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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신중해야 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여부 결정

송고시간2018-06-05 20:47

(서울=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 거래' 등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형사 조처 문제를 놓고 법원 내 의견이 세대별로 양분되는 모습이다. 단독·배석을 중심으로 한 소장 판사들은 성역없는 검찰 수사와 관련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소장 판사들의 요구는 지난 1일 의정부지법을 시작으로 4일 서울중앙지법·서울가정법원·인천지법을 거쳐 5일에는 부산지법 등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오는 11일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 결론 역시 소장 판사들 의견과 비슷할 전망이다. 회의체 성격이 일선 판사들을 대표하는 대의기구이기 때문이다.

반면 중진 판사들인 서울고법 부장판사들은 4일 회의에서 수사 촉구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대신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한 우려와 재발 방지를 결의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법원 내 중견·고참 판사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수사보다 재발방지책 수립에 중점을 둔 의견이 잇따를 전망이다. 오는 7일로 예정된 전국법원장간담회 역시 각급 법원 최고 책임자들이 참석하는 자리라 형사적 수단을 통한 해결보다는 내부적 자체 수습 방안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 안팎 다양한 인사들로 구성된 대법원장 자문기구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는 5일 오후 김명수 대법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었지만,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끝났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이 조사 보고서를 공개한 후 6일 만인 지난달 31일 대국민 담화문을 내고 국민에게 사과한 뒤 법원 안팎의 의견을 수렴해 사태 관련자에 대한 형사상 조치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 후 전국에서 열리는 각종 판사회의 내용은 그의 최종 판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애초 특별조사단 보고서는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놓고 청와대와 거래를 준비하거나 판사 사찰을 한 정황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실행되거나 당사자의 피해 이어진 것은 없어 형사 조처는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이후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들이나 단체가 크게 반발하자 김 대법원장은 여론 수렴을 걸쳐 형사 조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법원 안팎에서 현재 벌어지는 혼란은 그의 어정쩡한 태도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현재의 상황을 볼 때 김 대법원장이 어떤 선택을 해도 상당한 후유증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 대법원장은 검찰 수사를 통한 정확한 진상 규명과 사법부의 신뢰·명예 훼손 최소화라는 두 갈래의 선택을 놓고 신중하게 결정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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