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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앞두고 대구 시청 이전 문제로 갈등…선거판 변수 되나

송고시간2018-05-06 07:21

권영진 시장 "시민이 결정" vs 곽상도 의원·기획재정부 "도청 터 이전 안 돼"

시청 현 위치 중구와 도청 터 있는 북구도 사활 건 싸움 예고

(대구=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 한동안 수면 아래에 잠겨 있던 대구시청의 경북도청 터 이전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대구시장과 지역구 국회의원 간 기 싸움에 기획재정부까지 가세해 논란의 당사자가 되면서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시청이 자리 잡은 중구와 도청 터가 있는 북구 지역민도 서로 자기 땅에 시청이 있어야 한다며 사활을 건 싸움을 벌일 기세다.

잠잠하던 시청 이전 문제가 6·13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지역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광역시청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구광역시청 [연합뉴스 자료사진]

◇ 10년 넘게 흐지부지…대구시 "도청 터 이전 가장 효율"

대구시청 이전 논의는 2000년대 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사무실 부족 등으로 시청을 이전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대구시는 2005년에 신청사 건립 추진기획팀을 가동했다.

당시 신청사 건립 타당성 조사까지 벌였으나 불경기 등을 이유로 1년여 만에 청사 이전 논의를 무기한 보류하기로 했다.

이후 2년가량 잠잠하다가 2008년 6월 경북도청 안동 이전이 결정되면서 다시 이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구시는 이듬해인 2009년 12월 후보지 선정을 위한 용역을 발주하고 2010년 하반기 신청사 후보지를 결정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지역 간 이해관계에 얽혀 또다시 흐지부지됐다.

우여곡절 끝에 2016년 3월 도청이전특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안동으로 떠난 경북도청 터 전체를 재정부담 없이 대구시가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시 당국은 청사 이전이 가장 효율적인 활용방안이라며 올 상반기에 계획 수립을 마치고 하반기에 이전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 지역구의원·기재부 난색 "시청 아닌 공공시설로 활용해야"

대구시의 경북도청 터 이전 계획은 지역 국회의원과 기획재정부가 발목을 잡고 있다.

대구 중구가 지역구인 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최근 "대구시민은 시청 이전을 요구하거나 요청한 적이 없다"며 "시민 의사는 묻지도 않고 시청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것인데 도대체 누가 이전을 결정했느냐"고 반발하고 나섰다.

기획재정부도 도청 터를 국비로 매입하는 비용 일부(211억원)를 예산에 책정하면서 '대구시청을 국유지인 도청 터로 옮기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권영진 시장이 발끈하고 나섰다.

권 시장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시청 건물을 신축할지, 어디에 할지는 대구시민이 결정할 사안이다"라며 "기획재정부가 그와 관련해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시청이 자리 잡은 지역구 국회의원이 그렇게 끌고 가는 건 잘못된 것"이라며 "시청을 어디에 지을지는 시민위원회를 열어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시민이 결정하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옛 경북도청 자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옛 경북도청 자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 현 시청 터 중구·이전예정 터 북구도 지역 갈등 조짐

갈등은 이들뿐 아니라 대구 중구와 북구 주민과 공무원 사이에서도 빚어지고 있다.

현재 시청이 있는 중구 주민 등은 주변 공동화를 우려하며 시청이 절대로 이전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중구청 한 공무원은 "중구는 대구의 상징이다. 시청이 나가면 일대가 공동화하고 주변 상권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자유한국당 류규하 중구청장 후보는 "시청은 시민 편의를 생각해 대구 중심에 있어야 한다. 시청 이전을 전제로 한 논의는 안 되고 시청을 옮길지, 지금 자리에 놔둘지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구 동인동 주민 이상철씨는 "시청 주변 식당과 상점들의 대부분 시청 직원 때문에 먹고 산다고 할 정도다"며 "시청이 옮겨가면 공동화에 따른 침체는 불 보듯 뻔해 주민들이 힘을 모아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경북도청 터가 있는 북구는 시청 이전을 이른 시일 내에 마무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당 정태옥 의원은 "도청 터는 대구 중심이자 교통이 좋고 풍수적으로도 뛰어나다. 시청을 옮긴다면 적당한 자리라 생각한다"며 "도청 터를 잘못 개발하면 후대에 엄청난 누를 끼치는 결정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구시의회 최광교 의원은 "신천대로와 고속도로와 도심이 바로 연결되는 도청 이전 터가 시청 이전 최적지다"라며 "대구 백년대계를 위해 빨리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 최대 관건은 예산확보, 시민 공감대로 분열·갈등 최소화해야

권 시장은 6월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면 시민위원회를 꾸려 시청 이전 문제를 결론 내겠다는 입장이다.

시민 결정을 내세우지만, 시청별관이 이미 경북도청 터에 들어가 있는 데다 본청도 사무실이 부족해 결국 도청 터로 옮길 수밖에 없을 거라는 게 시청 내부의 대체적인 여론이다.

그러나 시민위원회가 도청 터로 이전할 것을 결정한다 해도 예산확보 문제가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가 관련 예산을 편성하면서 '시청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내세운 데다 문화체육관광부 연구 용역에서도 도청 터를 문화와 기술이 융합된 혁신지구로 조성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청을 도청 터로 옮기려면 대구시가 정부를 최대한 설득해야 하는 방법밖에 없다.

정부가 당초 입장을 번복할 수 없다고 버티면 시청 이전 문제는 기약 없이 표류하게 돼 사실상 무산될 수 있다.

반대로 대구시민 다수가 시청의 도청 터 이전을 바란다는 여론이 거세지면 정부도 무작정 버티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구시 관계자는 "시청을 도청 터로 이전한다고 할 경우 지역 이해 당사자들의 분열과 대립을 최소화하고 시민 공감대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yongm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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