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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외국, '에너지음료' 어린이 판매 중단…한국은?

송고시간2018-07-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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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슈퍼마켓 "14세 이하에게 팔지 않겠다"

부작용 우려…청소년, 부정맥·불안정·피로 등 호소

韓, 판매 제한 입법화 움직임…과잉 규제 논란도

(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 = Q. "고등학생입니다. 요즘 시험 기간이라 에너지음료를 매일 1~2캔씩 마시는데요. 많이 먹는 수준인가요? 에너지음료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목기침이 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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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고민 글이다. 최근 중·고등학교가 기말고사 기간에 접어들면서 인터넷상에서 이와 유사한 질문을 하는 학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불안은 기우(杞憂)가 아니다. 미국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5월 한 고등학생이 카페인 과다섭취에 따른 부정맥으로 숨졌다. 심장 질환이 없었던 이 학생은 숨지기 전 약 2시간 동안 에너지음료 등 카페인 음료 3잔을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각국에서는 학생들의 에너지음료 과다섭취를 막기 위해 각종 정책과 법을 내놓고 있다. 한국에서도 어린이들에게 고카페인 함유 식품을 팔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에너지음료 판매량 증가 추세

에너지음료는 강장 음료의 한 종류로 고농도의 카페인과 타우린, 당 등과 같은 교감신경 자극제를 포함하고 있다. 피로 해소, 집중력 및 민첩성 향상 등 신체 능력 극대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1962년 일본에서 개발된 '리포비탄D' 제품이 세계 최초의 에너지음료로 분류된다. 이 제품을 기반으로 태국에서 에너지음료 '크라팅 다엥'이 나왔고, 오스트리아인 디트리히 마테쉬츠가 이에 영감을 받아 1987년 레드불을 시장에 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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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음료 판매량은 증가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데이터모니터에 따르면 에너지음료는 세계 음료 시장에서 최근 5년간(2009~2013년) 가장 높은 성장률(8.6%)을 나타냈다. 국내에서도 에너지음료 제품 매출은 2014년 1천341억 원에서 2016년 1천669억 원으로 24%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에너지음료를 접하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2017년 한국학교보건학회지에 실린 '고등학생 고카페인 에너지음료 섭취에 대한 관련 요인'을 보면 고등학교 1~3학년 학생 3만3천7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10명 중 1명(12.2%)은 최근 일주일 내에 에너지음료를 섭취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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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음료 한 캔 또는 한 병당 50mg에서 505mg의 고카페인을 함유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체중 50kg 청소년의 카페인 일일 섭취권장량은 125mg이다. 고카페인을 함유한 에너지음료 1캔만 마셔도 기준치를 4배나 초과하는 것이다.

◇ 어린이에 에너지음료 판매 중단 움직임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네덜란드의 슈퍼마켓 체인인 알디(Aldi)와 리들(Lidl)은 지난 3일 14세 이하 어린이들에게 에너지음료 판매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초 네덜란드에서는 이 문제를 놓고 빚어진 논란이 발단이 됐다. 소아과 의사들은 에너지음료를 많이 마신 청소년들이 심장부정맥, 불안정, 피로 등을 호소하며 병원 응급실로 실려 오는 경우가 많다며 18세 이하 청소년들에게 에너지음료 판매를 금지할 것을 당국에 촉구했다. 하지만 네덜란드 정부는 아이들에게 에너지음료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는 것은 부모의 몫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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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스타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는 지난 1월 "정부가 16세 미만의 모든 이에 대해 에너지음료 판매의 연령 제한을 긴급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에너지음료는 문제가 되고 있다. 소비자안전센터는 에너지음료 섭취를 한 학생 781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약 60.7%(436명)가 불면증, 수면 후 개운하지 못함, 심장 박동 수 증가, 오한 및 구토, 어지러움 등을 경험해 학생들의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에너지음료를 통한 카페인 과잉섭취는 두통, 행동불안, 정서장애, 심장 박동 수 증가, 혈압상승, 위장병으로 이어질 수 있고, 철분과 칼슘 흡수를 방해해 성장 장애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2016년에는 에너지음료 과다섭취가 청소년의 자살 생각 빈도를 높인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왔다. 민인순 순천향대 보건행정경영학과 교수팀이 2015년 시행된 '제11차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 자료를 토대로 중·고교생 6만6천68명을 분석한 결과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매일 1회 이상 고카페인을 마시면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 자살 생각을 각각 2.66배, 3.89배 자주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 "어린이에게 고카페인 식품 금지해야"

대부분의 학생도 부작용을 인지하고 있다. 소비자안전센터에 따르면 에너지음료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섭취 경험이 있는 학생 719명 중 505명(70.2%)이 건강에 해로울 것으로 판단했지만, 공부 등의 목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마시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각에서는 어린이에게 고카페인 함유 식품을 아예 팔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황주홍 민주평화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4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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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올바른 식생활 습관을 위해 카페인을 1㎖당 0.15㎎ 이상 함유한 액체식품을 고카페인 함유 식품으로 구분하고 초·중·고에서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고등학생이 학교를 벗어나는 순간 에너지음료에 무방비하게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너지음료 판매의 약 59.9%가 편의점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소비자안전센터는 '에너지 음료 안전실태 조사' 보고서에서 "현재 학생들 사이에서 에너지음료 판매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담배, 주류와 같이 모든 식품판매업체에서 18세 이하 미성년자에게 에너지음료의 판매금지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규제에 대한 논란의 여지도 크다. 국회입법조사처의 '국내외 고(高)카페인음료시장 현황과 규제 동향'을 보면 에너지음료 카페인 함량은 62.5mg으로 커피믹스 한봉(69mg)에 해당한다. 캔커피에는 74mg이 들었다. 이에 에너지음료를 과다섭취하지 않으면, 크게 문제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가 운영하는 국민참여플랫폼 '국민생각함'에는 "에너지 드링크를 구매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인데 규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많은 부작용에 대해서 캠페인을 펼쳐 경각심을 주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인포그래픽=이한나 인턴기자)

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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