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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인권조례] ① 왜 충남서만 문제 삼나

송고시간2018-04-16 07:00

보수 개신교 단체·한국당 소속 도의원 "인권조례가 동성애 옹호"

안희정 전 도지사 성 추문이 폐지 동력으로 작용

[※ 편집자 주 = 충남도의회가 전국 최초로 도민 인권 보호를 위해 제정한 인권조례를 최근 폐지했습니다. 인권조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6년 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해 인천을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에서 제정, 시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개신교 단체가 충남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반발하기 시작했고,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 소속 도의원들이 이를 표심을 얻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갈등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인권조례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슈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면서 조례 폐지 움직임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인권조례를 둘러싼 갈등 문제를 진단하고, 향후 전망을 짚어보는 기획기사를 3차례로 나눠 송고합니다.]

2014년 10월 13일 열린 '충남도민 인권선언 선포식'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4년 10월 13일 열린 '충남도민 인권선언 선포식' [연합뉴스 자료사진]

(홍성=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이 조례는 충청남도 도민 인권이 존중되는 지역사회 실현에 이바지하기 위해 그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2012년 5월 제정된 '충청남도 도민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충남인권조례) 제1조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충남인권조례는 도민의 보편적 인권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조례로, 인권선언 이행과 인권보호 및 증진사업, 인권위원회와 인권센터 설치·운영 등에 관한 사항을 담았다.

인천시를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에서 인권조례를 시행 중인 가운데 충남도의회가 지난 3일 인권조례 폐지안을 재의결함에 따라 충남도는 인권조례를 없앤 첫 사례가 됐다.

충남인권조례에 포함된 성 소수자 차별 금지 조항이 동성애를 옹호·조장하고 일부일처제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일부 종교단체의 주장을 도의회가 받아들여 폐지안을 발의, 통과시켰다.

대권 주자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발언이 종교단체의 표적이 됐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1월 대선 출마선언 당시 한 팟캐스트에서 '동성애는 개인이 가진 다양한 성적 정체성에 관한 문제로, 논쟁할 가치가 없다'고 발언했다.

이를 계기로 보수 개신교 단체의 융단폭격이 시작됐다.

충남기독교총연합회와 충남성시화운동본부는 조례 폐지에 나서겠다고 경고했고, 같은 해 9월 10만명의 서명을 받아 도에 제출했다.

그러자 지난 1월 충남도의회 자유한국당 김종필 의원이 기독교 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충남인권조례 폐지안을 대표 발의, 그해 2월 열린 임시회 본회의에서 가결하기에 이르렀다.

본회의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소속 도의원 24명과 바른미래당 의원 1명 등 25명이 찬성해 재석 의원 37명 중 과반 참석 기준을 충족해 통과됐다.

종교단체에서 조례 폐지를 청원한 지역은 있지만 지방의회가 직접 나서 조례 폐지안을 발의한 것은 충남도의회가 처음이다.

2012년 자유선진당 소속이던 송덕빈 의원과 새누리당(현 한국당) 의원들이 주도적으로 발의해 제정한 인권조례를 스스로 폐기하는 것에 대해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대해 충남도가 "인권은 그 어떤 이유로 차별받을 수 없다"며 도의회에 인권조례 폐지안에 대한 재의(再議·의결된 안건에 대해 다시 심사하는 절차)를 요구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국제 공조를 요청하는 등 즉각 반발했다.

헌법학자들을 중심으로 인권조례 폐지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일면서 한국당 의원들 내부에서도 이견이 나왔다.

이미 개신교계에서 인권조례 폐지를 청원해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도의회가 이처럼 무리수를 던지는 것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독교계 표심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비난이 제기됐다.

안팎에서 갈수록 악화하는 여론을 우려하던 도의회가 재상정을 고심하는 와중에 안 전 지사의 여비서 성폭행 의혹이 폭로됐다.

이른바 '안희정 스캔들'은 도의회에 인권조례 폐지를 위한 동력을 제공했다.

인권조례 폐지 재의 철회 촉구하는 자유한국당 충남도의원들
인권조례 폐지 재의 철회 촉구하는 자유한국당 충남도의원들

[박주영 기자 촬영]

인권도정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했던 안 전 지사가 성 추문에 휘말려 도지사직에서 물러나자 자유한국당 소속 도의원들은 "도덕적 흠결이 있는 도지사가 만든 인권조례의 진정성을 믿기 어렵다"며 폐지를 재차 요구했다.

결국 지난 3일 제303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충남인권조례 폐지안을 기습 상정했고, 자유한국당 의원 24명 전원이 찬성함에 따라 재의안 마저 통과됐다.

충남도는 대법원에 폐지 조례안 재의결에 대한 무효확인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하는 한편 조례 공포를 미뤘지만, 도의회가 공포하면 즉시 폐지된다.

2014년 10월 전국 처음으로 '충남도민 인권선언'을 발표하는 등 여성·장애인·어린이·노인·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장을 위해 선도적으로 노력해온 충남도의 인권행정이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차별은 폭력이다"
"차별은 폭력이다"

(홍성=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민생·민주쟁취 충남시국회의는 충남도의회의 인권조례 폐지안의 본회의 상정과 관련, 1일 충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폐지안을 부결시키지 않는다면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7.2.1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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