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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정용준 "남겨진 사람들 간절함에 힘이 있죠"

송고시간2018-05-06 07:05

사랑하는 사람과의 작별 위로하는 장편소설 '프롬 토니오' 출간

정용준 작가
정용준 작가

[문학동네 제공]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죽음 이후 남겨진 사람들이 갖는 후회나 그리움, 간절함에 어떤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덧없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를 회복시키기도 하지요. 그런 걸 그동안 소설 주제로 많이 삼았는데, 그것을 고민하고 글쓰는 삶을 통해서 저도 힘을 얻었거든요."

정용준(37) 작가는 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새 장편소설 '프롬 토니오'(문학동네)에 관한 이야기다.

이 소설은 시공간을 초월해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사랑과 영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1997년 포르투갈 서쪽 대서양 화산섬에 학술 연구차 찾아와 머무는 '시몬'과 '데쓰로', '앨런'. 몇 개월 전 해저 생물을 연구하는 앨런이 바닷속으로 잠수했다 사라지면서 그녀와 연인 사이인 시몬은 거의 영혼 없는 삶을 살게 된다. 앨런을 찾겠다며 종일 해변에 나와 있는 시몬 앞에 어느날 고래떼가 죽어가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고래떼 중심인 신비로운 흰수염고래 입에서 어떤 생명체가 튀어나오고, 시몬은 이 생명체를 집으로 옮겨온다. 이 생명체는 며칠 지나자 어떤 노인 모습으로 변모하는데, 본인 이름을 '토니오'라고 밝힌다.

토니오는 50년 전 프랑스 비행사였던 자신이 전쟁 중 하늘을 날다가 적기에 격추돼 바다로 추락했으며 흰수염고래를 만나 바다 밑 바다인 '유토'라는 곳에 가서 살았다고 말한다.

시몬은 처음엔 토니오 말을 믿지 못하다가 그가 실제로 바다에 몇 시간 동안 잠수한 뒤 앨런을 만나고 왔다며 그녀의 목걸이와 그녀가 한 말을 전해주자 그를 믿게 된다. 토니오는 "몸이란, 또 삶이란 영혼을 보조하기 위한 보조물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시몬은 앨런이 자신의 아이를 가졌던 사실도 모른 채 연구에만 몰두해 무심했던 과거를 뼈저리게 후회하다 토니오가 전해준 앨런의 위로를 듣고서야 자신의 회한을 조금이나마 풀게 된다.

작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죽은 자를 마음에 품고 산다. 그 애도라는 것이 덧없이 후회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생명력이 있어서 여전히 산 자와 죽은 자를 이어놓는다. 기억이 있는 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설가 정용준 "남겨진 사람들 간절함에 힘이 있죠" - 2

소설은 토니오 본명이 '생떽쥐페리'라는 것이 드러나며 더 흥미로워진다. '어린왕자'로 유명한 작가이자 비행기 조종사였던 생떽쥐페리가 비행 중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연인 '콘수엘로'를 만나기 위해 50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는 설정이다. 그는 콘수엘로와 함께 살던 집이 있는 프랑스 그라스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한다.

이 소설에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시몬과 큰 지진으로 가족을 한꺼번에 잃은 데쓰로가 등장하는데, 토니오는 그 존재 자체로 이들의 아픔을 위로한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사랑과 추억이 사라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우리들에게 죽음이 두려운 이유는 뭘까? 죽는 순간의 통증? 더 살 수 없다는 아쉬움? 아니야. 사랑하는 이들을 두고 혼자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지. (중략)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야. 죽음 저 너머로 떠나는 사람은 사랑하는 이들을 가슴속에 데리고 간다네. 남겨진 자들은 반대로 죽은 자들을 떠나보내지 않고 기억 속에 담아 함께 살아가지. 그것이 기억이고 추억이야. 그것은 환상이나 환영 같은 것이 아니야. 영혼은 바로 그곳에 머문다네. 그리고 절대로 사라지지 않아." (본문 276쪽)

소설은 또 토니오의 입을 빌려 천국처럼 안락한 세계인 '유토'의 쓸쓸함을 묘사하며 죽음과 고통이 따르더라도 우리의 삶과 사랑이 더 가치 있는 것임을 이야기한다.

"그래, 차라리 이렇게 늙어가는 이 느낌이 삶의 감각이지. 죽음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안전한 삶은 왜 지루한 걸까. 시몬, 이야기를 더 해도 되겠나? 유토란 정말 따분하기 짝이 없는 곳이라, 누구라도 좋으니 붙잡고 무슨 말이든 하고 싶어진다네." (230쪽)

바다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그 흔적이라도 찾으려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뜻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도 한다.

"소설 전체를 쓰면서 (세월호를) 염두에 뒀다기보다는 죽은 앨런이 시몬에게 전하는 말을 쓸 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모두들 빚진 마음이 있었으니까요. 이 소설의 한 부분은 그렇게 죽은 사람의 목소리로, 도리어 남은 자들을 걱정하는 이야기를 (세월호에 대한) 오마주로 쓰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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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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