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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외국인 200만명 시대…'제노포비아' 어떻게 극복할까

외국인, 10여년만에 3배 증가…범죄·재정부담 등 부정적 인식도 늘어
"2026년 외국인 근로자 경제기여 162조원 전망"…"사회통합·다문화교육 강화해야"
"같은 사람으로 대접해주는 차별없는 사회됐으면"
[디지털스토리] 외국인 200만명 시대…'제노포비아' 어떻게 극복할까0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이지성 인턴기자 = 세계적 거장 다르덴 형제가 1996년에 만든 '라 프로메제'(약속)는 유럽에 만연한 이민자 문제를 정조준한 영화다. 먹고 살기 막막해 유럽에 온 아프리카 출신 부부의 누더기가 된 삶과 그 삶을 지켜보는 소년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민자들은 더 나은 삶을 위해 머나먼 타국 벨기에까지 찾아오지만 삶은 그곳에서도 그들에게 불친절하기만 하다. 당국의 추적은 이민자들의 삶을 불안 속으로 내몰고, 브로커들은 돈 벌기에 혈안이 돼 그들을 착취한다. 그러나 영화 속 이민자들이 무엇보다 힘겨워하는 건 이주민을 대하는 내국인의 차가운 시선이다. 이런 냉담한 시선은 영화가 만들어진 지 20여 년이 지나고, 유럽으로부터 수천 킬로미터가 떨어진 2018년 한국에서도 감지된다. 제주도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70만 건을 넘으며 역대 청원 중 최다를 기록했고,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내국인의 불만이 드러나고 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2010년 이후 외국인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는 '온정주의'에서 '냉담주의'로 변했다고 지적한다.

불법이민을 소재로 한 다르덴 형제의 장편영화 '라 프로메제'의 한 장면
불법이민을 소재로 한 다르덴 형제의 장편영화 '라 프로메제'의 한 장면

◇ 늘어나는 외국인…제조업에서 건설·농업·어업까지 퍼져

이주민에 대한 시선이 차가워진 이유 중 하나는 한국에 체류한 외국인이 급격히 늘어나 내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데에도 원인이 있다. 법무부 외국인정책 통계연보를 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13년 157만6천34명에서 지난해 218만498명으로 4년 만에 60만4천464명(38.4%) 늘었다.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도입(2004년 8월)된 직후인 2005년에 74만7천명 수준이었으니까 12년 만에 약 세배나 증가한 것이다. 국내 불법체류자는 2013년 18만3천106명에서 2017년 25만1천41명으로 37.1% 늘었다.

외국인 유입이 증가하면서 인구 대비 체류 외국인 비율은 2013년 3.1%에서 2017년 4.2%로 상승한 상태다. 국제이주기구(IOM) 이민정책연구원 보고서 '국내 이민자의 경제활동과 경제 기여효과'(강동관 저)에 따르면 외국인 체류자는 2027년 대한민국 인구의 약 10% 선인 5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거리에 지나가는 10명 중 1명은 외국인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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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노동자들은 90% 이상이 저임금 노동으로 생업을 꾸린다. 이들은 음식점을 비롯해 제조업, 건설업, 양식업, 농업, 어업 등 도시와 농촌의 저임금 지대 곳곳에 포진해 있다.

전북 고창의 한 양식장에서 일하는 이 모(47) 씨는 "고기잡이나 양식장 같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태반이 동남아시아 사람들"이라며 "요즘은 스리랑카 노동자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외국인노동자들이 늘면 경합관계에 있는 비숙련 내국인 노동자들의 처우는 악화한다.

미국 퍼듀대 테리 웜슬리 교수와 영국 서섹스대 앨런 윈터스 교수의 공동연구를 보면 비숙련 외국인 근로자의 증가는 숙련 내국인 근로자의 실질임금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동질의 비숙련 내국인 근로자의 임금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권철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업에선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비중과 외국인노동자의 고용비중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보완관계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서비스업에서는 내국인과 외국인이 경쟁 관계, 대체관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작년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했던 김 모(42) 씨는 "저렴한 임금을 받는 외국인노동자들 탓에 한국 노동자들도 덩달아 임금이 오르지 않는다"며 "나이 들면 약값이 더 든다고 하는데 걱정이다. 정부는 물론이고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당들이 도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다. 밑바닥 실태를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 "외국인 근로자 경제적 기여도 증가"

일각에선 외국인들을 수용하는 건 생산성 향상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인구가 줄어들고 있어 경제성장을 위해선 외국인노동자를 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보고서 '국내 이민자의 경제활동과 경제 기여효과'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가 국내에 미치는 경제효과는 2016년을 기준으로 74조1천억원에 달한다. 부가가치효과 18조8천억원과 생산유발효과 55조3천억원을 합한 수치다. 2026년에 이들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경제효과는 2016년에 견줘 배 이상 늘어난 162조2천억원으로 추정된다.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캐나다, 영국, 일본, 미국, 독일 등의 나라에는 이민자가 늘어날 경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웜슬리와 윈터스 교수의 공동연구를 보면 외국인 근로자가 나라 전체 노동력의 3% 규모로 증가할 때 캐나다의 실질 GDP는 1.08% 늘었으며 일본은 1.04%, 미국은 0.99%, 독일은 0.93%가 각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스토리] 외국인 200만명 시대…'제노포비아' 어떻게 극복할까3

