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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칼부림·파리 탕탕탕" 트럼프 총기소지론에 英·佛 격분

송고시간2018-05-06 08:29

런던 흉기·파리테러 참상 몸짓 섞어 노골적 묘사

佛정부 최고수위 비판성명…英의료계·정치권도 강력 반발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총기소지 옹호 연설에 프랑스와 영국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영국의 흉기범죄, 프랑스의 대형테러 등을 노골적으로 묘사하고 타국 법령을 비방해 인권침해, 내정간섭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인권침해이자 내정간섭으로 간주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프랑스 외교부는 "프랑스는 파리테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단호히 거부하며 피해자들의 기억에 예를 갖추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리와! 탕! 이리와! 탕!" 파리테러 묘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리와! 탕! 이리와! 탕!" 파리테러 묘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국총기협회 연설영상 캡처]

외교부는 "모든 국가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총기 소지에서도 자국 법률을 자유롭게 스스로 결정한다"며 "프랑스는 총기 취득과 소지가 엄격하게 규제되는 국가라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은 프랑스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취임 후 이런 수위의 강력한 비판을 가한 적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열린 전미총기협회(NRA) 연설에서 총기규제 때문에 파리테러의 피해규모가 커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종업원이나 손님 단 한 명이라도 총이 있었다면, 반대방향을 겨냥하는 총이 한 자루만 있었다면 테러리스트들이 달아나거나 총을 맞았을 것이고 (파리테러의) 얘기가 통째로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희생자들은 권총을 지닌 소규모 테러범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됐다"며 "테러범들이 여유를 갖고 희생자들을 한 명씩 쏘아 쓰러뜨렸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탕! 이리 와봐!, 탕! 이리 와봐!"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테러범들이 근접사격으로 연쇄 살육을 자행하는 장면을 몸짓으로 재연하기도 했다.

2015년 11월 13일 발생한 파리테러의 전체 희생자 130명 가운데 90명은 바타클랑 콘서트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묘사한 방식으로 살해됐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몸짓이 수치스럽고 몹시 불쾌하다고 비판했다.

영국도 자국이 칼부림이 기승을 부리는 전쟁터로 묘사된 데 대한 심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왕립런던병원의 외과의사인 마틴 그리피스는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병원으로 초청해 런던시장, 경찰국장을 만나도록 하고 런던이 폭력범죄를 줄여온 방식을 깨닫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피스는 지난달 BBC방송 인터뷰에서 런던 동부에 있는 왕립런던병원을 아프가니스탄 기지와 비교하는 동료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연설에서 영국의 흉기범죄 급증을 지적하며 그 원인을 강력한 총기규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어디서 읽었다며 "총이 없어 칼을 가진 상황에서 병원 바닥은 온통 피로 흥건하고 사람들은 전쟁터의 군병원만큼이나 상황이 나쁘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연설 중 '칼'이라는 단어를 언급할 때 흉기로 사람을 찌르는 흉내를 내기도 했다.

영국 통계청 자료를 보면 올해 런던을 중심으로 영국에서 흉기범죄가 급증한 것은 사실이다.

왕립런던병원의 외과의사 카림 브로히는 "우리 모두가 폭력에 맞서 싸우기 위해 할 수 있는 게 더 있는데 총기 소지가 그 해답이라는 건 우습다"며 "총상은 자상보다 최소 2배는 치명적이고 치료하기도 더 힘들다"고 지적했다.

영국 정치권에서도 반발이 일었다. 새라 존스 노동당 의원은 "영국 흉기범죄는 측정 범위를 벗어난 당신네 총기 사망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라고 반발했다.

미국 대통령 분장을 하고 항의시위를 하는 시민
미국 대통령 분장을 하고 항의시위를 하는 시민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 핵합의나 철강·알루미늄 고율관세 등을 둘러싸고 가뜩이나 유럽연합(EU) 국가들과 갈등을 빚는 가운데 새로 등장한 변수로 주목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7월 영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애초 그는 지난 2월 영국을 방문하려 했다가 계획을 취소했다. 당시 방문 취소가 영국민들의 항의시위를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테러가 발생해도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고 사디크 칸 런던시장을 비방했다가 영국민들의 비호감을 샀다.

작년에 그는 이슬람에 대한 반감을 담은 영국 극우세력의 동영상을 리트윗했다가 테리사 메이 총리로부터 비판을 받은 적도 있었다.

NRA는 총기소지를 헌법적 권리로 주장하며 미국 정치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익집단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연설을 통해 수정헌법 2조가 총기소지권을 보장한다며 이를 수호하고 일선 학교 교사들의 총기무장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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