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질긴 정치생명 정평 난 라호이, 부패스캔들로 끝내 실각

송고시간2018-06-01 19:40

노련한 정치수완과 인내심으로 정평…'2전 3기' 하며 스페인 6년 이끌어

민주화 이후 의회 불신임으로 낙마한 첫 총리 기록

의회 불신임 가결로 물러나는 스페인 라호이 총리
의회 불신임 가결로 물러나는 스페인 라호이 총리

(마드리드 AP=연합뉴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1일(현지시간) 불신임안이 통과된 후 의회을 떠나고 있다. 스페인 하원은 이날 라호이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국민당(PP)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전체회의 표결에 부쳐 가결했다. 새 총리는 페드로 산체스 사회노동당 대표가 맡게 됐다.
lkm@yna.co.kr

의회의 불신임으로 실각한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의회의 불신임으로 실각한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마리아노 라호이(63) 전 스페인 총리는 끈질긴 정치 생명력과 노련한 정치 수완으로 정평이 난 인물이지만, 집권당을 강타한 부패 스캔들의 파고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라호이의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는 일화 중 대표적인 것이 2005년 헬리콥터 추락사고다.

마드리드에서 라호이를 태우고 이륙한 헬리콥터가 기체 이상으로 추락해 꼬리날개가 완파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지만, 그는 손가락 골절상만 입고 살아남았다.

중도우파 국민당(PP) 대표로 치른 2004년과 2008년 총선에서 잇따라 사회당에 패했지만, 그는 축출되지 않고 2011년 총선을 다시 한 번 이끌어 '2전 3기'에 성공했다.

2016년 총선에서는 국민당이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함에 따라 정당들이 열 달이나 각축전을 벌이면서 무정부 상황이 이어졌지만, 총리직을 겨우 유지할 수 있었다.

오죽했으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16년 스페인 총선 후 살아남은 라호이에게 질긴 정치적 생명력을 거론하며 "당신은 코끼리 가죽을 갖고 있다"고 했을 정도다.

무정부 상황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라호이의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인내력 정치지형을 본능적으로 읽어내는 감각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겨우 정부를 꾸린 라호이 총리는 그러나 스페인 역사상 집권당 의석수가 가장 적은 소수정부를 이끄는 어려운 상황에서 고전했다.

스페인 민주화 이후 불어닥친 최대의 경제위기, 기성 정당들에 대한 실망을 바탕으로 탄생한 포데모스(급진좌파)와 시우다다노스(중도)등 신당의 약진,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강행 등 하나같이 큰 난제들이었다.

특히 작년 스페인 정국을 지배한 카탈루냐 독립 문제는 라호이의 최대 위기였다.

의회 불신임으로 실각한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의회 불신임으로 실각한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라호이는 최악의 경우 카탈루냐인들과의 유혈충돌 가능성까지 제기된 상황에서 헌법 조항을 동원해 카탈루냐의 자치권을 박탈하고 직접통치라는 초강수를 뒀다. 카탈루냐가 스페인에 완전히 굴복한 것은 아니지만, 라호이의 강경책이 효과를 거뒀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이처럼 끈질긴 생명력의 라호이도 부패 스캔들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스페인 법원은 국민당이 조직적이고 불법적인 방식으로 정치자금을 모았다면서 29명의 전직 국민당 소속 각료 등 핵심당원들에게 최근 무더기 유죄판결을 내렸다.

국민당 인사들이 기업인 프란치스코 코레아에게 각종 공공계약 관련 특혜를 제공하는 대가로 불법자금과 뇌물을 받아 줄줄이 감옥에 간 이 사건은 스페인 역사상 최대 부패 스캔들로 꼽힌다.

라호이 전 총리는 스페인 현직 총리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지난 7월 이 사건과 관련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라호이는 의회의 불신임 표결 전 자진 사퇴를 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불신임이 가결되자 라호이는 새 총리 산체스에게 악수를 청한 뒤 6년간 재임한 스페인 총리직을 내려놓고 의원들의 박수 속에 의사당을 떠났다.

이로써 정치 수완과 노련함으로 정평이 난 라호이는 스페인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의회의 불신임으로 실각한 총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yonglae@yna.co.kr

스페인 하원의 정부 불신임 가결 뒤 악수하는 라호이 총리와 산체스 사회당 대표[AFP=연합뉴스]

스페인 하원의 정부 불신임 가결 뒤 악수하는 라호이 총리와 산체스 사회당 대표[AFP=연합뉴스]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