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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D-10] 미·중·일·러, 기대감속 득실계산도 분주

송고시간2018-04-16 11:01

미, 트럼프-김정은 회담 시험대로 촉각…중, 전폭적 지지 속 '中역할론' 부각

일, 압박 강조하면서 대화 전환도 모색…러, 환영 표하며 6자회담 확대 노려

남북한과 주변 4강국 정상
남북한과 주변 4강국 정상

[사진합성]

(워싱턴·베이징·도쿄·모스크바=연합뉴스) 이승우 심재훈 김병규 유철종 특파원 = 한반도 평화 구축의 시험대가 될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주변 4강국의 움직임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북핵 협상의 역사에서 되풀이된 '실패의 고리'를 끊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만들려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관련국의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을 바라보는 4강의 표면적인 입장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특히 열쇠를 쥔 미국으로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을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평화적 해결을 강조해온 중국과 러시아는 외견상 가장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면서 남·북·미 중심의 대화 국면에서 소외될까 긴장하는 모습이고, 대북 강경론을 고수한 일본도 '재팬 패싱'(일본 배제)에 대한 경계심으로 분위기 전환을 모색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 미국 "진전 보게 돼 기쁘다"…북미회담 전초전으로 예의주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을 5월 말 또는 6월 초로 예상되는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디딤돌로 보고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은 북미 간 담판의 성공 여부를 가늠해볼 시험대이자 전초전 격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한 남북과 북미 간 대화 통로가 함께 열린 상황에서 이 두 개의 채널은 밀접하게 얽힌 채 비핵화 협상의 성패를 함께하는 관계일 수밖에 없다는 게 미국 조야의 인식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4·27 남북정상회담이 비핵화를 향한 긍정적인 결과물을 낳기를 기대하면서 한국 정부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CNN 방송 인터뷰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이러한 진전 상황을 보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지명자 등 강경파들이 전면에 나서는 분위기임에도,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미국 내에선 강경 대응보다는 외교적 해결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룬다.

전망에 인색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조차 지난 12일 하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바른길로 가는 중일 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낙관한다"며 협상에 의한 북핵 해결에 낙관론을 펼 정도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우리 정부와 '핫라인'을 구축한 것도 남북 정상 간 대화를 강력히 지원하는 신호 중 하나다.

볼턴 보좌관이 지난 12일 워싱턴DC를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외국 카운터파트 중 처음 만나 남북·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방안을 긴밀히 조율하고, 조윤제 주미대사가 북미정상회담 준비를 실무적으로 지휘하는 수전 손턴 동아태 차관보 지명자와 정기적으로 만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미국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의 전망에 대해서 말을 아끼고 있다. 미국은 한국이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사이에서 어떤 접점을 끌어낼지 조심스럽게 지켜보면서 섣불리 패를 드러내지 않는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 중국 "한반도 평화 메커니즘 구축해야"…'중국 역할론' 부각도

한반도 긴장 완화와 북한의 핵 철폐를 지속해서 요구해온 중국은 쌍수를 들어 남북정상회담을 환영하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한반도 문제 해법으로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을 제기해왔다.

쌍중단이 사실상 현실화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쌍궤병행으로 가는 해법을 만드는 자리가 되길 원하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최근 "우리는 각국이 간섭을 배제하고 안정적으로 대화 및 담판의 정확한 방향으로 가고 비핵화 과정에서 각국의 합리적인 안전 우려를 동시에 해결하도록 추진할 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 메커니즘을 적극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북미 정상 회동에 이어 중국이 주도하는 6자 회담 체제로 가는 방향을 강력히 원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지난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이징(北京)에서 깜짝 회동하며 6자 회담에 복귀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중국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차이나 패싱론'을 일축한 바 있어 급진전하는 북중 관계를 바탕으로 남북정상회담 등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 있어 '중국 역할론'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가운데 지난 14일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 예술단 단장으로 방북한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접견하는 등 갑작스레 만남이 잦아지는 것 또한 중국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으로선 남북정상회담으로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정세 완화가 이뤄지는 것을 지지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 과정이 자신들이 주도하는 6자 회담으로 가는 과정이 돼야지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으로 결정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속해서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 일본 "대화 위한 대화 의미없다"…물밑으론 대화 전환 모색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대해 강경 일변도의 주장을 펴온 일본은 급변한 한반도 정세에 당황해하면서 '재팬 패싱'에 대한 경계심을 갖고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보고 있다.

북한의 우화 제스쳐를 '미소 외교'로 깎아내리던 일본 정부는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추진되며 분위기가 달라진 뒤에도 '대화보다는 압박'이라는 기존 방침을 앵무새처럼 반복해 내놓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 9일 국회에서 "이전 남북정상회담이 비핵화로 연결되지 않은 만큼 대화를 위한 대화는 의미가 없다"고 말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그러면서도 아베 정권은 '대화'로의 분위기 전환 가능성을 부지런히 모색하고 있다.

일본만 '압박' 일변도의 강경 주장을 폈다가 대북 대화 분위기가 더 확산하면 '왕따'가 될 수 있다고 봐서다.

아베 총리가 지난달 우리 정부 특사인 서훈 국정원장을 만나 대북 대화 분위기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한 것은 이런 분위기 전환 노력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단면이다.

아베 총리는 서둘러 한국, 미국에 외무상을 파견하고, 총리 자신이 미국으로 달려가 오는 17~18일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기로 하는 등 '왕따'를 피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 다양한 루트를 통해 북한 정부에 북일정상회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지만,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압박에서 대화로 대북 정책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의 진전'이라는 명분이 필요하지만, 북한이 '납치 문제는 끝난 일'이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계기를 찾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일본은 한국과 미국 양국에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에서 관련 언급을 해주길 바라지만 뜻대로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 러시아 "남북 접촉 환영"…6자회담 확대로 영향력 유지 노려

러시아도 한반도 비핵화 문제 논의를 위한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다.

지난해 7월 중국과 함께 한반도 사태의 평화적·단계적 해결 방안을 담은 '로드맵'을 제안하고 관련국들에 그 이행을 줄기차게 촉구해온 러시아로선 당연한 입장이다.

러-중 로드맵은 북한이 추가적인 핵·탄도미사일 시험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고 핵과 미사일의 비확산을 공약하면, 한미 양국도 연합훈련을 축소하거나 중단한다는 1단계에서 출발한다. 이어 북미, 남북한 간 직접 대화로 상호 관계를 정상화하는 2단계를 거쳐, 다자협상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지역 안보체제 등을 논의하는 3단계로 이행해 가는 단계별 구상을 담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은 이 같은 러-중 로드맵의 1단계를 거쳐 2단계로 진전하는 중요한 행보라고 러시아는 보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지난 9일 러시아를 방문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회담한 뒤에도 "러시아 측은 (한반도) 정세의 점진적 정상화, 상호 위협 중단, 남북 및 북미 접촉 추진 등을 환영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동시에 최근 한반도 문제 해결 협상 과정에서 자칫 자국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 한반도 문제 논의를 한반도 주변 관련국들이 모두 참여하는 6자회담 형식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리용호 외무상과의 회담에서도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동북아 안보 문제 논의 등은 바로 6자회담 틀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면서 6자회담 유용론을 강조한 바 있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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