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채동욱 혼외자 사찰' 국정원 조직적 개입 잠정결론
송고시간2018-04-07 14:11
혼외자 정보, 서초구청 '두 개의 통로' 유출 정황…당시 靑개입 의혹도
혼외자 정보, 서초구청 '두 개의 통로' 유출 정황…당시 靑개입 의혹도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박근혜 정부 첫 검찰총장인 채동욱 총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별관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마친 뒤 인사를 하고 있다. 2013.9.30
pdj6635@yna.co.kr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국가정보원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정보를 불법 조회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국정원 차원의 조직적 뒷조사'가 있었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2013년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정보를 수집한 국정원 직원 송모 씨와 지휘 선상에 있던 서천호 전 2차장, 문정욱·고일현 전 국장 등을 수사한 결과 이렇게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뒷조사를 한 혐의로 1·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현재 대법원의 결론을 기다리는 송 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상부의 지시를 받고 정보를 수집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식당 화장실에서 채 전 총장의 혼외자가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듣고 조사한 것"이라고 한 진술을 뒤집은 것이다.
검찰은 서 전 차장과 두 전직 국장 등에게서도 보고 계통을 거쳐 관련 정보 수집을 지시했고, 남재준 당시 원장의 승인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송씨가 파악한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정보가 어느 선까지 보고됐는지, 수집한 정보를 공작에 활용한 것은 아닌지 등을 추적하고 있다. 조만간 남 전 원장도 불러 관련 내용을 캐물을 전망이다.
검찰은 또 과거 수사에서 밝혀지지 않은 '정보 제공' 통로도 새로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3년 수사 당시 검찰은 송씨가 조이제 전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과 조오영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을 통해 채 전 총장의 정보를 불법 수집했다고 보고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1심은 조 전 국장이 서초구청 가족관계등록팀장이던 김모 씨에게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정보를 조회토록 한 뒤 구청장 면담대기실 전화기를 사용해 이를 송 씨에게 전달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조 전 국장에게 징역 8개월, 송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서울=연합뉴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곡동 법무법인 '서평'개소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법무법인 '서평'에는 채 전 총장의 대학 동기인 이재순 변호사가 대표를 맡았으며 이명박 정부 시절 'PD수첩 사건'을 수사하다 지휘부와 갈등을 빚고 검찰을 떠난 임수빈 변호사, 법원 및 로스쿨 출신 변호사 등이 구성원으로 참여했다. 2017.8.29 [연합뉴스 TV제공 = 연합뉴스]
photo@yna.co.kr
그러나 항소심은 사실관계에 허점이 있다며 1심 판결을 상당 부분 파기했다.
2심 재판부는 혼외자 정보를 조회한 서초구청 직원 김모 씨의 진술이 모순된 데다, 책임을 면하려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구청장 면담대기실에서 전화를 이용한 사람이 조 전 국장이라고 증명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보 유출에 제3자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김 씨는 2013년 수사 당시 조 전 국장에게 정보를 조회해 넘겨줬다고 진술했고, 검찰은 직속상관의 지시를 받은 김씨가 유출 가능성을 알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김 씨는 최근 검찰에서 조 전 국장 외에 같은 서초구청의 임모 과장에게도 혼외자 관련 정보를 넘겨줬다고 새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씨도 서초구청장 면담대기실에서 전화기를 이용해 김 씨로부터 정보를 받은 뒤 송 씨에게 바로 알려준 사람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검찰에서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씨도 조 전 국장이 아닌 임 씨에게 정보를 넘겨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임 씨는 2013년 9월 채 전 총장의 혼외자가 언론보도로 알려진 이후 신상정보를 조회한 사실이 드러났으나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의 요청에 따른 적법한 업무였다고 판단 받아 처벌을 피했다.
그러나 이번 수사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적법한 감찰활동에 앞서 국정원이 뒷조사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임 씨는 당시 곽상도 민정수석, 이중희 민정비서관과 함께 2003년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에서 함께 근무한 경력이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임씨가 국정원의 채 전 총장 뒷조사를 도운 배경에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는지도 조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항소심 재판부는 조오영 전 행정관에 대한 1심의 무죄 판결을 뒤집고 벌금형을 선고하며 "청와대가 이미 조 전 행정관을 통해 정보를 확인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sncwook@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8/04/07 14:11 송고