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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 현장 보고서] ⑦ '단독학과' 한곳도 없는 말레이시아

19개 대학에 강좌 있지만 대개 교양과목…한류만큼 인기 없어
한국 기업 떠나며 전공자 취업률 하락…"장기적 육성책 필요"
말레이시아 말라야대학교(University of Malaya)
말레이시아 말라야대학교(University of Malaya)[말라야대학교 페이스북 캡처=연합뉴스 자료사진]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일본어학과처럼 한국어학과를 개설하고 싶지만 학문적 수요가 그만큼 있는지 의문입니다. 시험 삼아 한국 관련 강좌를 개설했더니 2명이 등록했을 정도로 반응이 저조하더군요."

지난 1일 오후 방문한 말레이시아 최고 명문 말라야대학은 말레이시아에서 한국학(한국어 포함) 전공이 가장 먼저 개설된 대학이다. 동아시아학과 내에 한국학 전공이 있고 아시아유럽어학과에서는 한국어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이 대학 아시아유럽어학과의 로시딘 하산 학과장은 "K팝·K드라마 등의 한류 열풍은 뜨겁지만 학생들이 한국학 전공을 살려 취업하기 쉽지 않다 보니 학과 발전이 더딘 상황"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 이유로 그는 "외국계 기업 가운데 한국기업이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일본·미국 등 대우가 더 좋은 기업을 선호한다"며 "한국 정부의 지원도 일본학이나 중국학보다 저조해 학문의 토양 조성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말레이시아 말라야대학에서 열린 '세계언어 축제'
말레이시아 말라야대학에서 열린 '세계언어 축제'(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말레이시아 명문인 말라야대학에서는 매년 5월 중순에 각국 언어전공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세계언어 축제'를 개최한다. 사진은 한국학전공 학생들이 마련한 부스에서 현지인이 한복체험을 하는 모습. 2018.6.5
wakaru@yna.co.kr

말레이시아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권병하 헤니권코퍼레이션 회장은 이 대학에서 한국학 전공을 개설한 초기부터 10년간 매년 1천500만 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권 회장은 "당시 한인회가 전공 학생을 학기마다 2박 3일 홈스테이시키는 등 한국학 전공 개설을 환영했다"며 "그때는 한국 대기업도 많이 진출해서 취업할 곳도 많았는데 인건비 상승으로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떠나면서 함께 진출했던 협력사도 줄줄이 빠져나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한국학도 정체 상태가 됐다"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1천 달러로 동남아에서 싱가포르 다음으로 높다. 인도네시아의 2.5배이고 베트남보다는 4.5배 앞선다. 과거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영향으로 법과 사회 시스템이 영국식이고 말레이어 외에도 영어가 공용어처럼 통용되며 이슬람교 의장국이기도 해 '아시아의 선진국'으로 불린다.

1980년대 '동방정책'에 힘입어 1991년 3개 대학에 한국학 강좌가 생겼고 1996년 말라야대학의 동아시아학과에 학사 학위 과정이 개설됐다. 현재 말레이 전역 19개 대학에 관련 강좌가 있는 데 대부분 교양과목이다.

말라야대학에는 1980년대에 일본학 학과가 생겼고 뒤이어 생긴 중국학과도 매년 학생이 몰리는 등 지역학으로 인기를 구가하는 데 비해 한국학의 위상은 상대적으로 초라하다. 아직도 단독학과가 개설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시딘 학장은 "일본학과와 별도로 1998년에는 일본어학과도 문을 열 정도로 일본국제교류기금과 일본 대기업의 지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전공자들이 매년 일본 대학으로 초청연수를 가는 데다 졸업 후에 일본기업 취업도 잘 되고 있어 어학계열 학과 중에 가장 인기가 높다"고 소개했다.

한국학 전공 학생은 현재 60명이다. 매년 신입생이 10명 정도 들어오는데 올해 처음으로 30명이 지원해 학생 수가 늘었다.

한국국제교류재단, 말라야대학에 객원교수 파견
한국국제교류재단, 말라야대학에 객원교수 파견(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말레이시아 최고 명문 말라야대학에는 동아시아학과내에 한국학 전공이 개설돼있고 아시아유럽어학과에서는 한국어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은 말라야대학에 지속해서 객원교수를 파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이시형 KF이사장(오른쪽)이 말라야대학를 방문해 압둘 라힘 하심 총장과 한국학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모습. 2018.6.5
wakaru@yna.co.kr

한국어 교육을 맡은 장용수 KF 객원교수는 "설문조사를 해보니 한국학을 전공으로 택한 이유가 대부분 '한류에 빠져 한국을 더 알고 싶고 한국으로 여행하고 싶어서'였다"며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다 보니 취업을 목적으로 한국학 전공을 선택하는 이가 적다"고 말했다.

영 자공(4학년) 학생은 "초등학생 때부터 K팝이 좋아서 한국문화를 동경해왔다"며 "한국 유학을 통해 학문도 심화하고 한국사회도 제대로 느껴보고 싶어 유학을 준비 중"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드라마 '선덕여왕'을 보면서 한국 고대사에 흥미가 생겼다는 살마 푸트리(2학년) 학생은 "졸업 후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한국사를 공부해 볼 계획"이라며 "한국어 수업 시간이 부족해 별도로 배우고 있는데 유학에 필요한 한국어 토픽시험에서 자격을 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학교에 한국 관련 동아리가 없고 도서관의 한국어 도서도 100여 권에 불과하다. 말레이시아 전체로 봐도 한국학 단독학과가 없다 보니 한국에서 석·박사 유학을 해도 귀국 후 대학 교원으로 임용되기 쉽지 않다.

로시딘 학과장은 "대학이 학과를 신설할 때는 장래성 등을 검토해 정책적인 판단을 한다"며 "한국 정부가 예산과 교수 등을 지원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단지 취업이 아니라 학문으로서 영역 구축을 위한 장기적인 안목의 계획 수립도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wakaru@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8/06/05 08: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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