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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신장 곳곳에 물혹 '다낭성신장병'…"절반은 유전"

환자 절반이 60세 이전에 '신장투석·신장이식' 필요
식이조절 외 예방법 없어…조기 약물치료로 악화 늦추는 게 최선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직장인 최모(25.여)씨는 4년전 건강검진에서 '다낭성신장병'을 진단받았다. 병명조차 생소할 정도로 질환이 와 닿지 않는 데다 당시에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보니 막막함이 앞섰다. 더욱이 이 질환이 유전성이라는 사실에 두려움은 커져만 갔다. 그런데도 그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병이 악화하는지를 보기 위한 정기검진뿐이었다.

최씨는 "아직 사회 초년생이고 미혼이다 보니 병으로 겪는 고통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의 무게가 더 무겁게 느껴졌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런 마음의 무게는 지금도 여전하다. 그는 "병이 자식한테 대물림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렸을 때 함께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 자신도 없고 막막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런 이유로 그는 부모한테조차 질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했다. 최씨의 부모는 아직도 다낭성신장병이 정기적으로 병원에서 검사만 받으면 큰 문제가 없는 병 정도로만 알고 있다.

다낭성신장병 개념도
다낭성신장병 개념도

최씨와 같은 다낭성신장병으로 2017년 한해 병원을 찾은 환자는 4천400명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가수 서주경씨가 다낭성신장질환 투병 사실을 공개하면서 잠시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에게 여전히 생소한 질환이다.

다낭성신장병은 양쪽 신장에 액체로 채워진 낭종이 많아지고 커지면서 신장이 비대해지고 그 기능이 점점 떨어져 말기 신부전에 이르는 질환이다. 주로 성인기에 발병하며 1천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체로 20세 이후 성인기에 발병하지만, 환자에 따라 발병 시기나 진행 속도에 차이가 크다. 또 증상만으로 질환을 알아채기 힘들어 신장기능이 급격하게 나빠진 후에야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이 질환의 대표적인 증상은 커진 낭종으로 인한 허리 및 옆구리 통증이다. 또 신장 합병증에 의한 고혈압이나 혈뇨도 증상으로 꼽힌다. 문제는 이런 증상들 대부분이 병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 나타나기 때문에 빠른 진단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병의 위험성이 잘 알려지지 않았고,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보니 가족력이 있는 환자들조차 방치하고 살다가 신기능이 급격히 떨어진 다음에야 발견하는 경우가 잦은 편이다.

다낭성신장병은 유전력이 부모 중 한 명인지, 부모 모두인지에 따라 병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도 달라진다.

부모 양쪽에서 질환을 물려받으면 '열성 유전'(상염색체 열성 다낭성신장병, ARPKD)이라고 해서 환자가 치료비의 10%만 부담하는 희귀질환으로 분류된다. 열성 유전은 대개 소아에서 발병하며 증상이 치명적이다.

이와 달리 부모 중 한쪽에서만 물려받는 '우성 유전'(ADPKD)은 대개 성인기에 발병하는데 유병률은 1천명 중 1명꼴로 높은 편이다. 환자 부담이 큰 유전성난치질환으로 분류되며, 신장 또는 복부 초음파와 같은 영상검사나 유전자검사를 이용해 진단할 수 있다.

우성이든 열성이든 다낭성신장병으로 신기능이 떨어지면 결국 신부전으로 투석치료를 받는다. 환자 10명 중 7명은 말기신부전으로 악화해 신장투석이나 신장 이식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서 이 병으로 투석치료를 받는 환자는 전체 신장투석 환자(6만~7만명)의 2%를 차지한다.

신장 모형도
신장 모형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신장투석은 대개 1주일에 3차례, 한 번 받는데 4시간이 소요된다. 결국 투석으로 매주 12시간 이상을 병원에서 보내야 하고, 신장이식 수술을 받아도 면역억제제 등 약물치료를 평생 받아야 해서 환자들은 사회경제 활동에 큰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성인 다낭성신장병은 50%의 유전 확률이어서 이론상으로는 4인 가족이라면 부모와 자녀 중 최소 2명이 동시에 이 병을 앓는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앞선 최씨의 사례처럼 가족력이 없더라도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례도 있다. 이런 경우에도 자녀 세대에는 이 질환이 새롭게 대물림될 수 있다. 따라서 환자들은 병 자체뿐 아니라 심리적인 고통까지 감내해야 한다.

그동안 다낭성신장병은 저염식과 같은 식이요법 외에 사실상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이 없었다. 병의 진행상태와 예상되는 합병증을 모니터링 하면서 합병증 증상을 치료하는 형태로 관리했을 뿐이다. 통증이 발생하면 진통제로 통증을 조절하고, 고혈압이 생기면 혈압을 관리하고, 말기 신부전이 오면 투석을 하는 식으로 대증치료를 한 것이다.

다행히 2015년 다낭성신장병에 따른 신장의 용적증가를 늦추고 신기능 감소를 억제하는 치료제(성분명 톨밥탄)가 국내에 도입됐지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들은 많지 않았다. 보험적용이 안 돼 한 달 투약비용이 100만원을 훨씬 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약이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뒤늦게 다낭성신장병 치료제로 승인됨에 따라 국내 보험적용에 대한 환자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최씨는 "치료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경제적인 부담이 커 그동안 쉽사리 엄두를 못 내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얼마 전부터 약을 먹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용수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성인 다낭성신장병 환자들은 그대로 방치하면 대개 60세 이전에 투석이나 신장이식을 필요로 하는 만큼 치료제에 대한 보험적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유전자검사에서 가족력이 판명 난 경우에는 꼭 정기적으로 신장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bi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8/03/12 11:0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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