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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폭행 보좌관' 후폭풍…마크롱, 대통령실 개편 지시

송고시간2018-07-23 10:32

"용납못한다" 뒤늦은 입장…취임 14개월 만에 최대의 정치 위기

은폐 의혹까지 불거져 고위경찰들 직무정지·내무장관 청문회 소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경호 업무를 맡았던 20대 보좌관이 노동절 집회에서 경찰 행세를 하며, 시민을 폭행한 사건의 후폭풍이 날로 커지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문고리 권력'의 만행을 알면서도 덮으려 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후 14개월 만에 최대의 정치 위기에 직면했다.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검·경 수사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마크롱 대통령은 대통령실 개편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마크롱 대통령이 이번 사건의 불거진 이후 대처가 미숙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에 개편을 지시했다고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정부 인사들과 만나 이번 사태 대응책을 논의했으며, 알렉시 콜러 비서실장에게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사건의 장본인인 보좌관(수행 비서) 알렉상드르 베날라(26)의 행동에 대해 '용납할 수 없고 충격적인 일'이라며, 보좌진 중 누구라도 법 위에 있다는 생각은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국 BBC 방송도 마크롱 대통령이 이번 일을 '용납할 수 없는 일'로 여기고 있으며, 처벌 없이 넘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정부 한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간접적이나마 마크롱 대통령에게서 나온 첫 반응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9일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가 베날라의 시민 폭행 장면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불거진 이후에도 침묵을 지켜 논란을 키웠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근접수행하는 보좌관 알렉상드르 베날라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근접수행하는 보좌관 알렉상드르 베날라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와 별도로 사건 수사는 속도를 내고 있다.

새신랑이 됐어야 할 베날라는 현재 구금 상태에서 수사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21일 오전 파리 남부 근교의 이시레몰리노 시청에서 약혼녀와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전했다. 하객 50여명이 피로연에 초청받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불참하지만, 엘리제궁에서도 여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정이었다.

그러나 하루 전인 20일, 베날라는 경찰에 구금됐다. 그는 집단 폭행, 공무집행 방해, 경찰 배지 불법 착용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파리 검찰은 밝혔다.

영상에 등장했던 또 다른 보안 요원 뱅상 크라제 등 다른 4명도 같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크라제는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한 집권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에서 일하고 있다.

경찰 고위직 3명도 이번 사건에 얽혔다.

이들은 베날라가 시민을 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경찰 CCTV 영상을 빼내 당사자인 베날라에게 넘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베날라의 '결백'을 입증을 도우려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 3명은 이미 직무정지를 당한 상태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이들은 업무상 비밀유지 의무 위반, CCTV 영상 무단 유출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질 전망이다.

의회 역시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 감독·관리 권한을 가진 제라르 콜롱 내무부 장관은 23일과 24일 각각 하원, 상원 청문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의회는 콜롱 장관이 이번 사건을 알고도 묵인했다며 그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5월 1일 파리 시내 노동절 집회에서 한 시민의 목을 잡고 끌고 가는 알렉상드르 베날라 보좌관(오른쪽 후드티에 헬멧 쓴 남자)[AP=연합뉴스]

지난 5월 1일 파리 시내 노동절 집회에서 한 시민의 목을 잡고 끌고 가는 알렉상드르 베날라 보좌관(오른쪽 후드티에 헬멧 쓴 남자)[AP=연합뉴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마크롱 정부의 은폐 의혹 등으로 번져 정치 쟁점화한 양상이다.

베날라의 월권을 경찰이 묵인, 방조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고, 베날라는 이미 노동절 직후 내부적으로 문제가 불거졌는데도 정직 15일의 처분만 받은 뒤 업무에 복귀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고급 아파트와 차량까지 정부로부터 과도한 혜택을 받은 사실도 알려졌다.

이는 의회와 시민사회를 무시하고 독선적인 리더십을 휘두른다는 비판으로 지지율이 30%대까지 떨어진 마크롱 대통령에게 정치적 치명타가 됐다.

프랑스 언론을 비롯해 외신들은 일제히 마크롱 대통령의 '취임 후 최대 위기'라고 규정하며 이번 사건의 추이를 자세히 전하고 있다.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는 베날라를 '권력에 취해 미친개를 손에 쥔 경솔한 카우보이'로 부르며 "사람을 잘못 고른 마크롱 대통령이 수세에 몰렸다"고 평가했고, 주간지 주르날 뒤 디망쉬는 이날 두 사람의 사진을 1면에 싣고 "무방비 상태의 마크롱"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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