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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프로젝트' 영화 속 아이들과 함께 여름을"

송고시간2018-04-14 10:30

숀 베이커 감독 "한국 관객 따뜻한 반응에 감사"

숀 베이커 감독 [오드 제공]
숀 베이커 감독 [오드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관객이 영화 속 아이들과 여름을 함께 보내는 경험을 하도록 했어요. 아이들이 겪는 사건과 사고를 통해서 교감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자 했죠. '이 아이를 잘 아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면 해요."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무니(브루클린 프린스 분)와 그의 엄마 핼리(브리아 비나이트)를 중심으로 미국 플로리다주 디즈니월드 건너편 빈민촌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꼬마들의 시끌벅적한 고함 소리로 시작하는 도입부만 보면 천진난만한 동심의 세계를 그린 영화 같다. 그러나 이어지는 에피소드들은 웃음 뒤에 씁쓸함을 남긴다. 관객은 그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든 주변 환경에 눈을 돌리게 된다.

'플로리다 프로젝트' [오드 제공]
'플로리다 프로젝트' [오드 제공]

관객으로서는 영화의 톤이 바뀐다고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숀 베이커 감독의 의도가 적중한 셈이다. 지난 13일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숀 베이커 감독은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어떤 인물들인지 깨닫기 때문에 연출 방향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실제로는 에피소드들을 구분짓는 선도 모호하게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채 서른이 되지 않은 핼리는 여섯 살 딸의 손을 잡고 디즈니월드 주변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길거리 장사에 나선다. 정부 보조금이 막혀서다. 나중엔 남의 물건에도 손을 댄다. 어린 모녀를 돌볼 사회 안전망은 허술하다. 모녀가 사는 모텔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안정된 주거를 확보하지 못한 사람들이 주 단위로 임대료를 내고 생활하는 임시 주거지다.

'플로리다 프로젝트' [오드 제공]
'플로리다 프로젝트' [오드 제공]

"핼리는 열다섯 살 때 아이를 낳았고 학교도 제대로 다닌 적이 없어요. 자신도 부모의 도움을 못 받았고요. 그래서 선택의 폭이 좁아졌어요. 하지만 영화에서 배경 설명을 자세히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핼리가 어떤 상황인지가 중요하죠."

숀 베이커 감독은 전문 연기자가 아닌 이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캐스팅하는 작업방식을 즐긴다. 브리아 비나이트는 SNS에서 발견하고 메시지를 보내 섭외했다. 무니의 친구 스쿠티를 연기한 크리스토퍼 리베라는 실제 영화의 배경이 된 디즈니월드 인근 모텔에서 가족과 함께 사는 평범한 꼬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 [오드 제공]
'플로리다 프로젝트' [오드 제공]

"브리아 비나이트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흥미로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글이 위트 있고 반항심도 많고 영화 속 핼리처럼 몸에 문신도 있고요. 브리아 역시 편모 아래서 자랐어요. 핼리와 실제 성격은 다르지만 경험을 바탕으로 연기를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딸을 위해선 무슨 일이든 하는 엄마인데, 유명한 배우가 연기하면 신빙성이 떨어질 것 같았죠. 새로운 얼굴이 필요했어요."

디즈니월드 근처 빈민촌 생활을 묘사하기 위해 3년간 사전조사를 했다. 동네에 들어온 새 자동차에 침 뱉기 놀이를 하거나,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 동전을 구걸하는 꼬마들의 에피소드 역시 절반은 실제로 들은 얘기다.

"여러 모텔을 방문하면서 슬프게도 공통적으로 느낀 게 있어요. 아이들이 열살 정도까지는 다른 곳에 사는 아이들과 다르지 않아요. 그런데 열한 살쯤 되면 웃음도 사라지고 전혀 다른 인상을 풍겨요. 어린 나이엔 의식하지 못하다가 나중엔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깨닫게 되는 거죠."

숀 베이커 감독 [오드 제공]
숀 베이커 감독 [오드 제공]

숀 베이커 감독은 '스타렛'(2012)에서 포르노 배우, '탠저린'(2015)에선 트랜스젠더를 주인공으로 삼아 변두리 인물의 삶을 깊숙이 비췄다. 하지만 그의 영화는 결코 어둡지 않다. 관객에게 섣부른 연민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아이폰 카메라만으로 장편영화 한 편을 완성하는 등 혁신적 시도로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에 이르러 그의 재능이 국내 관객 사이에서도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7일 개봉한 영화는 한 달 넘게 장기 상영되며 10만 관객을 바라보고 있다. 다양성 영화로는 '대박'에 가까운 성적이다. 숀 베이커 감독은 "영화를 여러 번 본 관객도 있다고 들었다. 한국 관객의 따뜻한 반응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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