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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흉기·욕설·폭력·협박에 흔들리는 공권력

송고시간2018-07-15 08:00

범인 가해로 다치는 경찰관 매년 500명 넘어

"공무집행자 보호 관련법 개정·장비 지원 확대해야"

"공권력 강화, 부작용도 있어 신중한 대책 필요"

"경찰 97% 규제 탓 총기사용 꺼려"…제도개선 추진

[앵커] 경북 영양군 경찰관 피격 사건으로 공권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청도 제도개선에 나섰습니다. 일선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수렴하겠다는 건데,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황정현 기자입니다. [기자] 경찰관을 상대로 폭언이나 폭행 등 공권력 침해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영양파출소 소속 김선현 경위 역시 무방비 상태에서 4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소중한 목숨을 잃었습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공무 중 순직한 경찰관이 해마다 10명이 넘고, 최근 5년 사이 피습을 당해 순직한 경찰관은 3명에 달합니다. 경찰청은 공권력 침해 사건이 반복되자 내부 게시판을 통해 대대적인 의견 수렴에 나섰습니다. 현장대응 매뉴얼이나 대응지침 등 개선이 필요한 사안을 수렴해 적극 반영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경찰관을 상대로 한 치안정책연구소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7% 가 아무리 급박한 상황이더라도 엄격한 총기 사용 규칙과 법원 판례, 내부 징계 등으로 총기 사용을 꺼린다고 답변한 상황. 장비를 즉각 사용할 수 있는 단서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과 정당한 업무수행 중 발생한 피해에 대해 경찰의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해줄 수 있는 법규가 마련돼야 한다는 제언이 쏟아졌습니다. 또 사회적 공감대가 있을 때 공권력을 무시하는 풍토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줄을 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사후약방문격' 대책이 되지 않도록 실질적인 법제도 등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습니다. 연합뉴스TV 황정현입니다. sweet@yna.co.kr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경찰 경력 20년차인 박 모 총경은 10여년 전 겪은 일이 아직도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당시 같은 지구대로 부임한 여자 후배에게 주취자가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퍼부은 것이다. 지구대원 모두가 육두문자를 고스란히 받아내야 했다. 공무 집행 방해로 체포할까 고민도 했으나 걱정이 앞섰다. 과잉진압에 대한 비난과 제기될 민원 때문이다. 박 총경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겼는데, 아직도 후회된다. 후배를 만나면 아직도 미안하다"면서도 "행여나 감당해야 할 민원이나 감찰 등이 두려워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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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경북 영양에서 4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출동한 경찰관이 맞아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이처럼 공무 집행 과정에서 범인의 공격으로 다치거나 숨지는 경찰이 매년 500명이 넘는다. 그러나 다수의 경찰관은 "그냥 삭히고 마는 게 낫다"고 한숨을 내쉰다. 부당한 민원이나 조사, 감사에 시달릴 게 두려워서다. 전문가들은 현장 경찰을 보호할 적절한 법 개정과 장비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공권력 집행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 변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덧붙였다.

◇ 감사, 조사, 경위서까지…"참고 액땜한 셈 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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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끼리 싸움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는데 화풀이는 정작 말리는 저에게 하더라고요. 이제 욕설 듣는 건 이골이 나서 아무렇지도 않아요"

경력 10년차 경찰관 김 모(35) 씨는 "주취자들이 지구대에서 난동을 부리는 건 이제 드문 일도 아니다"라며 "다음 날 술 깨고 찾아와 과잉 진압당했으니 고소하겠다고 협박하는 사람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들 사이에서 이런 일을 겪고 나면 '잘 참았다', '액땜한 셈 치자'고 위로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천의 한 경찰관은 "말 한마디만 잘못해도 '기분 나쁘다', '권위적이다'라면서 민원 넣겠다고 으름장을 놓아요. 어디 신고받고 나가도 제대로 현장 통제나 할 수 있겠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신문고에 항의 민원이 올라오자 감사실에 불려가 조사받고, 경위서 작성하고, 상부 기관에 불려 다녔다"며 "옳고 그름을 떠나 그것만으로 지치더라. 이런 일을 자꾸 겪게 되면 현장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임무 수행 중 범인의 가해로 다친 경찰관은 2천875명이다. 매년 500명이 넘는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범인의 공격으로 사망한 경찰도 3명이다. 2014년부터 3년간 매년 1명씩 사망했다.

