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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선 집 구하기 힘드네"…차별에 우는 가난한 나라 출신들

송고시간2018-04-16 16:42

"세계서 집값 가장 비싼 홍콩의 집주인들, 인도·동남아 출신에 임차 꺼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전 세계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도시인 홍콩에서 동남아시아, 인도 등 가난한 나라 출신 이민자들은 높은 임대료 이외에 인종차별이라는 이중고를 겪어야 한다."

홍콩의 집주인들이 미국과 유럽, 한국과 일본 등 부유한 나라가 아닌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 출신의 외국인들에게 세를 놓기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출신으로 홍콩에서 사무직 노동자로 일하는 여성 카우르(37) 씨는 월세를 얻기 위해 부동산 중개사무소 직원과 통화를 하다 낭패감을 맛보아야만 했다.

자신이 인도인이라고 신분을 밝히자 부동산 회사 직원은 잠시 머뭇거리다 집을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중개사무소 직원은 "미안합니다. 집주인이 중국계가 아닌 분에게는 세를 놓지 않으려 합니다. 비중국계는 집을 냄새 나게 하고, 이웃 사람들의 불만을 산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가족이 총 4명인 카우르 씨는 지난 2월부터 홍콩의 서민층 거주지인 토콰안 지역에 월세 1만 홍콩달러(137만원) 수준으로 집을 늘려 이사를 하려고 백방으로 월세 집을 구하고 있으나 집주인들이 세를 놓기를 꺼려 애를 먹고 있다.

한 부동산 회사 중개인은 만일 카우르 씨가 소수민족 출신이 아니라 중국인이나 홍콩 현지인이라면 월 1만 홍콩달러의 예산으로 엘리베이터가 있는 최소 300 평방 피트(8·4평)의 아파트를 빌릴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중개인은 "대부분의 집주인은 소수민족 이민자들에게는 집을 세주려 하지 않는다"면서 "일부 엘리베이터가 없는 아파트의 집주인들은 세를 놓으려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아파트
홍콩 아파트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6일 홍콩에 거주하는 가난한 나라 출신 서민들이 월세를 구하는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인종차별의 실태에 대한 분석기사를 실었다.

SCMP에 따르면 홍콩의 거주민 730만 명 가운데 약 92%는 중국계이며, 이들은 월세를 구하는 과정에서 인종적인 차별을 거의 겪지 않는다. 또한, 백인이나 한국인, 일본인 거주자들도 살 집을 임차하는 과정에서 인종차별을 경험하는 일은 드물다.

반면 인도를 비롯한 남아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출신 외국인들은 살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수모와 고통을 겪어야 한다.

파키스탄 출신의 여성 이민자인 안사 마지드 마리크 씨는 "소수민족 출신 이민자들이 홍콩에서 집을 구하기 위해 어떻게 투쟁해야 하는지를 상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인도나 동남아 출신 이민자들에게 세를 놓은 집주인들은 "커리 냄새가 강하게 난다"는 불만을 자주 털어놓는다고 부동산 중개인은 전했다.

홍콩의 집주인들은 가난한 나라 출신 이민자들에게 세를 놓지 않으려는데 대해 ▲월세를 제때에 내지 않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고 ▲복도에 가구들을 함부로 방치하는 등의 이유를 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들은 출신 국가와는 관계없이 소득이 낮은 홍콩 현지인이나 중국 출신 임차인들에게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현상이라고 이 중걔인은 말했다.

홍콩에 거주하는 가난한 나라 출신 이민자들은 주택을 구하는 것뿐 아니라 교육 문제 등에서도 차별을 겪고 있다.

홍콩의 사회학자인 에릭 퐁 와이 칭 교수는 이러한 인종차별은 홍콩의 주류 집단과 다문화 공동체와의 통합을 저해하는 등 다양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콩 평등기회위원회(EOC)도 2016년 9월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홍콩에 거주하는 수많은 다문화 가정 출신들이 부동산과 금융 분야에서 겪는 차별이 "가장 치명적이고 참을 수 없는 것"이라면서 대책 마련을 주문한 바 있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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