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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20대에 찾아든 우울증…"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20대 우울감 50대 앞질러…취업난·경쟁심화 등이 이유
구직자 비용 부담으로 병원 찾기도 어려워…대학상담센터도 유명무실
"취업 지원 프로그램에 정신 상담 서비스 포함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최유진 인턴기자 = "우울함이 극에 달할 때는 이런 생각마저 들어요. 한강 다리를 건널 때는 '뛰어들어 버릴까', 도로를 지날 때는 '버스가 날 치고 갔으면 좋겠다'고요. 문제는 치료 방법을 모르겠다는 거예요. 어디를 찾아야 할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해요."

서울 소재 4년제 대학교에 재학 중인 박민경(24·가명) 씨는 최근까지 우울증을 앓았다. 그는 막연했다. 박 씨는 "병원은 비싸고, 학교상담센터는 아는 사람이라도 마주칠 것 같아 못갔다"며 "살면서 우울함을 겪어보지 않았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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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다. 그러나 마땅히 기댈 곳이 없다. 방법도 모른다. 청년 세대 우울증 얘기다. 20대 우울감 경험률은 처음으로 50대를 앞질렀다. 취업난과 경쟁의 심화 등의 이유다. 문제는 터놓을 사람도, 의지할 곳도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정신 치료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층을 위한 맞춤형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젊은 사람도 우울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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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을 앞둔 이 모(28) 씨는 최근 우울증 문제로 교내상담센터를 찾았다. 그러나 대기자가 많아 일주일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전해 듣고 발걸음을 돌렸다. 이 씨는 "신입생 시절 같은 문제로 상담센터를 찾았지만, 당시에는 바로 상담이 가능했다"며 "우울한 문제로 고민하는 또래가 많아졌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 씨처럼 우울함을 호소하는 청춘들은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2016년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대의 우울감 경험률은 증가 추세다. 우울감 경험률이란 최근 1년 동안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 등을 느낀 비율을 뜻한다.

2012년 9.3%를 시작으로 2013년 10.4%, 2015년에는 14.9%까지 올랐다. 2015년 들어서는 50대(13.1%)를 제치기도 했다. 20대의 우울감 경험률이 50대를 넘어선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매년 집계하는 연령대별 우울증 환자 수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대 우울증 환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20대 우울증 환자는 7만6천246명으로 성년 중 80세 이상에 이어 두 번째로 적다. 그러나 증가 폭은 가장 크다. 2013년 5만여명을 기록한 20대 우울증 환자는 지난해 49.7%(2만5천여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2만명 이상 불어난 연령대는 20대가 유일하다.

최근 20대 사이에서 우울증을 다룬 서적이 인기를 끌기도 한다. 자신이 겪은 기분부전장애(가벼운 우울감이 2년 이상 지속되는 증상)를 서술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나 '우울증이 있는 우리들을 위한 칭찬책' 등이 그렇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쓴 백세희 작가(28)는 "주요 독자층은 나와 같은 연령대인 20대"라며 "메일이나 SNS(소셜 네트워크) 메시지 등을 통해 공감을 표현하는 이들도 20대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오은영 소아청소년 클리닉 원장(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은 "과거 우울증 문제로 내원한 환자 중 20대 비율이 5% 정도라면, 요즘은 10명 중 3명 이상으로 늘었다"며 "이들을 상담해보면 취업이나 성적 등 경쟁에 지쳐서 낮아진 자존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취업 성공한 친구들과 비교하며 무력감에 빠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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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최 모(28) 씨에게 우울증이 찾아온 것은 2년 전이다. 구직자였던 2016년, 연거푸 취업에 고배를 마시면서 우울함은 밀려왔다. 열 번째 면접 불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는 한동안 집 밖에 나가지 않았다.

최 씨는 "취업에 성공한 친구들과 내 처지를 비교하면서, 심각한 무력감에 빠졌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가 느끼는 우울감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취업난이다.