경찰관의 공무집행 부상 원인 중 범인의 가해는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범인 의 가해 비율은 3년 연속 증가했다. 2014년 26.5%, 2015년 28.7%에서 2016년에는 30%에 육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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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공무집행 방해 정도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더 심각하다.

형사정책연구원이 2016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10만명 당 공무집행 방해 건수는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은 28.7건, 일본은 2.1건이다. 일본의 14배 수준이다. 일본은 2000년 이후 2건대에 머무르고 있지만, 한국은 20건을 훨씬 넘는다. 2009년에는 35.5건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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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집행 방해자 3명 중 2명은 취객…5명 중 1명은 상습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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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야간 당직 때 난동을 부리는 주취자를 만나면 '또 시작이네'라고 생각한다. 그는 "술 취한 사람만큼 말이 안 통하는 사람도 있을까 싶다"며 "타이르고 어르고 달래도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공무집행 방해자의 특징 중 하나는 대부분 취해있다는 점이다. 대검찰청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공무집행 방해자의 주취 비율은 2015년 기준으로 65.7%였다. 공무집행을 방해한 3명 중 2명은 술에 취해있었다는 뜻이다.

공무집행 방해자 중 주취자 비율은 증가 추세다. 2000년 33.5%에서 2005년 51.7%에 달했고 2010년에는 60%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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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집행 방해자의 주취자 비율은 방화, 상해, 살인, 성폭력 등 다른 범죄보다 훨씬 높다.

더 무서운 특징은 상습적이라는 점이다. 공무집행 방해 검거 인원 중 동종 전과 비율은 2015년 기준으로 18.7%다. 2000년 이후 20% 전후였고 2005년에는 28.2%까지 올랐다.

한민경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무집행 방해자 5명 중 1명이 동종 전과가 있다는 사실은 상습적인 행위자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책이 마련돼야 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 "방검복·방탄조끼 등 1인 1장비 지급해야"

전문가들은 공무를 집행하는 경찰을 폭력과 폭언, 협박 등으로부터 보호하려면 법적 장치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 교수는 "법 개정을 통해 직무를 수행하는 경찰을 보호할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 교수는 "직무 집행으로 소송에 휘말리는 경찰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경찰 조합이나 국가에서 경찰 당사자에게 법률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며 "우리는 소송 비용이나 시간까지 온전히 개인이 담당해야 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 교수 역시 "돈 물어주고, 소송에 휘말리고 경위서까지 쓰는 모든 과정을 실무자가 해야 한다"며 "차라리 한 대 맞고 말자는 게 작금의 현장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보호장비 확충이나 인원 충원 등 물질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염 교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방탄조끼는 지구대당 1벌씩만 지급됐다"며 "사제 총기나 폭탄 등의 흉기를 어렵지 않게 구하는 시대에 경찰 보호 장비도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검복이나 방탄조끼 등 1인 1 장비 지급과 함께 재질 개선에도 힘써야 한다는 얘기다.

◇ "약한 경찰력은 선량한 시민을 제대로 보호해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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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장비와 함께 시민들의 의식개선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 교수는 "공권력의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아직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서도 "공무 집행 과정에서 경찰이 다치고 죽는 사건이 이어진다면, 이런 피해는 결국 시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약한 경찰력은 선량한 시민들을 제대로 보호해 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해성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민의식 향상을 위해 홍보와 캠페인을 통해 공무집행 방해 행위가 얼마나 나쁜 범죄이며, (안전한) 사회 유지를 위해서는 결코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상기시켜 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권력 강화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래군 인권재단 소장은 "무턱대고 공권력 강화가 해법은 아니다. 그에 대한 부작용은 온전히 시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라며 "과거 정권 당시에도 경찰의 총기 사용으로 인해 무고한 시민이 희생당한 경우가 있지 않았냐"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경찰의 공권력 이슈는 국민 안전과 직결된 만큼 신중하게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우리 일은 시민을 보호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라며 "시민 여러분 역시 이런 경찰들에게 힘을 실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시민들이 갈수록 경찰을 하대하는 게 느껴질 때가 있다"며 "현장에 나가서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면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인포그래픽=장미화 인턴기자)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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