량은 구리전화선 수만 가닥에 맞먹는다. 데이터 손실도 거의 없다. 중심에 굴절률이 높은 유리, 바깥에 굴절률이 낮은 유리를 장착해 빛을 전반사시키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최근 광섬유는 재난대비라는 새로운 쓰임새도 발견됐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광섬유를 이용해 800여 차례의 지진을 지진계보다 더 빨리 감지하는 데 성공했다. 해저 광섬유 케이블을 오가는 빛신호가 미세한 땅울림에도 반응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지하철과 댐, 발전소 등의 안전 진단에 광섬유 센서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지진뿐만 아니라 건축물의 미세한 변형까지도 감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서다.

김영대 기자 Lonaf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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