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그 사람 성범죄자야'라고 알려줬다가 벌금 물었네요"
송고시간2018-04-21 15:00
https://youtu.be/AcL57zDYpCY
<<시각장애인 음성정보 지원을 위한 텍스트입니다>>
A씨는 거주 지역의 성범죄자 현황을 알고자 ‘성범죄자 알림 e’ 사이트에 접속했습니다. 성범죄자 신상을 검색하던 A씨는 놀랄만한 사실을 알게 되는데요.
자신과 절친인 B씨의 이성친구가 성범죄자로 등록된 것입니다. A씨는 절친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조심하라고 조언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때 A씨의 올바른 행동은 무엇일까요?
(1) 지인이 볼 수 있게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SNS에 공개한다.
(2)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사진 찍어 지인에게 전송해 사실을 알린다.
(3) 지인에게 전화해 사실을 알리고 조심하라고 조언한다.
(4) 지인과 직접 만나 사실을 알리고 조심하라고 조언한다.
정답은 없습니다. 1~4번 행위를 할 경우 모두 아동 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제65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청법 제55조 제1호에 따르면 신문, 잡지 등 출판물, 방송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성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해서는 안 됩니다. 말로 전하는 것조차 '공개'에 해당하는데요.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성범죄자 알림 e 사이트에 들어가면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알 수 있다’는 수준의 발언만 허용된다”고 설명합니다.
실제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카카오톡으로 지인에게 전송해 조심하라고 말했다가 벌금형에 처한 사례가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이에 여가부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하는데요. 일반 이용자들은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있었으며, 이런 조치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성범죄자 정보를 타인에게 전송한 경험이 있는 류모(27)씨는 “이게 불법인 줄은 몰랐다”고 말합니다. 왕모(27)씨는 "이런 조치가 성범죄 예방에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여가부는 “우편고지를 통해 최대한 성범죄 예방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우편고지란 특정 거주 지역 주민에게 해당 지역 내 성범죄자 정보를 우편으로 제공하는 것입니다.
성범죄자 신상정보는 누구나 볼 수 있게 공개됩니다. 성범죄를 예방하자는 취지인데요. 이런 취지가 무색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미국의 경우 재범 위험성에 따라 성범죄자를 나누어 신상 공개 수준을 달리합니다. 재범 가능성이 높은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는 더 높은 수준으로 공개되죠.
워싱턴 주는 재범 가능성이 가장 높은 3단계 성범죄자의 경우 신상정보가 신문을 통해 공개됩니다. 경찰이 주민에게 직접 방문해 신상을 고지하기도 하죠. 자료/프라이버시의 보호와 범죄자 신상공개(한국형사정책연구원)
"공개정보는 … 성범죄 우려가 있는 자를 확인할 목적으로만 사용되어야 한다" -아동 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제55조 제1항
반면 우리나라는 성범죄자의 신상을 널리 알리는 데 목적을 두지 않습니다. '확인'에 초점을 두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죠. 또 재범 가능성에 따라 성범죄자를 분류하지도 않습니다.
누군가의 성범죄 전력을 알게 되면 알려야 할까요, 침묵해야 할까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이학준 이한나 인턴기자
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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