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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북한춤에 안은미 식 '알록달록' 채색

송고시간2018-06-03 19:33

'안은미의 북한춤' 리뷰…파리서도 통할까

지난 1~3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 '안은미의 북한춤' 공연 모습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제공]

지난 1~3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 '안은미의 북한춤' 공연 모습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제공]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무대 위 화면에 뜬 숫자 '1945'가 시간을 거슬러 '2018'에서 멈춘다.

1945년 해방부터 남북분단과 1950년 한국전쟁을 거쳐 남북관계가 새 국면을 맞은 2018년에 이르기까지 남과 북은 서로의 몸 쓰는 방법을 유심히 들여다본 적이 없다.

지난 1~3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 '안은미의 북한춤'은 같은 뿌리에서 시작했으나 전혀 다르게 발전 궤적을 걸은 남과 북의 몸짓을 유쾌하게 들여다보는 자리였다.

미지의 영역이었던 북한춤에 현대 무용가 안은미식 색과 흥이 가득 더해졌다. '빨간' 포스터로 홍보가 됐지만 실제 공연은 '알록달록' 개성 강한 움직임들로 채워졌다.

이번 '안은미의 북한춤'은 최근 남북관계 급진전 분위기와 함께 내년 2월 프랑스 파리 유명 극장 '테아트르 드 라빌' 시즌 프로그램으로 선보이는 작품이란 점 등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우선 공연은 신비로운 가야금 선율에 맞춰 무희 최승희(1911~1967)의 그 유명한 보살춤을 떠올리게 하는 솔로 춤으로 출발한다.

그리고 분단의 시간이 70년 남짓 흘러간 것을 암시하는 스크린 숫자가 나타난 뒤 다양한 북한 몸짓이 소개된다.

안은미는 유튜브에서 검색되는 다양한 영상과 최승희의 무보집 '조선민족무용기본'(1958), 북한에서 정식 춤 교육을 받은 재일 무용가 성애순 씨 등에게서 다양한 북한춤을 익혔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정확히 어떤 '춤'이라기보다는 북한 정치·사회·문화 속에 녹아있는 다양한 몸짓을 소개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 '안은미의 북한춤' 공연 모습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제공]

지난 1~3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 '안은미의 북한춤' 공연 모습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제공]

다리를 곧게 펴고 열을 지어 행진하는 북한 군인들을 연상케 하는 춤부터 흰 저고리와 검은 하의 복장 무용수들이 선보이는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율동, 부채로 기하학적 패턴을 그려내는 장면 등이 펼쳐졌다.

여성 무용수들이 손목에 '쟁강, 쟁강' 소리를 내는 쇠 팔찌를 걸고 부채를 사용해 추는 '쟁강춤', 남성의 힘을 사실적으로 강조한 '팔뚝춤' 등 정통 북한춤도 엿볼 수 있었다.

지난 1~3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 '안은미의 북한춤' 공연 모습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제공]

지난 1~3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 '안은미의 북한춤' 공연 모습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제공]

우리와 비슷한 장단과 리듬을 사용하는 듯 했지만 척추를 꼿꼿이 세운 채 손끝을 빠르게 흔드는 모습, 가볍고 떠다니듯 한 발동작 등 때문에 호흡을 땅으로 내려야 하는 우리 전통춤과는 차이가 뚜렷했다.

세계 무용계와 소통 없이 스스로 발전한 '독특한' 북한춤을 선보이는 자리였지만, 안은미는 분단의 비극이나 슬픔 등을 배제한다.

오히려 반짝이는 비닐 소재 의상과 무지갯빛을 넘어 형광색까지 사용하는 대담함으로 다양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다만 안은미가 전작인 '몸 시리즈'에서 보인 깊은 성찰, 풍부한 사유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춤에 대한 안은미식 재해석은 그 자체만으로 의미 있었지만,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고야 마는 '작가 안은미'를 기대한 관객들에겐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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