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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도 놀랄 베토벤 교향곡…말러 편곡을 '재편곡'한 듯

송고시간2018-07-06 14:17

부천필 '말러가 바라본 베토벤' 공연 리뷰

부천필하모닉 '말러가 바라본 베토벤' 공연 모습 [부천시립예술단 제공]

부천필하모닉 '말러가 바라본 베토벤' 공연 모습 [부천시립예술단 제공]

(서울=연합뉴스) 최은규 객원기자 = 더블베이스 주자 8명에 호른 연주자만도 6명! 평소보다 많은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이 무대를 꽉 채웠다.

연주자의 수만 본다면 말러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대편성 관현악곡이 연주될 것만 같았지만, 연주된 곡은 2관 편성 오케스트라로도 충분한 베토벤의 교향곡 제3번 '영웅'과 제5번 '운명'이었다.

베토벤의 교향곡을 연주하기 위해 왜 이리 많은 음악가가 동원된 것일까.

지난 5일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선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구스타프 말러 편곡에 의한 베토벤 교향곡을 초연해 음악애호가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작곡가이기 이전에 뛰어난 지휘자였던 말러는 연주 효과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작품뿐만 아니라 거장 음악가들의 작품도 서슴지 않고 고쳐서 연주했는데, 그가 고친 작품 중에는 서양음악 사상 가장 위대한 작곡가로 꼽히는 베토벤의 교향곡들도 포함되어 있다.

말러에게 음악작품의 최종 결정판이란 없으며 언제나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수정 가능한 현재진행형의 시간예술이었기에 그는 거장 베토벤 교향곡마저도 연주 효과를 위해 마음대로 고쳐서 지휘했던 것이다. 덕분에 말러가 활동하던 시절 빈의 한 신문에는 말러가 베토벤에게 얻어맞는 풍자화가 실리기도 했다.

말러의 편곡은 단순히 오케스트라의 악기 편성을 확장한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강약기호와 템포 지시를 바꾸거나 새로운 대선율이나 표현 지시어, 독특한 연주법까지 추가해 완전히 새로운 베토벤 교향곡으로 재창조해냈다.

덕분에 베토벤 교향곡을 들으며 말러 교향곡에서나 들을 법한 날카로운 피콜로 소리나 호른의 폐쇄음(호른 주자가 오른손을 관 속으로 깊숙이 넣고 연주해 막힌 음색을 내는 주법)이 전해주는 기괴한 음향효과를 즐길 수 있었다. 아마 베토벤 자신도 말러의 편곡에 의한 그의 교향곡 연주를 들었다면 그의 교향곡이 이처럼 다채로운 음향으로 구현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을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 부천필을 이끈 지휘자 박영민은 말러의 시도가 더 뚜렷하게 전달되도록 말러가 수정한 부분을 더욱 과장하려는 듯했다. 악보에 표시된 말러의 지시는 한층 더 강조되거나 혹은 변형됐다. 약간 느려지라는 지시는 매우 느려지는 연주로, 강약 대비 효과는 더욱 과장됐다.

베토벤 교향곡 제3번의 경우 4악장에서 말러는 현악기가 손가락으로 현을 튕겨 연주하는 주제 부분에 2마디는 '여리게(p)', 두 마디는 '더욱 여리게(pp)'로 연주할 것을 지시했지만, 실제 부천필 현악 주자들이 들려준 연주는 거의 '세게(f)'와 '여리게(p)'의 대비처럼 강렬했다.

베토벤 교향곡 제5번의 경우 1악장 속도는 말러가 편곡한 악보에도 베토벤이 써놓은 그대로인 메트로놈 기호로 2분음표가 108로 연주되도록 지시되어 있으나, 부천필의 템포는 그보다 훨씬 더 느렸다.

악보에 없는 부분적인 템포 변화도 매우 자주 시도되었다. 이처럼 강약이나 템포 등의 표현을 과장하거나 변형시킨 박영민과 부천필의 연주는 말러의 편곡을 다시 '편곡'한 연주나 다름없었다. 이는 마치 말러가 베토벤의 악보를 고쳐 연주했던 것처럼 이 시대 청중에게 맞게 새롭게 거듭난 베토벤 연주라 할 만했다.

부천필하모닉 '말러가 바라본 베토벤' 공연 모습 [부천시립예술단 제공]

부천필하모닉 '말러가 바라본 베토벤' 공연 모습 [부천시립예술단 제공]

그러나 역설적으로 부천필의 새로운 베토벤 연주는 음악애호가들에겐 다소 진부한 연주로 들렸을 수도 있다. 그 웅장한 음향 자체는 명지휘자 카라얀과 번스타인 시대, 아니 그보다 더 이전의 푸르트벵글러 시대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그 시대 지휘자들은 베토벤의 교향곡을 연주할 때 웅장한 성격을 강조하려고 일부러 관악기 편성을 두 배로 늘리고 현악 연주자의 수도 크게 보강하여 연주했으며 템포도 다소 여유 있게 잡는 편이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박영민과 부천필의 베토벤 연주는 빠른 템포로 고전적이고 깔끔한 연주를 지향하는 요즘의 베토벤 연주 경향과는 완전히 반대 노선을 걷는 셈이다.

그 때문에 일부 음악애호가들은 이미 유행이 지난 옛날 스타일을 따르는 듯한 부천필의 베토벤 연주에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영민과 부천필의 베토벤 교향곡 연주는 단지 악기 편성만 확장한 20세기 전반기의 베토벤 연주가 아니라 말러 편곡에 의한 새로운 베토벤 연주였으며 이는 곳곳에서 다채로운 음향효과로 분명하게 드러났다. 부천필의 이번 기획 덕분에 말러 편곡에 의한 베토벤 교향곡을 실제 연주로 들을 수 있었던 것은 값진 경험이었다.

herena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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