게다가 출산율이 급감하면서 외국인에 대한 노동의존도는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의 작년 합계출산율은 1.05명으로 역대 최저 기록을 세웠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보이는 평균 출생아 수다.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 2.1명인데 그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평균 1.68명을 크게 밑도는 것은 물론, 압도적인 꼴찌다.

전망은 더 어둡다. 정부는 올해 출생아가 약 32만명을 기록해 출산율이 1.0명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유엔인구기금(UNFPA)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 200여 나라 가운데 지난해 출산율이 0명대인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통계청 추계에 의하면 2060년 예상인구는 4천396만명에 불과하다. 특히 고령 인구는 2030년에 유소년인구의 2배, 2060년에는 4배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17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2020년에 24만명이 감소하는 등 향후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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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에 대한 불안감 줄이고 통합정책 강화해야"

늘어나는 외국인 추이, 국내 인구 감소 등 여러 가지 정황에 비춰 한국이 다문화사회로 향하는 건 피할 수 없는 흐름인 듯 보인다. 그리고 이방인에 대한 혐오(제노포비아)는 이런 흐름에 맞춰 점증하는 추세다. 최근엔 제주도 예멘 난민 문제까지 터져 나오면서 제노포비아가 심화하는 양상이다.

주부 김 모(39) 씨는 "위험하다는 소문도 있고, '범죄도시' 같은 영화를 봐서 그런지 중국 교포가 많이 사는 동네는 아예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외국인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확산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2015년에 발표한 국민다문화수용성 조사연구 결과를 보면 2011년 동일 조사에 견줘 2015년 조사에서는 외국인에 대한 내국인의 인식이 악화했다.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응답은 2011년 30.2%에서 2015년 34.6%로 4.4%포인트 늘었다. 경제적 기여보다 손실이 더 크다는 응답도 같은 기간 23.5%에서 33.1%로 9.6%포인트 증가했다.

이밖에 '범죄율이 상승했다'(2011년 35.5% → 2015년 46.7%), '국가재정 부담을 가중시킨다'(2011년 38.3% → 2015년 48.6%)는 등 부정적 반응이 늘었다.

국제 비교에서도 한국인은 '다른 인종과 이웃으로 살고 싶지 않다'와 '외국인 이민자와 이웃으로 살고 싶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조사 대상 국가 17개국 가운데 각각 2번째와 4번째로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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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정부가 외국인이 내국인 사회에 융합하도록 통합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권철우 교수는 "외국인노동자가 늘어나는 건 경제학적으로 봤을 때 중립적이라고 볼 수 있다"며 "다만 난민 같은 정주민이 늘어난다면 서비스업은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사회적으로도 불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인진 교수는 "외국인에게 일자리를 빼앗긴다는 일부 계층의 불만이 고조되고, 외국인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늘어나면서 외국인에 대한 내국인의 태도가 최근 더 냉담해졌다"며 "이런 불만과 불안은 언론이나 종교에 의해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외국인노동자 문제를 포함한 이민 정책에서 정부가 상황을 제대로 컨트롤하고 있다는 인식을 줘 국민 불안을 줄여주는 게 정책 성공의 핵심이지만 지금 정부는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경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논문 '외국인력 및 이민 유입의 경제적 영향'에서 "이민 유입으로 인한 소득 격차 확대, 사회갈등 심화 효과는 이민자와 그 2세들이 숙련수준이 낮은 노동력으로 양성되고 있어서 발생한다"며 "따라서 내국인 사회에 융합되도록 동화적책차원뿐 아니라 통합정책 차원에서 교육단계에서의 투자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 지역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 A 씨는 "이주민 자녀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고 한국 사회의 인재로 자랄 수 있도록 재정적으로 지원해줬으면 좋겠다"면서 "외국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한국 학교가 다문화사회에 대한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A 씨의 외국인 동료 B씨는 "재정이나 제도적 지원이 부족한 것보다 같은 사람으로 대접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때면 정말로 견디기 힘들다"면서 "한국이 정말로 차별없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국 교포들이 많이 사는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을 배경으로 경찰과 조직폭력배의 대결을 그린 영화 '범죄도시'의 한 장면.
중국 교포들이 많이 사는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을 배경으로 경찰과 조직폭력배의 대결을 그린 영화 '범죄도시'의 한 장면.

(인포그래픽 = 이한나 인턴기자)

buff27@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4/01/05 11:3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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