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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문밖의 낯선 남성…불안한 혼자 사는 여성

송고시간2018-04-29 08:00

여성 1인 가구, 주거 침입 피해 가능성 남성보다 11배 높아

긴급 알림 벨 등 보안 강화 필요…지자체 차원 대책도 마련해야


여성 1인 가구, 주거 침입 피해 가능성 남성보다 11배 높아
긴급 알림 벨 등 보안 강화 필요…지자체 차원 대책도 마련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강원도 춘천에서 혼자 사는 여성 정 모(22) 씨는 며칠 전 겪은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소름이 돋는다. 정 씨는 "일요일 점심에 누가 초인종을 눌러 확인했더니 낯선 남성 두 명이 밖에 서 있었다"며 "안전 점검을 나왔다고 했으나 의심스러워 문을 열어주지 않았는데도 가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 씨에 따르면 이들 남성은 몇 시간을 문 주변에서 서성이다 돌아갔다.

그는 "혼자 산 지 4년째인데 종종 겪는 경험"이라면서도 "이런 일이 있으면 한동안 밖에 나가는 게 무섭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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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그중에서도 여성 가구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은 2045년 여성 1인 가구는 400만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성 1인 가구에 대한 치안은 가구 수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여성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범죄는 줄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혼자 사는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맞춤형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늘어나는 여성 1인 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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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1990년 102만여 가구였던 1인 가구는 2000년 222만4천, 2010년 414만2천 등 10년마다 두 배씩 증가했다. 2015년에는 500만 가구를 넘어섰다.

여성 1인 가구 추세도 비슷하다. 2017년 여성 1인 가구는 276만6천 가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7년 전보다는 24.7% 증가했다.

여성 1인 가구는 2025년 323만4천 가구, 2035년 365만 가구, 2045년 388만2천 가구로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부동산 애플리케이션 '직방'의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와 늦은 결혼으로 여성 1인 가구의 증가가 눈에 띈다"고 말했다.

그는 "고령화와 남성보다 긴 여성의 평균 수명을 고려하면 여성 고령층의 1인 가구는 더 증가하고 농촌 지역에서 두드러질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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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은 2045년 80세 이상 여성 1인 가구가 전체 1인 가구에서 14.5%를 차지해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7년 80세 이상 여성 1인 가구 비율은 5.6%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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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에 취약한 홀로 사는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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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여성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범죄는 꾸준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울산에서는 건너편 원룸에 거주하는 20대 여성의 신체를 35차례에 걸쳐 몰래 촬영한 50대 남성이 기소됐다. 같은 해 9월 강원 원주시에서는 30대 남성이 혼자 사는 20대 여성의 방에 침입해 여성을 성폭행했다. 그는 최근 항소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통계청 조사에서 2016년 기준으로 여성 1인 가구 중 46%는 사회 안전에 대해 불안하다고 답했다. 4년 전보다 8.4%포인트 높은 수치다. 같은 항목의 남성답변보다 10%포인트 높다.

안전하다고 답한 여성은 13%에 불과했다.

1인 여성 가구 중 가장 많은 37.2%가 불안 요인으로 범죄 발생을 꼽았다. 2년 전보다 16%포인트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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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33세 이하 여성 1인 가구는 남성보다 주거 침입 피해를 볼 가능성은 11.2배, 개인범죄 피해를 볼 가능성은 2.3배 높다.

◇ 대책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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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여성들은 스스로 조심하고 경계하는 게 최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13년째 혼자 살고 있는 장 모(33) 씨는 "이사만 8∼9번 다니며 깨달은 점은 치안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장 씨는 "10년 전 퇴근길에 강도를 당할 뻔한 뒤, 집을 고를 때 가장 우선순위는 가격도, 청결도, 크기도 아닌 안전이 됐다"며 "주변에 파출소가 있는지, 다니는 사람은 많은지, 으슥한 곳은 없는지 등 다각도로 철저히 따진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혼자 사는 여성 김 모(23) 씨는 지난해 긴급 알림 벨을 설치했다. 스마트폰과 연동한 벨을 누르면 미리 지정한 번호에 긴급 문자 메시지가 전송되고 인근 지구대에도 구조 요청 메시지가 간다.

김 씨는 "혼자 사는 다른 친구들도 많이 설치한다"고 말했다.

상경해 직장 생활 중인 이 모(35) 씨는 "혼자 사는 여성들이 회원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비법을 공유한다"며 "현관에 남자 신발 놓기, TV 켜두고 나가기, 남자 옷 걸어두기 등이 대표적이다"고 말했다.

이 씨는 "배달원이나 가전제품 수리기사, 택배 기사 등 남성이 집에 찾아올 때 막연하게 두려운 게 사실이다"며 "그들에게 미안하지만 조심하려는 게 대부분 여성의 심정이다"고 강조했다.

혼자 사는 여성을 위한 아이디어 상품도 인기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일본의 한 기업은 빔프로젝터를 이용한 '그림자 남자친구'를 출시했다. 남성 그림자를 창문에 비춰 함께 사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1인 가구 여성은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며 "대부분 여성은 남성보다 물리적 완력이 약하고 혼자 산다는 점은 도움을 요청할 방법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1인 가구 수와 함께 관련 범죄도 증가하는 추세다"라며 "빅데이터를 활용해 여성 1인 가구 밀집 지역에서 발생하는 범죄의 취약 시간과 취약 지역 등을 파악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원룸 유리창에 창살 설치나 안심 귀가 지킴이 등을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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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 교수는 "혼자 사는 여성들이 외부인의 침입을 막기 위해 보안을 강화하고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집을 구해야 하며 지자체도 1인 가구 대상 순찰 강화와 CCTV 설치 확대 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6년 발표한 '1인 취약가구 위험분석 및 맞춤형 정책지원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 지역일수록 주변 방범 상태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 주변 CCTV 설치 비율의 경우, 1인 가구는 61.6%에 불과했으나, 다인 가구는 이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범죄 예방 비상벨 역시 1인 가구는 9.7%만 설치했지만, 다인 가구는 15.8%가 달았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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