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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억울한 죽음 밝혀내는 법의학자 역할 누가 맡았나

송고시간2018-07-04 17:10

선현 일기서 찾은 과학수사…지방관 직접 검시·심문으로 범행 밝혀

한국국학진흥원 웹진 담 7월호에 실어

은비녀와 밥을 이용해 독살 여부를 판단하는 검시과정 (그림 : 정용연)[한국국학진흥원 제공=연합뉴스]

은비녀와 밥을 이용해 독살 여부를 판단하는 검시과정 (그림 : 정용연)[한국국학진흥원 제공=연합뉴스]

(안동=연합뉴스) 김효중 기자 = 조선 시대에는 억울한 죽음을 밝혀내는 법의학자 역할은 누가 맡았을까?

한국국학진흥원이 '법의학'을 소재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7월호를 펴냈다.

4일 웹진 담에 따르면 최근 전남 강진 살인사건이 조선 시대 일어났다면 매봉산 꼭대기에서 나온 피해자 시신을 검시하는 일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자가 아니라 강진 군수(강진 현감)가 담당한다.

그때는 최대한 빨리 시신 상태를 살피고 사인을 밝히기 위해 가장 가까이에 있는 행정·사법 책임자인 지방관에게 조사하도록 했다.

인명 사건을 억울함 없이 공정하게 처리하는 일은 조선 법률이 정한 지방관의 중요한 책무다. 그러나 경험이 부족한 신참 현감에게는 매우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일단 사건이 발생하면 사망 장소 관할 수령은 아전을 데리고 바로 현장으로 달려가 수사와 검시를 해야 했다.

수사절차를 보면 사망자 가족, 피의자, 관련자와 목격자, 이웃 사람 등에게 1차 심문을 한 뒤 시체에 법의학 검시를 한다.

이것이 끝나면 다시 앞서 조사한 사람에게 2차 심문한다. 이어 심문과 검시를 종합해 자기 의견서를 붙여 감영에 보고한다.

이때 보고하는 문서가 검안이다. 검시 횟수에 따라 초검문안(初檢文案) 복검문안, 삼검문안 등이라고 한다.

검시에서 수령은 사망원인, 즉 실인(實因)을 밝혀내야 하는 데 활용한 법의학 책이 바로 무원록이다.

1차 검시는 해당 고을 수령이 직접 하고, 2차 검시는 감영 지시를 받아 이웃 고을 수령이 맡았다.

그래도 실인이 애매하거나 드러나지 않으면 3차 이상 검시하기도 했다. 또 복검할 때에는 정확한 검시를 위해 초검 내용을 알 수 없도록 했다.

무원록에 나온 조선 시대 과학수사기법을 살펴보면 유교 윤리에 따라 시신을 해부하는 부검은 하지 못했다. 비록 맨눈으로 시신을 살피는 수준이나 상당히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진행했다.

독살 여부를 살피기 위해 은비녀를 죽은 사람 입안과 식도에 밀어 넣어서 변색 여부를 살피거나 밥 한 숟가락을 입이나 식도에 넣어 두었다가 닭에게 먹여 죽으면 독살로 판단했다.

익사한 시신은 입과 코에서 하얀 물거품이 나오는 것으로 봤다. 만약 하얀 물거품이 없으면 이미 죽은 시신을 물에 빠뜨린 것으로 판단했다.

무원록에 따른 검시는 억울한 죽음을 위로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결정적인 실마리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숙종 3년(1677년)에 목매달아 자살한 것처럼 위장한 여인 시신이 나왔는데, 목을 맨 줄 근처에 상처가 하나도 없고 몸 여기저기에 멍이 들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수령이 수사한 결과 남편 빚 때문에 사채업자에게 끌려가 맞아 죽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채업자는 범행을 부인했으나 귀양을 갔다.

살인사건이 났을 때 지방관이 어떤 기준으로 해결했는지는 법전과 무원록에 잘 기록해 놓았다.

그러나 실제로 지방관들이 사건을 추리하는 생생한 현장은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이들은 갑자기 일어난 살인에 놀라고 당황하고 검시과정과 살인 정황을 낱낱이 적어 보고했다. 이웃 고을에 살인사건이 났을 때 2차 검시관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런 생생한 현장 이야기는 조선 시대 선현 '일기류'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국학진흥원은 2011년부터 운영하는 스토리테마파크(http://story.ugyo.net)에 조선 시대 일기류 244권을 바탕으로 창작소재 4천270건을 구축하고 검색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7월호 편집장을 맡은 천준아 작가는 "하루가 다르게 흉악한 범죄 사건이 늘어나고, 억울하고 안타까운 죽음 소식을 듣는 요즘 프로파일링 기법이나 법의학 체계가 없던 조선 시대 백성은 어떻게 억울함을 풀 수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법의학 소재로 기획했다"고 밝혔다.

kimh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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