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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댓글·국정원 댓글 '판박이'?…유사점·차이점은

송고시간2018-04-21 15:18

여론 흐름 영향 목적 같지만 국가기관 개입 여부서 큰 차이

2012년 대선 때 '십알단' 사건과 유사성 더 크다 지적도

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PG)
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PG)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드루킹 김모(48)씨 일당의 '댓글 조작' 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날로 증폭되는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 이번 사건이 이명박 정권 시절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과 유사한 속성을 지녔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표면적으로 두 '댓글 조작'이 온라인 공간에서 형성되는 여론 지형에 영향을 주려는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됐다는 공통점을 띤다. 누군가의 단독 행동이 아니라 공범들이 있는 조직적 활동이었다는 점도 유사한 측면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엄격한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는지를 두고 두 사건은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법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김씨 등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간부들은 회원들로부터 받은 최소 614개 아이디(ID)로 인터넷 기사에 댓글을 달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댓글은 주로 현 여권에 유리한 방향이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은 여권에 우호적인 댓글에는 '공감'을, 반대 성향 댓글에는 '비공감'을 클릭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현재까지 경찰과 검찰 수사를 거쳐 김씨 일당이 지난 1월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기사 댓글에 매크로 프로그램(같은 작업을 단시간에 반복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공감'과 '비공감' 버튼을 누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그간 외부에 드러난 김씨의 공개 글이나, 회원들끼리 주고받은 대화 내용 등에 비춰봤을 때 이들의 '집단행동'은 상당히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됐을 것으로 의심한다.

법조계에서는 매크로 프로그램 같은 불법 도구를 쓴 것이 아니라면 조직력을 이용해 소위 말하는 '좌표 찍기'(특정 인터넷 기사를 목표로 회원들이 집단으로 댓글을 갈거나 '공감', '비공감'을 누르는 행위) 등의 방식으로 집단적 의견 표출을 했다고 해도 이를 곧바로 불법으로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다소 집단적인 형태를 띠어도 민간인인 누리꾼의 정치적 견해 표출 행위는 처벌 대상이 되기 어렵다"며 "불법적인 도구를 사용하거나 정치권과 연결돼 선거법이 명시한 불법 외곽 조직으로서 활동했는지가 이번 사건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이런 점에서 김씨 일당이 '자발적 외곽 조직'의 성격을 띠는 것으로 결론난다면 매크로 프로그램 이용 등 범죄 혐의가 있더라도 포털 네이버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가 주로 적용될 것으로 법조계는 전망한다.

19대 대선 기간에 벌어진 온라인 활동을 두고 선거법 위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지만 이미 공소시효 6개월이 지난 사안이다.

다만 김씨 일당이 19대 대선 때 문재인 캠프 대변인을 맡은 김경수 의원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가 이번 사건의 변수로 남아 있다.

선거법 위반 의혹은 공소시효 문제로 처벌이 어렵지만 김씨 일당의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 등 포털 네이버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를 두고는 김 의원이 공범으로 수사를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찰 역시 이 가능성을 고려해 김 의원에 대한 소환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김 의원이 김씨 일당의 불법 댓글 조작 행태를 충분히 알고 있었는지가 공모 관계 입증의 중요 변수가 된다.

19대 대선 당시 공보 업무를 맡은 김 의원은 김씨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홍보에 힘써 달라는 취지로 기사 주소(URL)을 전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국정원 댓글 사건은 국가기관이 여론 조작을 주도한 사건이다.

2012년 치러진 18대 대선 기간을 포함해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저지른 댓글 사건은 국정원 정규 직원과 수천 명으로 추산되는 민간인 외곽 조직을 동원해 정부 지지 댓글을 달고, 야권을 비판하는 사이버 여론전을 펼친 것이다.

국정원 댓글 주도한 원세훈 전 원장(PG)
국정원 댓글 주도한 원세훈 전 원장(PG)

따라서 원세훈 전 원장 등 국정원 댓글 사건 주요 피고인들에게는 국정원법상 불법 정치 관여죄, 공직선거법 위반죄가 적용됐다. 선거 기간 불법 댓글 활동도 처벌받은 셈이지만 엄격한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국가정보원의 일탈 행위에 주된 책임을 물은 성격이 강하다.

실제로 당시 국정원의 일탈은 '댓글'에 그친 것만이 아니었다.

검찰의 추가 수사를 통해 국정원이 보수단체를 동원한 야당 정치인 비방 시위, 노벨 평화상 취소 공작 등 전직 대통령 비방, 비판 성향 연예인 퇴출, 공영방송 장악 등에 이르기까지 무차별적인 정치 공작을 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오히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보다는 18대 대선을 앞둔 2012년 12월께 불거진 '십알단 사건'과 이번 '드루킹 댓글 사건'이 더욱 닮은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여의도의 한 사무실에서 은밀하게 인터넷에서 새누리당 지지 활동을 하던 윤모씨 등 일당을 적발했다. 이들은 이후 검찰에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돼 대법원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았다. 당시에도 옛 여권 및 국정원과 연계 의혹이 제기됐지만 '윗선' 규명은 명쾌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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