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거리의 예술가'가 한지와 먹으로 빚어낸 회화
송고시간2018-04-10 17:40
라틀라스 개인전, 아트웍스파리서울서 12일 개막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10일 서울 종로구 계동 아트웍스파리서울 갤러리에 들어서자 독특한 형태의 그림들이 눈에 들어왔다. 고대 상형문자를 탁본한 것 같기도, 미로 구조를 찍어낸 것 같기도 한 그림들이었다.
그림을 그린 이는 '거리의 예술'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라틀라스(L'Atlas)다. 그는 12일부터 이곳에서 개인전 '씰'(SEAL)을 열고 회화 16점을 선보인다. 나무 도장에 미로와 같은 글자 형태를 새기고, 한지를 올려서 찍어낸 작품들이다. 작품들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작가의 이름을 읽어낼 수도 있다.
1978년 프랑스에서 쥴 드데 그라넬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작가는 어릴 적부터 그라피티 작업에 몰두했다. 작가는 그라피티를 그리면서 글자에 각별한 관심을 두게 됐다. 18살부터는 모로코와 이집트, 시리아, 중국, 일본 등 각국을 돌면서 서체를 공부했다. 서체 작업을 하는 그는 2008년 퐁피두센터가 의뢰한 대형 나침반 등 다양한 대규모 거리예술 작품으로 유명해졌다.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프랑스 작가 라틀라스가 10일 서울 종로구 계동 아트웍스파리서울 갤러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4.10. airan@yna.co.kr
이번 전시는 서체 작업에 한국 문화를 접목한 결과다. 2016년 그라피티 기획전 참여차 처음 방한한 작가는 한지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10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한지의 매력에 대해 "여기 걸린 작품들이 말해주지 않느냐"고 했다. "매우 얇으면서도 굉장히 질긴 종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몇 겹 더 올려도 찢어지거나 하는 것이 덜했고요."
기존 작업이 캘리그래피에 가깝다면 나무 도장과 한지, 먹 등을 이용한 신작들은 더욱 회화적인 느낌을 준다. 라틀라스의 작품을 구성했던 반듯한 선과 매끈한 색면 대신 흐릿한 테두리에 얼룩덜룩한 흔적이 남아 있는 작품들이다. 작가는 "탁본 작업을 하게 되면서 맨 처음 타이포그래피 작업을 했을 때처럼 종이로 돌아오게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20년간 서체 작업을 하는 이유에 대해 아래와 같이 말했다. "아틀라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지구를 떠받치고 있는 거인 신의 이름이기도 하잖아요. 제게는 타이포그래피를 계속 그리는 행동이 그런 '떠받침'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요. (웃음)"
전시는 5월 31일까지.
aira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8/04/10 17:4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