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국원 작가 "최대한 정직하게 그리고 싶어요"
송고시간2018-06-11 06:00
전시마다 소진되는 인기 작가…표갤러리서 개인전 '케렌시아'
"동물·아이에 나도 모르게 끌려…작업 통한 소통 즐겨"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우국원 작가가 지난 8일 개인전 '퀘렌시아'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표갤러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ryousanta@yna.co.kr

[표갤러리 제공=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신기한 일이에요." 우국원(42) 작가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우국원은 미술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젊은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전시마다 대다수 작품이 팔려나가는 덕분에 새 전시는 항상 '따끈따끈한' 작품으로 채운다.
개인전 '케렌시아' 개막을 맞아 8일 서울 광화문 표갤러리에서 만난 작가는 "무엇보다 누군가 내 작업을 좋아해 준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솔직히, 기분이 묘할 정도로 감동적이에요."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우국원 작가가 지난 8일 개인전 '퀘렌시아'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표갤러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ryousanta@yna.co.kr
이번 전시도 그동안 보인 작업의 연장선에 있다. 개, 돼지, 코끼리 같은 동물 혹은 단발 소녀가 강렬한 색을 두른 채 나타난다. 작가는 "정확한 이유는 아직 못 찾았지만, 그러한 순수함에 저도 모르게 이끌리는 것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렇게 천진한 동심을 자극하는 듯하지만, 우국원 그림을 뜯어보면 '반전'이 있다. 이번 전시에 나온 '더 보이 후 크라이드 울프'의 소녀는 멀리 양 떼를 가리키며 늑대와 이야기를 나눈다. 평원 위 하늘에는 영어 글귀가 떠 있다. '내 뒤나 앞에서 걷지 말고, 옆에서 걸으면서 친구가 돼줘.' 소녀 손에 들린 총은 어떻게든 친구 늑대를 지켜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일까.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동화 '양치기 소년' 속 교훈은 지평선 너머로 사라진 듯하다.
"제가 (작업할 때) 어떠한 삶을 사는지가 그림에 녹아 있는 것 같아요. 컬러감 때문에 제 작품이 처음에는 발랄해 보일 수는 있어도……. 제 그림을 계속 본 사람들, 특히 주변 사람들은 좀 슬픈 느낌을 읽어내더라고요. 최대한 정직하게 표현하려고 하는데, 그런 점을 봐주면 좋죠."

[표갤러리 제공=연합뉴스]
우국원 작업이 독특한 또 다른 지점은 마치 정전기가 일어난 듯, 삐뚤빼뚤한 느낌의 터치와 독특한 질감이다. 평평한 온라인 이미지로만 보면, 어린이가 한 크레파스 낙서처럼 보이기도 한다. 학창시절에는 정밀 묘사에 몰두하던 작업이 일본으로 건너간 이후 급반전한 계기가 궁금했다. 일본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짬짬이 작업하던 그는 2008년 귀국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우국원 작가가 지난 8일 개인전 '퀘렌시아'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표갤러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ryousanta@yna.co.kr
"좀 더 정신적으로 자유로워지고 싶었던 것 같아요. 압박감에서 해방되고 싶었다고 해야 하나. 저는 그래서 붓도 거의 안 써요. 거의 핑거페인팅이에요. 즉흥적인 이미지, 대충 콘셉트만 떠오르면 캔버스 안에서 '쇼부'치는 편이에요."
즉흥적이라고 표현했지만, 그의 작업은 매일 서울 강남구청 근처 작업실에서 혼자 "꼼지락 꼼지락"하며 숙고한 결과물이다. "사람 대 사람으로보다 작업을 통해 소통하는 과정을 즐겨요. 누군가에게 작품을 보여주는 과정을 뺀다면, 아티스트라고 과연 할 수 있을까요."
"원래 성실한 작가는 아니라"고 고백한 그는 최근 몇 년간 전시 일정을 빠듯하게 잡으며 자신을 몰아친 듯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30점 가까이 그려냈다. 이번 전시 제목을 안식처를 뜻하는 '케렌시아'로 정한 것도, 정신적으로 쉬고 싶은 마음과 연관이 있다고 했다.
좀 쉬고 싶다는 투정에 가려진 본심은 인터뷰 마무리 발언에서 드러났다. "아직 배가 더 고파요. 시각적으로 좀 더 충족되는 어떠한 것들을 만들고 싶어요. 거만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아직 좀 덜 솔직한 것 같은 느낌도 있거든요."
이번 전시는 원래 이태원에 있던 표갤러리의 광화문 이전 개관전이다. 전시는 7월 7일까지.
aira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8/06/11 06: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