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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대체복무제 도입 놓고 "사회공감대 형성됐다" 판단한 듯

송고시간2018-06-28 16:56

2004년엔 '대체복무' 분위기 무르익지 않았다 판단

"국가기관도 앞서 검토…도입 더는 미룰 수 없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소속 회원들이 지난해 7월 7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소속 회원들이 지난해 7월 7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헌법재판소가 28일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서 대체복무 제도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규정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이 제도를 둘러싼 사회 인식이 수년 간 크게 변한 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헌재는 이날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과 관련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및 헌법소원심판 결정문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종류 조항(병역법 제5조 제1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라고 판단했다.

대체복무제라는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병역의 종류에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만을 규정한 법 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아울러 이 때문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징역과 공직 임용 제한 등 막대한 불이익에 시달려야 해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헌재가 대체복무제 도입을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병역종류 조항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한 것은 2004년 8월 첫 합헌 결정 때 제시했던 대체복무제 도입의 선행조건이 충족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헌재는 2004년 결정문에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사이에 평화공존 관계가 정착돼야 하고, 군 복무 여건의 개선 등을 통해 병역기피의 요인이 제거되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이와 더불어 "우리 사회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이해와 관용이 자리 잡음으로써 대체복무를 허용하더라도 병역의무의 이행에 있어서 부담의 평등이 실현되고 사회통합이 저해되지 않는다는 사회공동체 구성원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며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대체복무제 도입의 선행 요건으로 내걸었다.

14년이 지난 시점에서 헌재는 이 같은 선행 요건이 상당히 충족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이날 낸 결정문에서 "(2004년 첫 결정 이후) 국가인권위원회, 국방부, 법무부, 국회 등 국가기관에서 대체복무제 도입을 검토하거나 그 도입을 권고했고, 법원도 최근 하급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무죄 판결을 선고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라며 대체복무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진전됐음을 시사했다.

이어 "이런 모든 사정을 고려해 볼 때 국가는 이 문제의 해결을 더는 미룰 수 없으며, 대체복무제를 도입함으로써 병역종류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상황을 제거할 의무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사회공동체 구성원의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판단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18 세계병역거부자의 날(15일)을 사흘 앞둔 5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병역거부 인정, 대체복부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 이조은씨와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8 세계병역거부자의 날(15일)을 사흘 앞둔 5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병역거부 인정, 대체복부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 이조은씨와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헌재의 결정이 바뀐 기저에는 실제로 대체복무제에 대한 사회인식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인권위가 직접 실시한 국민의식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2005년 10.2%에서 2016년 46.1%로 늘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016년 소속 변호사를 상대로 한 조사에서 74.3%가 '양심적 병역거부가 헌법상 보장된 양심의 자유에 해당하는가?'라는 응답에 '그렇다'고 답했다는 설문결과를 헌재에 의견으로 제출하기도 했다.

한편 헌재는 이날 결정을 내리면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종류 조항과 달리 징집 불응자에 대한 처벌조항 규정에 대해서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현역입영 또는 사회복무요원 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기일부터 3일이 지나도 불응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규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대체복무제의 길이 열리면 대체복무를 선택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처벌 규정에 저촉되지 않게 되므로 실질적인 진일보를 이룬 판결이라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의 황수영 팀장은 "이번 헌재의 대체복무제 도입 결정을 환영한다"며 "국회는 시급히 입법을 통해 대체복무제를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헌재의 결정으로 현재 양심적 병역거부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는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양심적 병역거부로 복역한 이력이 있는 백종건 변호사는 "합헌 결정이 난 처벌규정에 대해서는 사실상 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하면 된다는 결론을 헌재가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헌재 결정의 의미를 검토해 대법원 및 각급 법원이 무죄 선고를 내려주길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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