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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우리동네] 백제 부흥운동의 시작과 끝…'예산 임존성'

나당 연합군에 나라 잃은 민초들 봉기…'의병운동'의 뿌리
충남 예산 봉수산 임존성 전경
충남 예산 봉수산 임존성 전경[예산군 제공=연합뉴스]

(예산=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서기 660년 신라 5만, 당나라 10만 등 15만 군사로 구성된 나당연합군은 백제의 수도 사비성과 웅진성을 차례로 함락시킨다. 의자왕이 신라 태종무열왕과 당나라 장군 소정방에게 술을 따르는 치욕스러운 항복식을 한 뒤 당나라로 끌려가면서 백제는 찬란했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항복식을 지켜보던 일부 장수들은 밤에 몰래 봉수산에 오른다.

그들은 백제 부흥의 깃발을 꽂고 봉화를 올려 잃어버린 백제를 되찾기 위해 나선다.

백제가 패망한 660년부터 백제 왕족인 복신과 승려 도침, 흑치상지 장군 등을 중심으로 벌인 백제 재건운동의 시작이다.

봉수산서 바라본 예당호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봉수산서 바라본 예당호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김준호 기자 촬영

서기 663년까지 진행된 이른바 백제 부흥운동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한 곳은 다름 아닌 충남 예산군 대흥면 봉수산에 있는 임존성이다.

나라를 잃은 '민초'들이 나라를 지키는 의로운 일에 뛰어든 '의병운동'의 뿌리가 되는 곳이다.

부흥운동의 깃발을 꽂자마자 3만여 명의 백제 유민들이 모여들어 멸망한 나라는 되찾으려 힘을 합친 것이다.

흑치상지 장군이 지휘한 백제 부흥군은 임존성에서 나당 연합군과 붙어 승리했고, 이를 기반으로 백제 전역에 해당하는 200여개의 성을 순식간에 회복하기도 했다.

부흥운동은 주도권 다툼을 벌이던 지도자들의 분열로 인해 비극으로 마감하게 된다.

백제 부흥운동 기간 왕성(王城)인 주류성이 함락된 뒤에도 끝까지 버텨내던 임존성이 내부 갈등 요인 등으로 결국 663년 무너지면서 4년에 걸친 항쟁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흑치상지 장군이 적군이던 당나라에 항복해 동료들을 배신하고, 더욱이 선봉에 서 자신의 동족에게 칼을 들이대며 임존성을 직접 공격해 함락시킨 것이다.

임존성 전경
임존성 전경[예산군 제공=연합뉴스]

이렇게 백제 부흥의 깃발을 꽂고 패전으로 항쟁을 마무리 지은 곳이 바로 임존성이다.

임존성은 백제 부흥운동에 참여한 민초들, 군사들의 함성과 울부짖음이 들리는 듯하다.

임존성은 충남 예산군 광시면·대흥면과 홍성군 금마면이 만나는 해발 484m의 봉수산 봉우리를 중심으로 능선을 따라 크고 작은 6개의 봉우리를 에워싸고 있다.

성벽은 외벽만 돌로 쌓고 안쪽은 돌과 흙을 다져 쌓았다.

둘레가 2천468.6m, 면적은 55만3천697㎡에 이른다.

성내에는 문지(門址) 2곳, 적의 공격을 방어하는 적대(敵臺) 1곳과 치(雉) 4곳, 배수구(排水口) 1곳, 우물 3곳과 여러 곳의 건물터 등이 남아 있다.

우물 터 부근에서는 지금도 물이 솟아난다. 부흥군은 가장 높은 곳에 우물을 파 물을 성안에 모은 뒤 적이 공격할 때 물꼬를 터뜨려 일차적으로 곤경에 빠뜨리고 공격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으로 추측된다.

예산 임존성 내 '석축 우물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예산 임존성 내 '석축 우물터' [연합뉴스 자료사진](예산=연합뉴스) 충남 예산군이 백제 부흥 운동의 거점인 임존성(사적 제90호)에 대한 정비사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014년 8월 우물터 주변에서 통일신라 시대 건물터 2동, 축대, 새로운 석축 우물터 1기, 기와·토기·자기 조각, 석제품 등이 발견됐다. 2014.8.3 [예산군 제공=연합뉴스]

성안에서는 삼국(백제)시대부터 조선 시대에 이르는 토기편, 자기편, 기와편 등도 출토됐다.

특히 '임존'(任存) 또는 '임존관'(任存官)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기와는 이곳이 바로 백제 부흥운동의 거점인 임존성임을 뒷받침한다.

임존성에 대한 기록은 역사서에도 나온다.

삼국사기와 구당서(舊唐書) 등에 따르면 "백제의 장수 흑치상지가 임존산에 울타리를 쌓고 당나라에 맞서 싸운 곳"이자 "백제의 왕자들이 모두 항복했으나 장수 지수신(遲受信)만은 끝내 항복하지 않고 지켜낸 곳"이라는 것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과 대동지지에도 비슷한 내용이 전해진다.

태조 왕건이 고려를 건국하는 과정에서 후백제 견훤과 전투를 벌인 곳으로도 알려졌다.

