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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주말에 직장 상사가 보낸 카톡만 수십 개가 넘어요"

송고시간2018-05-13 08:00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대체 주말까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일요일에 회사 대표님이 보낸 카톡만 수십 개가 넘어요. 월요일에 출근해서 해도 늦지 않을 일인데 굳이…. 안부 인사부터 책 추천, 명언 공유 등 업무와 상관없는 내용도 많아요."

충남의 한 제조 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이 모 대리는 주말에 더 회사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시도 때도 없이 오는 직장 상사의 메시지 때문이다. 이 대리는 "업무 지시를 비롯해 사적인 내용까지 다양하다"며 "'대표인 나도 주말에 이렇게 일한다'는 뉘앙스를 느낄 때도 잦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끼리 차라리 (카톡이 안 되는) 2G 휴대폰으로 바꾸고 싶다고 얘기할 정도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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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했지만 퇴근한 게 아니다. 우리 노동 문화에서 문제로 지적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퇴근 후 스마트폰을 이용한 업무 지시다. 그러나 개선은 쉽지 않다. 정규 노동 시간에 포함하기 애매할뿐더러, 아직 남아있는 기존 기업 문화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주 52시간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이 문제를 근절하지 않으면 진정한 근로시간 단축은 힘들다고 지적한다.

◇ 밤에도 울리는 카톡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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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카톡, 카톡"

중견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최 모 팀장은 얼마 전 새벽 회사 임원진으로부터 온 카톡 소리에 잠이 깼다. 최 팀장은 "대표님이 해외 출장 중에 카톡을 보낸 건데, 그게 한국 시각으로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주말임에도 정말 급한 일로 보낸 거라면 나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대부분 출근해서 처리할 수 있는 일이나, 사적인 내용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직급이 올라갈수록 단체 채팅방이 많아지면서 전사원방, 팀장방, 부서방, TF방 등 서른 개에 육박한다"며 "팀장급이니만큼 아무래도 윗분들의 반응에 더욱 신경 쓰이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2016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업무 시간 외 스마트기기로 일한 경험이 있는 직장인은 70%가 넘었다. 업무 시간 외 스마트기기로 일한 평균 시간은 주당 11시간이 넘는 것(퇴근 후 및 휴일 등 포함)으로 나타났다.

휴일 중 스마트기기로 인한 업무 시간이 2시간이 넘는다고 답한 직장인은 36.3%에 달했다. 없다고 답한 비율은 24.5%에 불과했다.

업무 형태로는 직장 메일 수신 및 발신이 63.2%(복수 응답)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업무 관련 파일 작성(57.6%), 메신저를 통한 업무 처리 및 지시(47.9%) 등이 뒤를 이었다.

휴일에도 울리는 카톡 소리는 큰 부담감으로 작용한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스마트기기로 인한 업무 관련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한 직장인은 절반에 달했다. 이 중 매우 그렇다고 답한 비율도 5.3%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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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16년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근로 시간 경계를 허무는 스마트기기의 보편화는 근로자의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심할 경우 번아웃 증후군 현상으로 발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번아웃 증후군은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이다.

◇ 잦은 카톡, 수면 시간마저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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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소한 건 수면 시간이다. 스마트기기 사용으로 인해 참여시간이 감소한 활동으로는 수면이 4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여가 및 문화 활동이 20.9%, 가사 관련 활동이 18.6%로 뒤를 이었다. 업무 관련 활동 시간 감소는 가장 낮은 6.9%에 그쳤다.

반면에 증가한 분야는 업무 관련 활동으로 나타났다. 절반에 가까운 48.7%가 스마트폰 기기 사용으로 업무에 들이는 시간이 늘었다고 답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 근로자 중 상당수가 스마트기기로 인한 업무 활동 때문에 수면 시간을 먼저 줄인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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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김 모(31) 교사는 주말에도 스마트폰을 놓을 수 없다고 한다. 김 교사는 "담임을 맡은 학생들부터 학부모까지 시도 때도 없이 카톡을 보낸다"며 "수업 관련 질문부터 사소한 고민 상담 등으로 쉴 새 없이 휴대폰이 울린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인해 예전보다 업무에 신경 쓰는 에너지가 더 늘었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스마트기기 사용으로 업무량이 늘었다고 답한 이들은 27.5%로 감소했다는 의견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특히 출판, 영상 및 방송통신 등 정보 서비스업의 경우, 종사자 중 무려 42.2%가 업무량이 늘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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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흐름은 앞으로도 심화할 전망이다. 향후 스마트기기를 사용으로 업무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한 근로자는 73.7%로 나타났다. 반면에 감소할 것 같다고 답한 비율을 26.3%에 불과했다.

이경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전히 밤늦도록 일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인식이 존재한다"며 "이것이 일상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스마트폰으로 업무 형태만 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 일과 사생활 구분하는 직장 문화 자리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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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아직 남아있는 과거 직장 내 조직 문화와 법적인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인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위원은 업무와 사적인 공간을 구분하지 않는 우리나라 특유의 직장 분위기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봤다.

한 위원은 "해외의 경우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사생활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혀서 이런 현상이 적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포괄임금제로 계약한 노동자의 경우, 시간 외 수당을 줄 의무가 없으므로 카톡으로 업무 지시를 내려도 법적인 하자가 없다"며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을 지적했다.

이경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퇴근 후 업무 지시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하는 나라도 존재한다"며 "업무 시간 외에 연락을 금지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독일의 자동차 제조 회사 폴크스바겐은 근로자의 휴식 시간에 업무상의 연락을 기술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에 따르면 퇴근 시간 30분 이후부터 회사 스마트폰의 이메일 기능은 차단되고, 다음날 근로시간 개시 30분 전에 다시 가동된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경제학·한국중소기업학회장)는 "이 문제의 관건은 업무 지시를 받는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업무 지시자가 순수한 선의로 연락했다 하더라도 수용자가 부담스럽게 느낀다면 문제로 여겨야 한다"며 "회사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도 이런 부분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 상사는 부하 직원이 부담을 느끼는 처지는 이해하지만 서운하다는 입장이다.

한 중견 기업의 사주는 "인상 깊은 명언이나 글귀 등을 친해지자는 차원에서 공유한다"라며 "의사소통을 잘하는 사장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 세상이야말로 소통의 공간이 아니냐"며 반문했다.

인천에서 대형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A 씨는 "업종 특성상 교대 근무제로 일을 하는데, 직원들 개개인의 출퇴근 시간까지 파악하면서 연락하기는 힘들다"며 "당장 일을 하라고 시키는 것도 아닌데 크게 불만을 품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포그래픽=장미화 인턴기자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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