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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눈높이엔 안맞지만"…靑,커지는 사퇴론에도 김기식 '엄호'

송고시간2018-04-09 18:42

"해임 이를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 판단…낙마시 금융개혁 부진 우려

김기식, '김영란법' 주도 이력…'이중성' 논란에 사퇴요구 거세질 듯

질문받는 김기식 원장
질문받는 김기식 원장

(서울=연합뉴스) 정하종 기자 =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으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18.4.9
chc@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청와대가 국회 정무위원 시절 피감기관인 우리은행의 돈으로 중국과 인도로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 등으로 야권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엄호하고 나섰다.

국민 정서와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직(職)을 그만둘 정도의 결격사유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그러나 야권의 대대적 공세 속에서 사퇴론이 쉽사리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 현 정권 인사에 대해 스스로 관대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제기되면서 '진화'가 녹록지 않아 보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9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민정수석실의 확인 결과 의혹이 제기된 출장들은 모두 관련 기관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한 의원 외교 차원의 공적인 목적으로 이뤄졌고 적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김 대변인은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이나 그렇다고 (외유성 출장 의혹이) 해임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야권 등에 따르면 김 원장은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 시절인 2014년 한국거래소의 부담으로 우즈베키스탄을, 2015년에는 우리은행 돈으로 중국과 인도를, 같은 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예산으로 미국과 유럽 출장을 다녀왔다.

해당 출장들이 모두 부적절한 외유성 출장이었다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이러한 의혹들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김 원장에 대해 '방어막'을 친 것은 금감원장 역할을 수행하는 데 김 원장 만한 인물이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김 원장이 내정됐을 때 "참여연대 시절부터 금융 관련 문제를 오래 다룬 금융 전문가로 금융개혁을 늦추지 않겠다는 결단력을 보여온 김 원장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인사"라고 평가한 바 있다.

채용비리 의혹으로 낙마한 전임 최흥식 원장에 이어 김 원장까지 하차한다면 금융개혁이 미뤄지는 것은 물론 이를 빌미로 야권의 '정책 흔들기'가 노골화될 것이라는 이유도 김 원장을 엄호하는 이유로 분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문 대통령이 김 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차관급인 금감원장에게 꼭 임명장을 공개적으로 줄 필요는 없지만 문 대통령이 그간 고위관료와 함께 배우자까지 불러 축하했던 점을 고려하면 논란의 당사자가 부각되는 것을 최대한 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청와대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인정하면서도 김 원장을 엄호하는 현 상황이 여론에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특히 금융기관의 비위 행위를 점검해야 할 금감원장이 과거 의원 시절 감사 대상인 금융기관의 돈을 받아 출장을 다녀온 것에는 더욱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의원 외교라 해도 피감기관의 돈을 받았다는 게 문제인 것 같다'는 취재진의 지적에 "그래서 '김영란법'이 생긴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은 받아들이나 당시 관행이나 다른 유사한 사례에 비춰봤을 때 해임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결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원장이 국회의원 시절 공무원과 언론인 등에게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김영란법' 제정을 주도했던 인물이라는 점때문에 '도덕적 이중성'이 부각되는 것이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김 원장이 우리은행 돈을 받아 중국과 인도를 다녀온 시점(2015년 5월)은 정부가 '김영란법'을 제출한 지 1년 반 만에 진통 끝에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2015년 1월)한 이후다. 법률이 효력을 발휘하기 전이었고 공적인 목적의 출장이었다 하더라도 법안 제정을 주도해 놓고서 정작 자신은 법 발효전 공백기간을 이용해 그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진보진영에서조차 나오고 있다.

이런 이유로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김 원장 지키기에 나섰음에도 사퇴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야 3당은 이미 김 원장의 임명 철회를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섰고 김 원장의 임명에 기대감을 표시했던 정의당도 '직무수행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정부·여당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김 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내용의 청원이 70건 넘게 올라오는 등 김 원장을 향한 비난 여론은 식지 않고 있어 청와대가 안아야 할 부담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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