예산군은 임존성 내 우물터에서 '대흥 임존성 백제 부흥군 위령제'를 열어 마지막까지 저항했던 장수와 민초들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예산 임존성 백제 부흥군 위령제
예산 임존성 백제 부흥군 위령제(예산=연합뉴스) 예산군은 임존성 내 우물터에서 '대흥 임존성 백제 부흥군 위령제'를 열어 마지막까지 저항했던 이들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2013.6.18 [예산군 제공=연합뉴스]

임존성과 이웃한 충남 홍성 장곡면 산성리에는 주류성으로 추정되는 장곡산성이 있다.

1998년 7월 충남도문화재자료 제360호로 지정된 장곡산성은 돌로 쌓은 석축산성으로 둘레가 1천352m에 이른다.

성내에서는 방대한 건물터와 주춧돌, 사시(沙尸)·사시량(沙尸良) 등의 글자가 적힌 기왓조각, 백제 시대 토기가 발견됐다.

임존성과는 12.6㎞ 떨어져 있어 지리적 위치로 볼 때 백제 부흥군의 근거지였던 주류성으로 추정되는 곳 가운데 하나이다.

주류성의 정확한 위치와 관련해서는 이곳을 비롯해 충남 서천 건지산성(乾芝山城), 충남 청양 정산(定山), 전북 부안 우금산성 등 여러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홍성군은 매년 10월 장곡산성에서 백제 부흥 운동을 재조명하고 의병들의 뜻을 기리기 위한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부여군도 백제 부흥운동의 꿈을 실현하지 못하고 죽은 복신의 넋을 달래기 위해 은산별신제를 지내 넋을 위로해주고 있다.

충남도는 '내포문화숲길' 가운데 한 노선으로 예산∼홍성∼당진을 잇는 29.2㎞ 구간의 '백제부흥군길'을 조성했다. 백제 패망 후 나당 연합군과 치열한 전투를 치른 백제 부흥운동의 역사적 의미가 있는 지점이 연결됐다.

홍성 오서산 장곡산성, 봉수산의 임존성을 거쳐 당진의 아미산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총 8개 코스로, 백제를 지키려는 민초들의 숱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임존성 아래에는 2009년 9월 국제슬로시티연맹이 국내 6번째로 지정한 충남 '예산 대흥 슬로시티'가 있다.

이곳은 예당평야의 젖줄로, 전국 최대 규모의 저수지인 예당호를 품고 있다. 그만큼 넉넉하고 여유롭다.

전통과 자연 생태를 슬기롭게 보전하면서도 느림의 미학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발전과 진화를 추구해 나간다는 슬로시티 이념과 딱 들어맞는다.

(예산=연합뉴스) 충남 예산군 대흥면 상중리를 찾으면 충남 도내에서 가장 오래된 느티나무 한 그루를 볼 수 있다. 고풍스러운 이 나무는 높이 19m, 둘레 7.5m로 추정 수령(樹齡)이 1천50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동네 주민들은 이 느티나무를 '배 맨 나무'라고 부른다. 2014.4.8 [예산군 제공=연합뉴스]
(예산=연합뉴스) 충남 예산군 대흥면 상중리를 찾으면 충남 도내에서 가장 오래된 느티나무 한 그루를 볼 수 있다. 고풍스러운 이 나무는 높이 19m, 둘레 7.5m로 추정 수령(樹齡)이 1천50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동네 주민들은 이 느티나무를 '배 맨 나무'라고 부른다. 2014.4.8 [예산군 제공=연합뉴스]

슬로시티를 산책하며 볼 수 있는 '배 맨 나무'는 660년 당나라 장군 소정방이 백제 부흥군을 치기 위해 대흥에 들어올 때 타고 온 배를 묶어 둔 나무라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예산군 관계자는 "당시에는 물이 마을 주변까지 들어왔고 소정방이 배를 맸다는 이야기가 구전되고 있다"며 "역사적 사실 여부를 떠나서 이 나무가 그만큼 오래됐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슬로시티에서는 임존성 등을 둘러볼 수 있는 '느린 꼬부랑길'을 걸으며, 삶의 무게와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내려놓을 수 있다. 이곳에는 매년 1만여명이 찾고 있다.

먹거리도 놓칠 수 없다.

어죽, 붕어찜, 곱창, 산채 정식, 한우 등은 예산을 대표하는 먹을거리이다.

어죽은 예당저수지에서 잡은 붕어를 통째로 고아 국수와 쌀을 넣어 끓여낸다.

시래기를 밑에 깔고 붕어를 2∼3마리 올려 쪄내는 붕어찜은 특유의 비린내가 나지 않으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예산전통 소갈비는 엄선된 한우를 전통방법으로 제조한 양념 육수를 부어 일정 시간 숙성시킨 후 숯불에 구워 먹는 것으로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한다. 인근에 조성된 국내 유일의 황새 공원을 둘러본 후 찾으면 좋을 '광시 한우거리'에서는 명품 암소 한우 맛을 느낄 수 있다. 정육점·식당에서는 업주 스스로 키우거나 인근에서 공급받은 신선한 1등급 암소만을 취급한다.

예산 황새공원
예산 황새공원[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촬영]

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대전당진간고속도로→예산수덕사 나들목→예산 방면→국도21호선→응봉네거리→지방도619호(보령방면 7㎞)→봉수산(대흥면) 경로를 통해 찾을 수 있다.

kjunh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8/09/15 11: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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