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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우승하고 펑펑 울 줄 알았던 할레프, 방긋방긋 웃었다(종합)

송고시간2018-06-10 11:15

세계 1위면서도 메이저 왕관 없어 마음고생…팬들도 일방적 응원

"14살 때부터 키워온 메이저 우승의 꿈 드디어 이뤘어요"

시모나 할레프 [AP=연합뉴스]
시모나 할레프 [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시모나! 시모나!"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결승전이 열린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필리프 샤트리에 코트를 가득 메운 1만5천여 팬들이 한 선수의 이름을 계속 연호했다.

바로 세계 랭킹 1위 시모나 할레프(27·루마니아)였다.

대개 약자를 응원하기 마련인 팬들이 세계 1위 선수에게 일방적인 응원을 보낸 것은 바로 할레프가 세계 1위면서도 메이저 대회 우승 경력이 없는 '무관의 여제'였기 때문이다.

할레프는 2014년과 2017년 프랑스오픈, 올해 호주오픈에서 결승까지 올랐지만 모두 패해 메이저 대회 단식 결승 전적 3전 전패를 기록 중이었다.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 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 메이저 대회 여자단식 결승에서 세 번 모두 패한 사례는 1974년 호주오픈 크리스 에버트(미국), 1989년 호주오픈 헬레나 수코바, 1997년 윔블던 야나 노보트나(이상 체코), 2003년 US오픈 킴 클레이스터르스(벨기에)에 이어 할레프까지 총 다섯 번밖에 나오지 않았을 정도로 보기 드문 진기록이다.

만일 할레프가 이날도 슬론 스티븐스(10위·미국)에게 패한다면 수코바, 클레이스터르스에 이어 통산 세 번째로 메이저 대회 단식 결승에서 4전 전패를 당하는 선수가 될 판이었다.

특히 할레프는 지난해 이 대회 결승에서 옐레나 오스타펜코(5위·라트비아)를 상대로 1세트를 먼저 따냈고, 2세트에서도 3-0까지 앞서다가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또 올해 호주오픈 결승에서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세계 1위까지 하고도 메이저 우승이 없었던 캐럴라인 보즈니아키(2위·덴마크)와 결승 '외나무다리 대결'을 벌여 접전 끝에 1-2(6-7<2-7> 6-3 4-6)로 졌다.

우승을 확정한 뒤 관중석에 올라갔다 내려오는 할레프 [EPA=연합뉴스]
우승을 확정한 뒤 관중석에 올라갔다 내려오는 할레프 [EPA=연합뉴스]

이런 사연을 잘 알고 있던 프랑스 팬들은 경기 초반부터 할레프의 이름을 연호하며 그가 올해만큼은 메이저 대회 정상에 서기를 응원했다.

게다가 상대인 스티븐스는 이미 지난해 US오픈에서 우승을 한 차례 했던 선수라는 점도 참작이 됐을 것이다.

작년 결승과는 반대로 할레프는 1세트를 먼저 내주고, 2세트에서도 게임스코어 0-2까지 끌려갔으나 팬들의 응원 덕인지 이때부터 대반격에 나섰다.

연달아 네 게임을 따내 4-2로 달아났고 다시 4-4 동점을 허용했으나 이후 두 게임을 내리 가져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팽팽한 힘겨루기에서 우위를 보인 할레프는 3세트에서는 게임스코어 5-0으로 훌쩍 달아나며 꿈에 그리던 메이저 우승의 영예를 누렸다.

사실 세계 1위 할레프의 메이저 우승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

168㎝의 키는 세계 랭킹 10위 이내 선수들 가운데 최단신이다. 10위 이내 선수 가운데 180㎝가 넘는 선수가 3명이고 나머지도 대부분 170㎝ 후반이다.

그렇다고 파워가 뛰어난 선수도 아니다. 결승전 서브 최고 시속이 175㎞ 정도로, 190㎞를 넘기는 '빅 히터'들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대신 작은 키를 빠른 스피드로 보완해 특히 리턴 게임에 강세를 보이는 것이 할레프의 장점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브레이크 포인트를 얻은 것이 43회로, 출전 선수 가운데 최다를 기록했다.

그만큼 신체 조건이나 파워에서 앞선 다른 선수들의 샷을 예측하는 두뇌 싸움에서도 탁월한 편이다.

시모나 할레프 [AP=연합뉴스]
시모나 할레프 [AP=연합뉴스]

스피드와 스윙 궤적에 방해를 준다는 이유로 2009년 가슴 축소 수술까지 받은 사연은 너무도 잘 알려진 얘기다.

2008년 프랑스오픈 주니어 단식을 제패한 뒤 성인 무대로 진출, 세계 랭킹 300위권에 머물다가 수술 이후 투어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처음 세계 1위가 된 할레프는 당시 인터뷰에서 "세계 1위가 되고 처음으로 코트에서 눈물을 보인 것 같다"며 "내일부터 다음 목표인 그랜드 슬램 우승을 위해 다시 시작하겠다"고 다짐했었다.

사람들은 그래서 할레프가 메이저에서 우승하면 눈물을 펑펑 흘릴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뜻밖에 할레프는 시상식 내내 방긋방긋 웃으며 생애 최고의 날을 마음껏 즐겼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2세트 0-2가 됐을 때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작년에 내가 2세트 3-0에서 뒤집혔듯이 올해 나에게도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할레프는 "사실 마지막 세트 5-0으로 앞설 때는 숨을 쉬기도 어려웠다"며 "한 게임을 상대에게 내주고 난 뒤에 '아직 4게임을 앞서 있다'고 생각하며 마음에 위안을 찾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세계 1위가 된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다"고 밝힌 할레프는 "14살 때부터 메이저 우승의 꿈을 가졌고, 이왕이면 프랑스오픈에서 하고 싶었다"고 행복해했다.

패한 스티븐스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내가 원한 결과는 아니었지만, 경기를 통해서는 이기거나 배울 뿐이다. 패하는 일은 없다"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슬론 스티븐스 [AFP=연합뉴스]
슬론 스티븐스 [AFP=연합뉴스]

email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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