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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 감일동서 백제 최고위층 석실묘 50기 쏟아져

송고시간2018-04-22 06:00

중국 교류 증거 '청자 계수호', '부뚜막형 토기' 첫 출토

"한성도읍기 백제 역사 구명할 핵심 유적"

하남 감일동에서 나온 백제 횡혈식 석실분. [고려문화재연구원 제공]

하남 감일동에서 나온 백제 횡혈식 석실분. [고려문화재연구원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한성도읍기 백제 왕성이 확실시되는 서울 풍납토성(사적 제11호)과 약 4㎞ 떨어진 경기 하남 감일동에서 백제 최고위층 무덤 수십 기가 나왔다.

22일 하남시와 하남역사박물관에 따르면 고려문화재연구원(이사장 김병모)이 2015년 11월부터 진행 중인 하남감일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부지에서 4세기 중반∼5세기 초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횡혈식 석실분(橫穴式石室墳·굴식 돌방무덤) 50기가 발견됐다.

조사단은 지금까지 전국에서 확인된 백제 횡혈식 석실분은 모두 70여 기로, 서울 인근에서 이처럼 많은 백제 석실분이 나온 것은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이 고분들은 학계에서 한성도읍기 백제 왕릉급 무덤으로 보는 서울 송파구 석촌동과 가락동, 그리고 방이동 일대 고분군이 도시 개발로 대부분 파괴된 상황에서 당시 백제 건축 문화와 생활상, 국제 교류 양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된다.

최병현 숭실대 명예교수는 "백제 중심부에서 상상도 못 한 유적이 나온 것"이라며 "한성도읍기 백제는 고분은 망가지고 기록은 소략했는데, 감일동 고분군은 백제사를 구명하고 복원할 수 있는 핵심 자료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남 감일동 횡혈식 석실분. 벽에 회가 남아 있다. [하남역사박물관 제공]

하남 감일동 횡혈식 석실분. 벽에 회가 남아 있다. [하남역사박물관 제공]

감일동에서 확인한 횡혈식 석실분은 크게 네 곳에 무리를 이루었다. 경사면에 땅을 파서 직사각형 묘광(墓壙·무덤 구덩이)을 만들고, 바닥을 다진 뒤 길쭉하고 평평한 돌을 차곡차곡 쌓아올린 구조다.

묘광과 돌 사이는 판축기법(흙을 얇은 판 모양으로 켜켜이 다져 올리는 방법)을 썼고, 천장은 점차 오므라드는 소위 궁륭식이다. 일부 무덤은 벽을 마감한 회가 남았고, 무덤으로 통하는 길인 연도는 대부분 오른쪽에 마련됐다.

무덤 크기는 묘광이 세로 330∼670㎝, 가로 230∼420㎝이고, 석실은 세로 240∼300㎝, 세로 170∼220㎝다. 높이는 180㎝ 내외다. 무덤 간 거리는 약 10∼20m다.

문재범 하남역사박물관장은 "일부 무덤은 두 번 이상 사용한 흔적이 있다"며 "시신과 껴묻거리를 안치했다가 시간이 흐른 뒤 안쪽으로 밀어 넣고 또다시 장례를 치른 것 같다"고 말했다.

감일동 횡혈식 석실분에서 나온 부뚜막형 토기. [하남역사박물관 제공]

감일동 횡혈식 석실분에서 나온 부뚜막형 토기. [하남역사박물관 제공]

부장품으로는 풍납토성에서 나오는 토기와 매우 흡사한 직구광견호(直口廣肩壺·아가리가 곧고 어깨가 넓은 항아리)를 비롯해 중국에서 제작된 청자 계수호(鷄首壺·닭머리가 달린 항아리)와 부뚜막형 토기 2점이 출토됐다.

문 관장은 "백제 무덤은 신라 무덤과 비교하면 껴묻거리가 많지 않다"며 "공주 수촌리 유적에서 흑유(흑색 유약) 계수호가 나온 적은 있지만, 국내에서 청자 계수호가 발굴되기는 최초다. 사각뿔에 동그란 구멍을 뚫은 것 같은 부뚜막형 토기도 처음 출토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청자는 당시 중국에서만 만들 수 있었고, 부뚜막형 토기를 무덤에 묻는 풍습도 중국에 있었다"며 "백제가 중국과 활발하게 교류했음을 알려주는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했다.

권오영 서울대 교수는 "지금으로 치면 감일동 고분군에는 글로벌화한 사람들이 묻혔다고 볼 수 있다"며 "일본 오사카, 나라에서 나오는 5세기 후반 백제계 석실분의 원형이라는 생각도 든다"는 의견을 내놨다.

청자 계수호. [하남역사박물관 제공]

청자 계수호. [하남역사박물관 제공]

하남시는 석실분 28기가 밀집한 지역을 역사공원으로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공원 한편에는 이전·복원할 석실분 15기와 유물을 전시할 박물관이 들어선다.

문 관장은 "감일동 고분군은 공주 송산리 고분군, 부여 능산리 고분군과 이어지는 백제 고분 유적"이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백제역사유적지구는 백제가 웅진과 사비를 도읍으로 삼았을 때 유적을 아우르는데, 세계유산을 한성도읍기 백제 유적으로 확장 등재한다면 감일동 고분군도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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