정희연 서울대 보라매병원 교수 연구팀이 지난 5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4년제 대졸 취업준비생 7명 중 1명은 취업 스트레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취업준비생의 40%가량은 우울 증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실제로 청년물가상승률과 청년체감실업률을 더한 지표인 청년경제고통지수는 증가 추세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경제고통지수는 2016년 22.3%에서 2017년 24.9%로 2.6%포인트 상승했다. 연구원 측은 이에 대해 "높아진 청년실업률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취업에 성공했더라도 사회초년생이 겪는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부터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조 모(24) 씨는 "취업 성공의 기쁨은 잠시였다"고 말했다. 3교대 근무로 몸은 고됐고, 정신적인 압박감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조 씨는 "일을 할수록 우울감이 심해져 최근에 사표를 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 20대 우울증 기저에는 상실감과 무력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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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우울함을 호소하는 20대 기저에는 '무력감'과 '상실감'이라는 교집합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백종우 한국자살예방협회 사무총장(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극심한 취업난과 미래에 대한 불안, 사회초년생이 겪는 직장 생활 적응에 대한 스트레스 등으로 무력감을 호소하는 청년 세대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조하나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부설 마음지음상담센터 선임상담원은 "20대 상담자 중에서는 취업난이나 비정규직의 불안정함 등으로 인해 무력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노력한 만큼 얻을 수 없다는 생각이 크다"고 말했다.

오은영 원장은 아예 20대를 상실의 세대라고 불렀다. 오 원장은 "상실감이야말로 우울과 가장 밀접한데 20대는 이 감정을 가장 절절히 느낀다"며 "심화된 경쟁으로 인한 목표의 상실, 먹고 살기 힘든 시대에서 오는 가능성의 상실 등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임용시험을 3년째 준비 중인 김 모(30) 씨는 "불합격 통보를 받거나 기간제 교사로 근무 중 실직됐을 때 '난 쓸모없는 사람인가'라는 걱정이 많이 든다"며 "나중에는 모든 것을 놓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발표한 사회통합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대는 40대와 더불어 평소 '걱정'이 많은 세대로 나타났다.

◇ 어디서 치료받아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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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도움을 요청하거나 털어놓을 곳이 마땅치 않다는 사실이다.

한국행정연구원에 따르면 20대 중 우울할 때 사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답한 이는 2016년 기준으로 8.2%다. 2013년 3.3%, 2014년 6.2%, 2015년 8.4%로 매년 증가하다 이듬해 소폭 감소했다.

백종우 사무총장은 "우울증을 앓는 청년층은 치료에 대한 접근이 어렵다"고 말했다. 직장인처럼 정기 건강검진도 없고, 교내 상담센터 이용도 힘들다. 구직자의 경우, 비용의 부담으로 병원 찾기도 쉽지 않다.

현재까지 정신건강(우울증) 검사는 마흔 살부터 10년 주기로 받을 수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내년부터 우울증을 조기 발견해 치료할 수 있도록 20~30대에게도 확대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캠퍼스 내 마련된 상담센터의 개선도 시급하다.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대학교마다 상담센터가 있지만 유명무실하다"고 말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35개 대학상담센터 중 상담을 전담하는 정직원이 한 명도 없는 경우는 절반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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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국 교수는 "선진국의 경우, 백화점이나 지하철 등 청년들이 쉽게 상담받을 수 있는 장소에 정신치료서비스센터를 설치해 상담을 유도하고 있다. 전액 무료"라며 "특히 호주의 경우, 정부가 '헤드 스페이스'라는 청년 특화 정신건강센터를 만들어 젊은 층의 정신 상담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조하나 선임상담원은 "우울증을 앓는 20대가 다른 세대와 다른 점은 좌절 극복 방법을 모른다는 점"이라며 "지자체나 정부 차원에서 청년 대상의 취업 지원 프로그램에 정신 상담 서비스를 포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인포그래픽=장미화 인턴기자)

shlamazel@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4/11/07 11:0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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