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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65년]① 시간이 멈춘 땅…분단의 상처 속 새살을 보다

송고시간2018-07-24 07:30

경의선·경원선·금강산선 철길 따라 마주한 전쟁의 흔적

※편집자 주 = 오는 27일은 남과 북 사이에 비무장지대(DMZ)를 설정하고 한국전쟁을 멈추기로 한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5주년이 되는 날이다.

더욱이 올해는 11년 만의 남북정상회담과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잇따라 개최되면서 전쟁을 끝내자는 '종전선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판문점과 통일전망대 등이 한국관광 필수코스가 되는 등 DMZ라는 공간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도 여느 때보다 커졌다.

이에 연합뉴스는 지난 12일부터 20일까지 1주일여간 경기도 파주와 연천, 강원도 철원에 걸쳐진 DMZ 일원을 직접 돌아봤다. DMZ의 다양한 모습을 보기 위해 새벽부터 밤까지 최대한 오랜 시간을 머물렀다.

65년간 시간이 멈춘 그곳의 풍경을 4편으로 나눠 송고한다.

'경의선은 DMZ를 가르고'
'경의선은 DMZ를 가르고'

(파주=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남한 파주와 북한 개성을 잇는 경의선 철로가 비무장지대(DMZ) 남방한계선 철책에 가로막혀 있다. 정전 65주년 여름 경기도 파주시 서부전선 DMZ. 2018.7.24

(파주·연천·철원=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1953년 7월 27일 이후 사람의 발길이 끊긴 땅.

한반도의 허리를 가른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남북이 2㎞씩 물러나 만들어진 '비무장지대(DMZ)'가 바로 그곳이다.

모든 길은 거기에서 막혔고, 남한이 섬처럼 지내온 지 어느덧 65년이다.

최근 남북교류 재개 움직임에 따라 경의선과 동해선 등의 연결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어쩌면 마지막 모습이 될지 모를 철길들 위를 직접 걸어보며 분단의 현실을 마주했다.

DMZ를 가로 지르는 강과 하천의 무구한 흐름은 '길은 이어져야 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깨닫게 했다.

'DMZ 65년' 취재의 출발점은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철로인 경의선이었다.

지난 12일 오후 찾은 경기도 파주 경의선 철길은 남방한계선에 가로막혀 지난 시간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모든 DMZ 일원이 그렇듯이 이곳도 일반인의 접근이 제한돼 지역 관할 군부대인 육군 1사단의 출입허가를 받아야만 들어올 수 있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탓에 철길 위는 토끼풀로 가득 뒤덮였고 시설물도 녹이 잔뜩 슬어 있었다.

철길 건널목에 '멈춤'이라고 적힌 팻말은 지극히 평범한 안내문이었지만, 이곳에서는 그 의미가 남달랐다.

여기서는 정말 모두가 멈춰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이 철길을 다시 이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적인 생각에 설레는 마음도 든다. 많은 사람이 염원하는 북한 여행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 철길 옆 경의선 육로의 한가운데에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해 세운 일명 '노무현 비석'이 서 있었다.

'평화를 다지는 길 번영으로 가는 길'이라고 적힌 비석을 등지고 서면 경의선의 최북단 역인 도라산역이 멀리 보였다.

경의선 '평화와 번영의 길'
경의선 '평화와 번영의 길'

(파주=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개성공단으로 이어진 경의선 도로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7 남북정상회담 기념비석이 서 있다. 정전 65주년 여름 경기도 파주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2018.7.24

지난 18일에는 경원선(서울∼원산)의 최북단 구간인 월정리역과 철원역을 찾았다.

철원 월정리역은 DMZ 남방한계선에 가장 가까이 있는 마지막 기차역으로 1950년 6월 25일 폐쇄됐다.

선로 위로는 한국전쟁 때 폭격을 맞아 부서진 인민군 화물열차의 객차 뒷부분과 잔뜩 내려앉은 거미줄이 있어 스산한 분위기를 풍겼다.

객차의 앞부분은 북한에서 가져가 현재 상태를 알기 어려웠다.

그 앞에는 예의 그 유명한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팻말이 세워져 있다.

철원역은 역사도 남아 있지 않고 사실상 현재는 방치된 듯한 인상을 줬다.

다 자란 수풀 더미에 가려진 철길의 흔적만이 이곳이 과거 기차역사였다는 사실을 겨우 알게 했다.

경원선 마지막 구간 월정리역
경원선 마지막 구간 월정리역

(철원=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비무장지대(DMZ) 인근에 자리한 경원선 남측의 마지막 구간 월정리역에서 한국전쟁 당시 파괴된 열차의 잔해가 남아 있다. 정전 65주년 여름 강원도 철원군 중부전선 DMZ. 2018.7.24

강원도 철원에 금강산으로 곧장 향하는 전기철도가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철원군 갈말읍 정연리 민통선 안에 금강산 전기철도 교량이 남아 있다.

일제 강점기 지하자원 수탈과 금강산 관광 목적으로 1931년 개통해 철원역∼내금강산역 117㎞를 잇는 구간을 달렸다. 군사분계선 설정 이후 폐선됐다.

지난 16일 찾은 금강산 철교에는 '끊어진 철길, 금강산까지 90㎞'라고 적혀 있어 남북의 가까운 거리가 새삼 실감이 났다.

한탄강의 수려한 경관을 끼고 금강산으로 달릴 수 있었던 시절이 오직 일제강점기 때였다는 사실은 마음 한편을 서글프게 했다.

현재 월정리역과 금강산 철교 등은 철원지역의 안보 관광지로 지정돼 있어, 사전 신청 절차를 통해 누구나 와볼 수 있다.

군 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파주나 고성뿐만 아니라 철원지역의 안보관광지 방문객도 급격히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 길 따라가면 금강산'
'이 길 따라가면 금강산'

(철원=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비무장지대(DMZ) 인근 금강산 전기철도가 한탄강을 가로지르고 있다. 금강산 전기철도는 일제시대인 1931년 지하자원 수탈과 금강산 관광 목적으로 철원역∼내금강산역 117㎞를 오가는 협궤철도로 개통됐다. 이후 한국전쟁 때는 군수물자 수송에 사용됐다. 정전 65주년 여름 강원도 철원군 중부전선 DMZ. 2018.7.24

이어서 지난 19일에 둘러본 철원 역곡천(78.3㎞)은 남북 분단의 상징적인 장소였다.

역곡천은 북한 강원도 평강군에서 시작해 연천과 철원을 지나 임진강과 합류하는 하천이기 때문이다.

작은 물길도 65년간 끊기지 않고 흘러 내려왔는데, 분단으로 인해 남북의 길은 다 끊어져 있었다.

연합뉴스의 자료사진인 1972년 3월 촬영된 역곡천 일대의 흑백사진 속 모습이 2018년 7월 현재와 매우 흡사해 시간이 멈춘 듯한 DMZ 풍경의 정점이었다.

오래된 분단
오래된 분단

(연천=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역곡천은 북한 강원도 평강군에서 시작해 남한 연천군과 철원군을 지나 분단의 상징 임진강과 합류하는 하천이다. 정전 65주년을 맞아 공개된 역곡천은 변함없이 중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를 가로질러 흐르고 있다. 흑백사진은 1972년 3월 촬영된 역곡천 일대의 모습이며 현재의 모습과 흡사하다. 2018.7.24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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