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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외환시장 투명성은 높이되 '환율 주권'은 지켜야

송고시간2018-04-16 17:36

(서울=연합뉴스) 한국이 우려했던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했다. 미국 재무부는 최근 발표한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투명하고 시의적절한 방식으로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신속히 공개하라"고 명시했다. 미국이 한국 환율보고서에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 요구를 담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이 환율개입 내역 공개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이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김동연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는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에서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와 만나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 관련 협의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한국은 2016년 4월 이후 이번까지 다섯 번 연속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됐다. 이번 보고서에서 중국과 독일, 일본, 인도, 스위스가 우리와 함께 관찰대상국 리스트에 올랐지만, 종합무역법상의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나라는 없다. 미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주요 무역국의 환율정책에 대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다. 이번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미국이 주요 교역상대국과 무역전쟁의 수위를 높이는 상황이라 정부는 혹시라도 우리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지 않을까 걱정했던 게 사실이다. 김 부총리가 지난 12일 므누신 장관과 한 전화 통화에서 "한국은 미국의 환율조작국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4월 환율보고서에 잘 반영되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 재무부는 ▲ 대미 무역흑자 200억 달러 초과 ▲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3% 초과 ▲ GDP 대비 외환시장 순매수 2% 초과 등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이번에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한 것은 다행이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우리 기업들은 미국 연방정부 조달시장에 참여할 수 없고, 해당국에 투자한 미국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도 중단된다. 일단 한숨은 돌렸지만, 환율개입 내역을 공개하라는 압박은 거세질 것 같다. 사실 한국은 1962년 외환시장 개방 이후 한 번도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한 적이 없다.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미세조정' 수준에서 일부 허용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따라서 어차피 공개해야 할 것이라면 공개하는 것이 맞다. 정부도 '공개 원칙'을 정하고 공개 주기와 방법을 검토 중이다.

개방형 수출국인 한국에 환율은 중요하면서도 민감한 문제다.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는 것은 맞지만 지나치게 세부적으로 공개하면 외환시장 참여자들에게 환율개입의 패턴을 읽힐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이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최대한 자주, 상세하게 공개하라는 미국의 요구는 지나치며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정부는 지난달 18일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시차를 두고 공개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김 부총리는 이번 워싱턴 협상을 수출경쟁력과 국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환율 주권'을 지키면서 외환시장 개입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쪽으로 이끌어 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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